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눈꽃 산행>
*산행코스(당골-망경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당골)
*산행거리: 11.7km
*산행 시간: 4시간 30분
*산행 일시: 2015년 12월 12일
태백산 눈꽃을 또 만나고 왔다.
전날, 강원 산간 높은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또 몸이 근질거렸다.
눈이 내린 다음날, 날씨가 맑으면 태백산은 겨울 설산의 대명사답게 그야말로 최상의 설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다소 찌푸린 날씨 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집을 나섰으나 낮시간 대에 하늘이 점차 맑아지더니 태백산 중턱을 오를 때 쯤에는 파란 하늘이 완연할 정도로 시야가 탁 트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태백산의 황홀경.
당골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중턱 쯤 부터 높은 나무끝 가지마다 상고대가 파란 하늘을 도화지 삼아 가장 화사한 꽃무늬를 선보이더니 만경사 근처, 8부 능선에 이르러서부터는 아예 산 전체가 함박 눈꽃세상이다.
역시 겨울 태백산은 나그네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눈꽃이 지천으로 피어난 태백산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는 뭐니뭐니해도 주목(朱木)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 주목 나무 고목이 앙상한 가지끝에 아슬아슬 설화(雪花)를 피어내면서 의연하게 눈보라 강풍을 이기고 서 있는 모습은 찬탄을 넘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보기 위해 망경사 지점에서 유일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망경사에서 500여m만 더 오르면 곧바로 천제단으로 직행할 수 있지만, 주목과 어우러진 눈꽃 별천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약 1km 정도를 우회하는 수고를 자청한 것이다.
유일사 코스는 태백산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만날 수 있는 등산로다.
유일사매표소-천제단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7-8부 능선 쯤 부터는 누천년 풍상을 이겨낸 고목에서부터 아직 사철 푸른 상록의 주목까지 갖가지 주목이 전시장을 방불케하듯 도처에 널려있다.
그런 이유로 유일사-천제단 코스 또한 태백산에서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코스로 유명하다.
유일사 코스의 주목 군락지는 사방이 탁 트여있는 조망미가 또한 압권이다.
때로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거침없이 몰아치는 고산 등어리에 수호신 처럼 우뚝 서 있는 주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인데, 오늘 처럼 눈꽃 상고대 결정이 '화룡점정'을 더하면, 그것이야 말로 수고한 자를 위해 태백산이 준비한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군봉-천제단-문수봉의 눈부신 겨울 나신.
마치 희디 흰 밀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4km 거대한 산 능선이 온통 순백의 눈꽃밭이다.
그 눈꽃길을 걸으면서 지금 그대가 할 일은 오감을 모두 열어놓고 즐기는 일 뿐이다. 땀 흘린 나와 자연에 감사하면서….
태백산의 상징은 천제단(해발 1561m)이다.
따라서 산객들의 목적지는 예외없이 천제단을 만나는 것이고, 등산로는 3개 코스로 나뉜다.
①당골광장에서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으로 직행하거나 ②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천제단으로 오르는 코스 ③당골광장에서 문수봉(또는 소문수봉)을 거쳐 천제단까지 능선을 타는 코스다.
나는 오늘 3개 코스를 혼합하는 등산을 했다. 시작은 ①번으로 했으되, 중간에 주목 군락지를 즐기기 위해 ②번 코스로 일부 우회를 했고, 나중에는 천제단에서-문수봉-당골광장까지 ③번 코스를 역순으로 도는 등산로를 탔다.
따라서 실제 이동거리는 산행기에서 기록한 11.7km 보다 조금 더 길 수도 있겠다.
참고로, 태백산은 천제단을 중심으로 여러 등산로가 갈리기 때문에 오느 코스를 선택하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등·하산 코스를 달리하면서 이동거리를 연장해 여러 경관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 경우에는 주차된 차량이 있는 곳 까지 원점 회귀를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원점회귀를 할 수 없을 때는 하산 후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이 따른다.
또 태백산과 소백산은 겨울 칼바람이 유명한 곳이다.
