두타산(1353m), 청옥산(1403.7m)은 정말 높은 산 입니다.
해발 높이로 따지면 오대산이나 태백산, 소백산 등에 못 미치는 산 이지만, 등산을 해 보면 오히려 한참 더 높게 느껴집니다.
내륙의 여러 산들은 그 지리적 위치상 보통 해발 400-500m, 많게는 700-800m까지 올라간 뒤 비로소 등산이 시작되지만, 두타산과 청옥산은 거의 해발 '0'인 동해안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등산으로 따지면, 그만큼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 입니다.
물론 삼척시 하장면 댓재(해발 810m)에서 시작해 백두대간 코스를 따라 두타,청옥을 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원점 회귀를 쉽게하기 위해 주로 동해안에서 바로 치고 올라가는 코스를 이용합니다.
동해안에서 두타산에 오르는 길은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에서 쉰움산을 거치는 등산로와 동해시 무릉계곡에서 오르는 서너개 등산로(두타산성, 박달령, 학등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오늘 두타산과 청옥산을 모두 돌고 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두타,청옥과 함께 해동삼봉(海東三峰)으로 통하는 고적대(1354m)까지 돌고 싶었지만, 산행 출발 시간이 늦었던데다 지금은 낮이 짧은 겨울이기 때문에 삼봉을 모두 종주하는 것은 새벽에 출발하지 않는 한 무리입니다.
또 동해안에서 시작해 삼봉을 하루에 모두 넘어서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거의 한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산행일시: 2013년 12월 8일
*코스: 동해시 무릉계곡 주차장- 학등- 청옥산-박달령-두타산-대궐터 삼거리-깔딱고개-두타산성- 무릉계곡 주차장
*총 이동거리: 16.5km
*산행시간: 7시간 5분
제가 학등 코스를 탄 것은 이번이 세번째 입니다.
학등은 두타,청옥의 여러 등산 코스 중에서도 정말 힘겨운 코스입니다. 매번 오를 때 마다 그것을 실감합니다.
급경사 오르막 이동거리만 무려 3.5km에 달하는데, 그 오르막 능선을 '학등'이라고 부릅니다.
멀리서 보면 정말 긴다리로 등을 편 채 목을 길게 내밀고 있는 능선의 모양새가 영락없이 학 처럼 생겼습니다.
학의 등을 탄다는 것, 참 희한한 즐거움이겠지만,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는 결코 권할 수 없는 코스입니다.
3.5km를 줄기차게 헉헉대고 올라간다고 보면 됩니다. 숨 돌릴 평지 이동로도 거의 없습니다.
특히 처음 1km와 나중 1km가 더 심한 오르막인데, 저는 처음 오르막은 학 다리, 나중 오르막은 학의 목 이라고 부릅니다.
길쭉한 학의 다리와 목을 오르는 '개미' 꼴이라고 하면 상상이 되나요.
전국의 산에 수많은 깔딱고개가 있지만, 학등 만큼 산객의 진을 빼는 깔딱고개도 없을 겁니다.
학등의 꼭대기는 청옥산 정상 입니다. 곧바로 청옥산 정상으로 직진하는 것 입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학등의 된비알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그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면 학등을 다 올라 선 것 입니다. 이정표에서 청옥산 정상까지 거리는 50m니까 학등 꼭대기가 그냥 청옥산 정상 입니다.
산행 들머리인 무릉계 주차장에서 학등을 거쳐 청옥산 정상까지 총 거리는 모두 6.7km에 달합니다.
청옥산은 사실 두타산 보다도 해발 표고가 50여m가 높은 주산이지만, 그 만한 대접을 받지는 못 합니다.
저는 그것을 정상의 풍광 때문이라고 봅니다. 풍광으로 따지면, 청옥산은 두타산에 비해 인상적 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산 위에 조금 넓은 터가 있는데, 그것이 정상입니다. 그럴듯한 바위가 버티고 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흙으로 된 평지가 펼쳐져있는 수준이니 산객들의 감탄을 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청옥산은 해봉삼봉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고,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산 입니다. 백두대간 삼척, 동해시 구간의 중간 요충지에 자리잡은 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북으로 2.3km를 가면 연칠성령을 거쳐 고적대를 만나게 되고, 남쪽으로 3.7km를 이동하면 두타산 입니다.
저는 청옥산 정상을 찍고, 계획대로 박달령을 거쳐 두타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청옥산에서 두타산까지 이동거리는 3.7km인데, 제 걸음으로는 1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닌데, 이미 학등을 오르느라 적지않은 체력 소모가 있었던데다 능선에서 두타산을 오르는 것이 또 상당히 힘겨운 경사로이기 때문에 거리 보다 이동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것 입니다.
청옥산에서 두타산을 이동하는 동안 꼭 네사람을 만났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능선이기에 평소 산객들 발길이 이어지는 곳 인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없네요.
