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대관령 능경봉- 겨울 초입 맛배기 산행

좋은산 2013. 11. 23. 22:09

 

 

 바람과 눈의 나라, 대관령은 벌써 겨울 한가운데로 다가서고 있었다.

 정상 부근의 도로는 햇볕이 잘 들지않는 응달 쪽으로 군데군데 살얼음이 내려 앉았고, 옛 영동고속도로 상-하행 휴게소를 잇는 다리 위는 아예 빙판길로 변해 운전대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게 했다.

 옛 휴게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서니 이번에는 아예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이 먼저 인사를 한다.

 손으로 머리를 꾹 눌러 잡지 않으면 모자가 휙휙 날아 갈 정도의 바람이니 산객들을 맞는 첫인사 치고는 참 매섭다.

 

 2013년 11월23일, 관동의 관문 대관령 정상은 그렇게 한겨울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두타산으로 갈까, 남쪽으로 갈까, 행선지를 고민하다 일단 강릉 대관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옛길과 제왕산도 좋지만, 오늘은 자꾸 선자령이 그립다.

 그런데 대관령 아래 성산면에서 모닝 커피 한잔을 하는데, 바람이 이거 장난이 아니다.

 아래쪽도 이렇게 바람이 거센데, 만약 선자령 능선을 타게된다면 오늘 바람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할 것 이라고 생각하고, 반대편 백두대간 능선인 능경봉으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게되는 선자령은 사실 겨울 바람이 어마어마한 곳이다. 겨울철에 강한 바람이 불 때는 아예 앞으로 전진하기도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한겨울에는 그 바람이 능선을 덮은 폭설을 이리저리 흩뿌리는 눈보라가 되니 겨울 선자령 산행은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겨울 눈보라가 센 곳을 꼽으라면, 대관령 선자령과 소백산이 수위를 다툴 것이다.

 그러나 겨울 눈보라를 맞으면서 설산을 헤치는 산행의 묘미 또한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으니 눈보라 속으로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것도 겨울 산행의 백미다.

 또 폭설이 그친 이튿날, 화창하기 그지없는 하늘 아래 선자령 능선을 걷게 된다면 당신은 자연이 연출하는 지상 최고의 풍경화를 목도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겨울에 한두번 쯤은 선자령 눈밭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대관령 능선이 눈도 없고, 그저 바람만 요란한 날.

 그동안 능경봉을 가 본지도 오래됐기에 선자령 보다는 훨씬 짧은 코스인 능경봉으로 주저없이 발길을 옮겼다.

 강릉시와 평창군 경계인 '능경봉'은 백두대간 마루금 선상에 자리잡고 있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북쪽 능선을 타면 선자령이고, 반대로 납쪽 능선을 타게 되면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진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능경봉 정상까지 거리는 1.8km.

 오르막 구간이 1km 정도 이어지기는 하지만, 전체 거리가 멀지 않기에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1-2m의 눈이 쌓여 봄 까지 녹지 않는 곳 이므로 겨울 산행시에는 장비와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눈이 푹푹 빠지는 능경봉을 오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능경봉 정상의 해발 표고는 1123m.

 대관령 정상이 해발 865m, 제왕산이 840m 정도이니 대관령 부근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대관령 도로 위를 지나면서 능경봉을 바라 보면 300여m 정도 밖에 표고차가 없는데도 능경봉은 유난히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계를 맞대고 있는 평창과 강릉 쪽에서 모두 신성시하는 산 이어서 매년 새해초에는 각급 기관,단체와 등산 동호회 등의 안전기원제 행렬이 줄을 잇기도 한다.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의 거대한 풍차. 영동고속도로 준공(1975년) 기념탑 등.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는 1975년 2차선으로 준공 개통돼 국토의 동-서를 잇는 대동맥 역할을 하다가 지난 2000년대 초에 4차선 영동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하면서 지금은 지방도로 관리되고 있다. 모든 것이 열악하기 그지없던 때 아흔아홉굽이 험준한 대관령은 물론 서울에서 강릉까지 600여리 길에 고속도로를 닦은 건설 역군들의 노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길은 부강의 길, 역사를 창조하는 승리의 길'이라는 등의 요지로 당시 동-서 혈맥의 개통을 축하하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바람을 헤치고, 1975년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녑탑을 지나 산허리를 끼고 돌자 세찬 바람이 간데없이 사라지고 아늑한 능산로가 우리 일행을 맞는다.

 억새꽃이 아직 남아있는 잔숲 지대를 지나고 나면 임도가 나타나는데 임도 초입에서 제왕산과 능경봉 등산로가 갈린다.

 임도를 따라 그대로 전진하면 제왕산- 대관령 계곡 쪽으로 이어지고, 임도 옆 오른편 길로 들어서면 능경봉 등산로다.

 등산로 입구에는 '용천수'라고 하는 샘물이 있는데, 목을 축이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이곳부터 능경봉 정상까지 약 1km는 계속 오르막이다. 은근히 계속 오르는 것이 조금은 힘겹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실 큰 힘이 드는 코스는 아니다. 다만, 겨울철에는 눈과 바람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워낙 많은 눈이 쌓이고, 바람까지 몰아치면 체감 온도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보온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능경봉 정상에서 5.2km 정도를 더 진행하면 백두대간 고루포기산(1238m)으로 연결된다. 백두대간 종주 코스다.

 사실 그대로 쪽 능선을 타고 고루포기 산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오전 11시가 넘어 산행을 시작했기에 시간상 무리다. 능경봉 정상에서 '행운의 돌탑'을 지나 1.5km 정도를 진행하다가 다시 능경봉으로 복귀 해 대관령 휴게소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대관령 주차장-능경봉 정상까지 1.8km를 왕복한다면 1시간30분-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용천수' 약수 샘물이 있는 곳에서 임도가 시작되고, 그곳에서 제왕산 등산로와 능경봉 등산로가 갈린다. 능경봉은 산불 초소 옆 오른편 샛길로 들어서면 된다.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

 

 

 

 

 

 

 

 

         (계속 오르막 길을 올라 헬기장까지 왔다. 이제 정상이 코 앞이다. 오르는 길에 올해 처음으로 눈도 봤다)

 

  (어느 산님들께서 지난 2007년에 능경봉을 다녀가면서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는 써 놓은 돌이 헬기장 한편에서 사람들의 눈을 끈다) 

 

 

 

  (능경봉 정상. 날씨가 맑으면 동쪽으로는 강릉 시내, 서쪽으로는 평창 횡계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눈이 많이 쌓이는 한겨울에는 능경봉 작은 표지석이 아예 눈 속에 파묻혀 있을 때도 많다. 눈 속에서 빼곡이 고개만 내밀고 있는 표지석 상상해 보시라)

  

 

 

 

 

 

 (능경봉 정상에서 200-300m를 더 진행하면 '행운의 돌탑'을 만난다. 동부지방산림청에서 돌탑을 감싸듯이 목재 쉼터를 만들고,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돌탑을 계속 쌓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계속 진행하다가 돌아서니 능경봉 정상이 저 만치 우뚝 서 있다. 이곳에 눈꽃이 피면 참 장관을 연출한다. 능경봉은 역시 눈에 덮여야 제 맛이다)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서 영동고속도로 준공탑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숲길로 들어서니 이렇게 예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길 경계를 나무로 표시해 막아 놓은 것은 넘어서지 말라는 뜻이고, 그것은 산책로 주변에 야생화 등이 심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