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오대산 단풍 산행기(상원사-비로봉-상왕봉 코스)

좋은산 2016. 10. 16. 11:42

 

 <오대산 단풍 산행기>

*코스:상원사-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1563m)-상왕봉(1491m)-두로령 갈림길-북대 갈림길-상원사

*이동거리: 12.9km

*산행시간: 4시간10분

*일시:2016년 10월 15일

 

 

 

 

 

 

 

 

 

 오대산의 단풍을 본 적이 있나요?

 숲은 물론이고 계곡의 물빛과 나그네의 잠든 감성에까지 불을 지피는, 그런 화려한 단풍 잔치를 만난 적이 있나요?

 저는 오늘 그런 단풍을 즐기고 왔습니다.

 이쯤되면 단풍이 오대산 계곡 즈음까지 내려왔을 것 이라고 생각했던 예상은 정확했습니다.

 월정사-상원사에 이르는 저 유명한 선재길 계곡 전체가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선재길의 주인인 전나무 숲길의 푸른 상록림이 도통 맥을 추지 못하더군요.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상원사에 이르는 9km의 숲길로, '치유의 길', '깨달음의 길'로 유명합니다.

 그 천년의 숲길 위에서 등산객들은 물빛까지 빠알간 색으로 바꾼 단풍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기 위해 계곡으로 몇번씩 내려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일년에 딱 한번, 이즈음에만 찾아오는 자연의 가장 화려한 잔치를 쉬이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예 계곡의 너른 바위에 짐을 펼치고 앉아 한참씩 자리를 뜨지  않고 단풍만 바라보는 산객들도 적지 않더군요.

 때는 10월 중순. 단풍은 지금 강원도 산하의 해발 900-500m 공간을 물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말(10월 22일-23일)에는 경험상 강릉의 소금강과 동해시의 무릉계곡 일원에서 다시 한번 떠들썩한 단풍 잔치가 펼쳐질 것 입니다.

 가만히 보면 정말 이토록 장엄하고 화려한 행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높은 곳에서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북에서 남으로, 단풍은 그렇게 세상 모두에게 예외없이 가장 기막힌 계절을 선물하면서 대이동을 합니다.

 10월 중순 오대산은 월정사-선재길 계곡-상원사-적멸보궁에 이르는 구간이 모두 단풍 세상 입니다.

 오대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공간에 자연이 선물하는 절정의 화려함이 더해진 것 입니다.

 때를 같이해 오대산 월정사에서는 '오대산 문화축전(10월 8일-16일)'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단풍에다가 천년 고찰의 향기를 담은 문화축전까지 더해지니 월정사 선재길 계곡이 말그대로 인산인해 입니다.

 탐방객이 워낙 많다보니 산행 들머리인 상원사 주차장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해 중간에 차를 세우고 상원사 주차장까지 1km 이상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동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보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냥 차를 타고 쉽게 지나쳤을 수도 있는 선재길 계곡의 단풍 잔치를 가장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행운을 얻은 때문이죠.

 역시 산길은 걸어야 합니다.

 

 

 

 

 

단풍을 보면 생각나는 시(詩)가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 이라는 시 입니다.

 

"저게 저절로 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 안에 땡볕 두어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날"

 

단풍 또한 그런한 것 아닌가요. 우리네 인생도 꼭 그러합니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가 중심 사찰로 자리잡고 있는 이곳 오대산은 불가에서 지혜의 상징으로 통하는 문수보살이 기거하는 산으로 유명하고, 상원사는 적멸보궁과 함께 그 핵심인 무수 성지로 일컬어 집니다.

상원사는 조카 단종에게 임금 자리를 빼앗은 조선 7대왕 세조가 말년에 심한 피부병으로 고생하게 되자 피부병 치료를 위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때 상원사 계곡물에서 목욕을 하던 세조가 한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 줄 것을 부탁한 뒤 "어디가서 임금의 옥체를 씻어줬다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자 동자승이 "대왕께서도 어디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는 말을 하지 마시오"라고 했다는 재미있는 스토리도 전하고 있습니다. 

오대산의 중심, 노른자위에 자리잡고 있는 상원사는 직접 가서 보면 정망 천하의 명당터에 절을 지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원사 요사채와 주변 산이 하나로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그림을 산중에 걸어놓은 것 같습니다.

 상원사의 10월 중순은 단풍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더 아름답겠습니까.

상원사에서는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을 꼭 구경해야 합니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으로 이동하는 중감 쯤에 만나게되는 중대사자암 입니다. 산비탈의 경사진 면에 계단식으로 요사채를 지은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주변 숲이 단풍으로 물드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오대산 최고의 성지 적멸보궁 입니다.

부처님 진신라리를 모신 보궁이므로 자연스럽게 몸가짐을 정갈하게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은 오대산 적멸보궁과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정선 정암사, 경남 양산의 통도사 입니다.

비로봉을 정점으로 다섯 봉우리가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는 오대산은 적멸보궁을 중심으로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남대(지장암), 북대(미륵암), 중대(사자암) 다섯대에 암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산 이름이 오대산인 것도 그로부터 연유한 것 입니다.

 중심 사찰인 월정사는 팔각구층탑(국보 제48)을 비롯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史庫) 또한 이곳에 있었으니 오대산과 월정사, 상원사 등은 우리 역사에서 크나 큰 무게를 지닌 곳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멸보궁을 지난 뒤 비로봉까지 1.5km는 계단형 비탈길로 이어집니다. 오대산 등산에서 가장 힘겨운 구간입니다.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1563m) 정상 입니다.

등산객들이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비로봉 정상 일원은 이미 단풍 잔치가 훑고 지나가 버렸네요.

벌써 마름잎 나뭇가지가 앙상한 것이 초겨울 처럼 스산합니다.

여기서부터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비교적 완만해서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비로봉-상왕봉 이동 능선(2.3km)에는 주목 군락지를 비롯 천년 풍상을 이겨낸 고목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띱니다.

 

 

 

 

 

 

 

 

 

 

 

 

상왕봉 정상은 사방을 조망하면서 쉬어가기에 좋은 곳 입니다. 비교적 너른 터가 형성돼 있습니다.

여기서 두로령 쪽으로 1km쯤 가다가 두로령과 상원사 방향 갈림길에서 상원사 쪽으로 하산합니다.두로령으로 갈 생각도 했으나 시간관계상 그냥 오대산 핵심을 일주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임도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두로령 방향 숲속에 북대(미륵암)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계속 임도를 따라 너른 길로 걸어야 합니다.

 

 

 

 

 

 

 

12.9km를 돌아 상원사 입구에 다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