고산능선이 대개 그러하지만, 태백산과 소백산은 칼바람, 맹추위의 위용이 정말 대단하다. 눈보라가 얼굴 마스크 빈틈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거셀 때도 있고, 장갑을 벗으면 채 1분도 버티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겨울 능산시에는 아이젠과 스패치는 물론 장갑과 마스크 등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평소라면, 산객들의 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어 호젖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왼쪽 문수봉 쪽으로 올라갔지만, 오늘은 오른쪽 천제단으로 직행하는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어느 코스로 오르든 천제단 정상을 찍인 뒤에는 당골광장으로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천제단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만경사다. 여기서 500m만 더 비탈 경사로를 타고 오르면 천제단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나는 오늘 태백산 설산의 주목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이곳 만경사에서 유일사 방향 등산로로 우회하는 코스를 택했다. 우회거리가 1km 이내로 그리 멀지 않은데다 태백산의 절경, 특히 주목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만한 코스다.
눈꽃 너머로 멀리 함백산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함백산(해발 1573m)은 태백산과 이웃해 쌍벽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고봉이다. 함백산은 멀리서 보면, 산 꼭대기에 성을 쌓아 올린 듯 요새 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제부터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이 도열하듯 줄지어 나타난다. 유일사매표소-장군봉-천제단까지 오르는 등산로 7-8부 능선부터는 주목이 많기로 유명한 태백산에서도 대표적인 주목 군락지다. 천년 풍상을 이겨낸 주목이 겨울 태백산의 수호신 처럼 가지마다 눈꽃을 피우고 서 있는 모습은 찬탄을 넘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이 구간은 눈꽃세상이 펼쳐지는 겨울철에 지·정체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몇걸음 옮길 때 마다 나타나는 주목에 시선을 뺏긴 등산객들이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않고, 홀린 듯 셔터를 눌러대기 때문이다.
어떤 주목은 마치 사슴뿔에 흰꽃이 피어난 듯 하고, 또 다른 주목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흰눈으로 장식한 듯 화사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 각양각색의 주목 나무 앞에서 등산객들이 긴 줄을 만들고 사진 차례를 기다리는 곳, 그곳이 겨울 태백산이다.
태백산 정상 능선이 시작되는 장군봉이다. 장군봉은 1567m로 태백산에서 해발 표고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 장군봉에서 천제단-문수봉으로 이어지는 4km 가까운 능선이 태백의 주능선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순백의 능선이 파도치듯 일렁이고, 일망무제, 탁월한 조망미를 자랑하니 그 유혹이 강렬하기 이를데없다.
태백산은 '명산'이라기 보다는 '영산(靈山)'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다.
태백산은 단군조선, 삼한,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천제를 올리던 성스러운 곳이다. 신라시대에는 삼산오악(三山五岳) 중 북악(北岳)으로 부르며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범상치않은 역사의 무게 때문에 태백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통한다. 매년 연초에 태백산에 발디딜 틈 없이 많은 산행 인파가 몰리는 것도 민족의 영산에서 새기운을 느끼기 위한 '행군'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에 영험한 산이기 때문에 그 정기를 받아 새해에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한해를 더욱 활기차게 보내려는 소망의 발길인 것이다.
가장 선명한 천제단은 오늘 처럼 맑은 겨울날에 만날 수 있다.
태백산 능선이 저기 문수봉으로 물결치듯 이어진다. 겨울 설산에서는 산 등성이 능선의 윤곽이 이렇게 선명해진다.
여기 이 주목은 태백산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을 만하다. 주목이 널려있는 곳이 태백산 정상부인데,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주목이니 그 기상이 단연 압권이다. 산객들에게는 최고의 포토존으로 통한다. 천제단에서 문수봉 쪽으로 몇백m만 이동하면 등산로 바로 옆에 태백산의 상징 처럼 서 있는 이 명품 주목을 만날 수 있다.
문수봉은 너덜바위 정상에 큰 돌탑이 상징 처럼 우뚝 서 있어 더욱 신비스러운 곳이다.
문수봉에서는 천제단은 물론 멀리 함백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사방을 굽어보는 조망미가 탁월한 곳이 문수봉이다.
문수봉에서 능선을 따라 더 나아가면, 소문수봉을 거쳐 당골 광장으로 하산할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소문수봉 입산이 통제되니 이곳 문수봉에서 하산길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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