아마도 초겨울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 즈음 산행은 사실 좀 밋밋하죠. 눈을 제대로 밟으면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고대나 눈꽃을 보는 즐거움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 처럼 따뜻한 날에는 상고대는 꿈도 꿀 수 없겠죠.
두타산 정상에 올라섰더니 산객 한분이 있네요.
아마도 일몰 시간을 고려해 서둘러 점심 식사를 한 뒤 다들 빠르게 하산길에 오른 것 같습니다.
두타산 정상에서 30여m 정도 내려가면 샘물이 있는데, 그 물을 먹기 위해 내려갔더니 겨울이라 물이 말라 버렸네요.
물도 못 먹고, 다시 올라오는 30m가 왜 그렇게 힘든지. 아마도 산을 많이 탄 분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벌써 오후 3시 5분.
5시 조금 넘으면 일몰이기 때문에 하산을 서둘러야 합니다.
두타산성을 거쳐 무릉계 주차장까지 하산하는 거리는 총 6.1km.
험한 산길인데다 1000m 이상 고지대는 눈이 쌓여 있어 조심조심, 하산을 재촉합니다.
무릉계 주차장 도착 시간은 오후 5시15분.
오전 10시 10분에 이곳에서 출발했으니 꼭 7시간 5분 만에 청옥산과 두타산을 모두 넘어 다시 돌아왔네요.
시간은 7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사실 힘들기는 지난 10월 설악산 공룡능선 못지 않았습니다.
(이제 출발입니다. 동해시 무릉계곡 관리사무소와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 입니다)
(무릉계곡의 상징 무릉반석 입니다. 전체 넓이가 5000㎡에 달합니다. 여름철에는 이 넓은 반석이 피서객들 차지가 됩니다. 반석에 새겨진 수많은 글씨 중 무릉선원(武陵仙源) 중대천석(中臺泉石) 두타동천(頭陀洞天)이 특히 유명합니다. 유교와 불교, 도교 사상이 혼합된 글 이라고 합니다. 반석의 글씨가 자꾸 마모되자 모형석각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무릉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조계종 사찰 '삼화사' 입니다.삼층석탑과 철조노사나좌불이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용추폭포와 하늘문, 문간재 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학등으로 오르려면 하늘문, 문간재 쪽으로 계곡을 건너야 합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하늘문 관음암 방면, 왼쪽으로 올라가면 문간재 방면입니다)
(여기가 문간재 입니다. 학등이나 사원터, 연칠성령, 고적대로 이어지는 길목입니다. 왼편 산으로 약 100여m만 올라가면 무릉계에서 가장 조망 경관미가 빼어난 신선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등 방향과 사원터, 연칠성령 방향이 갈립니다. 왼편 다리 쪽이 학등. 다리만 건너서면 학등이 시작됩니다)
(학의 다리를 오릅니다. 처음부터 속된말로 정말 빡셉니다)
(1000m 이상 오르니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곳곳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도 보입니다. 사실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학등의 고지대는 주목 군락지 이기도 합니다. 9분 능선 쯤에 주목이 특히 많습니다. 주목은 강원도 백두대간의 1200-1400m 고지대에 많이 분포해 있는데, 겨울철에 태백산과 정선 가리왕산에 가면 설산 주목의 기상을 제대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청옥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무릉계 주차장에서 6.7km(학등 3.5km 포함)를 걸어 왔습니다)
(이제 두타산으로 갑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저 멀리 두타산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박달령 정상입니다.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박달령을 거쳐 청옥산, 두타산으로 오를 수도 있는데, 박달령 또한 그렇게 만만한 경사는 아닙니다. 그대로 무릉게곡에서 오르는 코스중에는 오르막 경사로가 가장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타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정상미와 주변을 조망하는 경치는 두타산이 좋습니다)
(멀리 청옥산과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큰 봉우리가 청옥산 입니다. 청옥산 오른편으로 학등 능선 상단부가 보이네요)
(하산길, 동해시 무릉계곡 쪽과 삼척시 쉰움산 천은사 방면 하산길이 여기서 갈립니다)
(대궐터를 거쳐 그 유명한 두타산의 깔딱고갯길로 하산하는 길 입니다. 깔딱고개 또한 경사가 매우 급하게 이어지는데, 쭉쭉 뻗은 금강송이 참 많은 곳 입니다. 꼭대기를 보고 사진을 찍으니 정말 장쾌한 모습이네요)
(깔딱고개 아래. 계곡으로 쓸랴ㅕ 내려온 낙엽이 두툼한 양탄자 길을 만들어 놓았네요)
(산성 12폭포 입니다. 여름철이 물이 많을 떄는 정말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데, 지금은 얼음이 얼었습니다. 한 겨울 물줄기가 얼어붙은 폭폭포 또한 시원한 맛이 여름 못지 않고, 오히려 더 운치가 있습니다)
(두타산성에 도착했습니다. 두타산성은 사실 약 100m 위쪽에 있는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입니다. 여기서 무릉계곡 주차장 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두타산성으로 올라오려면 시간은 훨씬 더 많이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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