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계룡산 동학사, 자연성릉 코스 겨울 산행기(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

좋은산 2013. 12. 1. 23:00

 

 

 

 

 

 

 계룡산을 다녀왔습니다.

 충남 공주시, 계룡시, 대전광역시에 걸쳐있는 산.

 국토의 동쪽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정말 큰 맘 먹고 나서지 않으면 가기 힘든 산이기에 산행을 마친 행복감이 더욱 가득합니다.

 더욱이 출장을 마치고, 토요일에 계룡산 핵심 코스를 종주하다시피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 입니다.

 계룡산은 알려진대로 우리나에서 도인들과 무속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영험한 산 입니다.

 동쪽에 태백산이 있다면, 서쪽에는 계룡산이 있는 격이죠.

 계룡산은 풍수지리에서 '천하의 길지(吉地)'로 통합니다. 조선은 개국 초기에 가장 이상적 지형을 가진 이곳 계룡산 근처로 도읍을 옮기려고까지 했습니다.

 도읍을 옮기려고 했던 그곳은 지금도 '신도(新都)'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런 길지이면서 영산이기에 일찍이 묘향산, 지리산, 태백산, 팔공산과 함께 5악(岳)으로 불려왔습니다.

 계룡산은 국립공원 3호이기도 합니다. 지리산과 경주에 이어 지난 1968년에 계룡산이 세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이런 역사와 빼어난 풍수를 담고있는 풍광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계룡산 최고봉은 천황봉(해발 845m)이지만,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최고봉은 관음봉(816m) 입니다. 여러 봉우리가 능선에 연이어 펼쳐지는데,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멀리서 보면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여러 봉우리들의 산세가 마치 닭 벼슬을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데서 연유했다고 합니다.

 조선 초기에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했을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닭이 계란을 품은 형(金鷄抱卵形)이요,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飛龍昇天形)이라고 했는데, 거기서 두 주체인 닭(鷄)과 용(龍)을 따 계룡산 이라고 한 것이 더 구체적입니다

 

 동학사 주차장에 차를 댄 뒤(승용차 주차료 하루 4000원) 안내판의 등산 코스를 보니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남매탑을 거쳐 관음봉에 오른 뒤 동학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제 맘에 듭니다.

 아침을 먹은 식당의 주인 아저씨도 그 코스가 좋다고 추천을 해 주시네요.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계룡산 정상의 능선은 완전히 흰눈에 파묻혀 있습니다. 며칠 전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그 눈이 이런 설경을 연출해 놓았습니다.

 이게 웬떡인가요. 눈 쌓인 겨울산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 아이젠과 마스크, 방한모 등 겨울 산행에 필요한 장비와 방한복을 모두 제대로 챙겨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준비 잘한 저에게 스스로 마구 칭찬을 해 줍니다.

 그런데 날씨가 남쪽 지방 답지않게 매우 춥습니다. "왜 이렇게 춥냐. 우리가 사는 강원도 보다 훨씬 추운것 같다"고 하자 그곳 사람들, "충청도에서는 여기가 강원도"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계룡산 이라는 큰 산을 끼고 있기에 겨울철에는 상당히 춥다는 얘기였습니다.

 

 *산행일시: 2013년 11월 30일

 *코스: 동학사 주차장-천정탐방지원센터-(2.1km)문골삼거리-(1.1km)큰배재-(0.6km)남매탑-(0.5km)삼불봉-자연성릉-(1.8km)관음봉-(0.8km)은선폭포-(1.7km)동학사-(1.5km)주차장

 *총 이동거리: 10.1km

 *이동시간: 4시간 20분

 

 귀가 시간 때문에 연천봉과 그 유명한 갑사를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산행이었습니다.

 충남지역에서는 고산준령이라고 할 수 있으나 강원도 험한 산을 주로 다닌 저로서는 비교적 쉬운 산행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자연성능 구간과 마지막 관음봉을 오르는 급경사 계단 코스는 길이도 긴데다 높은 벼랑 능선으로 길이 나 있기 때문에 우천 산행이나 눈이 쌓였을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관음봉에서 은선폭포가 있는 동학사 계곡으로 하산을 하면서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길래, 이 쪽으로 올라갔으면 땀 좀 뺐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두타산, 가리왕산, 설악산 등지에 깔딱고개, 된비알 오르막 보다는 힘겹지 않은 곳 입니다.

 제가 선택한 코스는 처음부터 완만한 오르막 산길이 계속 이어지고, 그 뒤 짧은 급경사 봉우리를 여러개 넘으면서 긴 능선 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막판에 급경사 계단을 치고 올라가는 순서로 코스가 이어졌습니다.

    

  (이제 출발입니다. 동학사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천정탐방지원센터 입니다)

 

 

 

 

 

 

 

  (처음에는 낙엽 쌓인 호젓한 산길이더니 올라갈수록 눈 쌓인 설산의 풍경이 나타납니다. 고드름도 구경하고, 눈 밟는 재미에 빠져 이동하다보니 벌써 큰배재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장군봉 등지로 갈리는데, 저는 남매탑 방면으로 갑니다) 

 

 

 

   (동학사에서 이곳으로 곧바로 올라오는 길도 있었네요. 저는 여기까지 3.5km를 걸어 왔는데, 동학사 직진 코스는 1.7km네요)

 

 

 

 

 

 (남매탑 입니다. 하나는 5층, 하나는 7층인데,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남매탑에 얽힌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한 스님이 토굴을 파고 수도를 하고 있던 중 울부짖으며 찾아온 호랑이 입속 목구멍에서 큰 가시를 빼내 주었는데, 며칠 뒤 호랑이가 아리따운 처녀를 등에 업고 와서는 그대로 놓고 갔다고 합니다. 처녀는 상주사람으로 혼인을 치른 날 밤에 호랑이에게 물려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스님에게 말 했답니다. 겨울 추위가 물러간 뒤 스님은 처녀를 집으로 돌려 보냈으나 그 처녀의 부모는 이제 다른 곳으로 시집 보낼 수도 없게 됐으니 인연대로 스님이 부부의 연을 맺어 주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고심끝에 스님이 그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 평생을 수행하다가 한날한시에 열반에 들자 두 남매스님의 정을 기리기 위해 탑을 세우고, 두 스님의 사리를 모셨다는 얘기입니다. 남매탑 아래에 있는 암자는 상원암 이라고 하는데, 때마침 점심때여서 등산객들이 양지쪽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양심 커피자판기도 눈길을 끕니다)

 

 

(남매탐에서는 등산로가 여러군데로 연결됩니다)

 

 

 

 

 

 

 

(삼불봉(해발 775m) 입니다. 천황봉이나 동학사 쪽에서 보면 마치 세부처님이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삼불붕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계룡산 사방 곳곳의 경치가 가장 잘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느껴집니다)

 

 

 

(지나온 삼불봉이 정말 멋지게 다가섭니다. 푸른 소나무와 흰눈, 파란 하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니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가 됩니다)

 

 

 

 

 

 

 

 

 

(여러개 산 봉위를 넘고, 깎아지른 봉우리 옆으로 난 등산로를 타면서 자연성릉 지대를 통과합니다. 자연성릉은 계룡산 능선 가운데 스릴과 산행 묘미가 으뜸이었습니다. 특히나 칼 바위 절벽위로 난 등산로가 능선 등산의 백미를 연출하는데다 흰눈까지 쌓여있어 경치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이름그대로 자연미를 제대로 만끽하는 자연성릉을 걸으면서 주변을 조망하는 경치는 계룡산이 주는 최고의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자연성릉을 통과하니 저 앞에 관음봉이 보이는데, 거기까지 오르는 급경사 계단 등산로가 또 아찔합니다. 수백미터 정도 오르막인데, 경사가 급한데다 계단에 눈이 쌓여있어 등산객들이 너나없이 조심조심 입니다. 중간쯤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계룡의 능선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집니다)

 

 

 

(해발 816m, 관음봉 정상입니다.  정상 표지석이 칼 봉우리에 서 있어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관음봉의 한운, 즉 구름 운해가 계룡산 팔경의 하나라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쾌청해 한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맑은 하늘 아래 계룡산 정상도 풍광과 운치가 역시 천하의 영산 다웠습니다)

 

 

(관음봉 정상에는 정자가 지어져 있었는데, 이곳에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잠시 쉬면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했습니다)

 

 

(이제 내려가는 길인데, 연천봉과 동학사 하산길이 여기서 갈립니다. 갑사로 가는 길도 이 부근에 있습니다)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이었습니다. 먼저 내려가던 중년 남자분들이 "이 길로 올라왔으면 꽤 힘들었겠는데"라고 말하는데, 그 말 그대로 였습니다. 그러나 두타산이나 가리왕산, 살악산 등지의 깔딱고개와 비교될 정도의 장거리 된비알 오르막은 아닙니다)

 

 

(은선폭포 입니다. 지금은 아주 가는 물줄기가 흘러내렸는데, 마치 은실이 길게 늘어뜨려 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은선폭포인가요)

 

 

 

(은선폭포 아래 계곡입니다. 사계절 어느때든 정말 걷기 좋은 길로 느껴집니다)

 

 

 

 

 

(동학사(東鶴寺) 입니다. 남매탑 전설에 전해지는 상원조사(上願祖師)에서부터 최초 창건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신라시대 상원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입적한 뒤 724년에 그의 제자 회의화상이 남매 스님을 기리는 쌍탑을 세우고 창건했다는 사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스님들의 강원이라고 하는데, 역사 경내 곳곳에 비구니 스님들이 적지않게 눈에 띠었습니다. 곳곳에 스님들의 공부방과 수도처가 많아 공부하는 절 분위기가 물씬했습니다. 그래서 '전통과 미래를 열어가는 승가교육의 혁신 도량'을 동학사가 표방하는 상징 슬고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동학은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설(說)로는 고려의 충신이면서 동방이학의 원조 격인 정몽주 선생을 이 절에 배향한데서 동학 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고려시대들어 도선국사가 중창을 왕명을 받아 중창을 했으나 이후 여러번의 전란과 화재로 소실을 거듭하다가 6.25 전쟁 때 대부분 불탄 것을 1960년대 이후 다시 중건했습니다.)

 

 

 

 

(이제 동학사 일주문에 도달햇습니다. 동학사에서 이곳 일주문까지 거리도 1km 정도는 돼 보였습니다)

 

 

(동학사를 지나면서 산행 이정표를 다시 보니 계룡산 등산로가 참 여러군데로 나 있네요. 이번에 동학사 코스를 돌았으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그 유명한 갑사 코스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갑사는 가을단풍이 매우 유명한데, 사색하면서 걷기에 그만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마곡사를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있듯이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의 경치가 최고라는 것을 그 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