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소금강지구 단풍 산행>
*코스: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 분소-무릉계-구룡폭포-만물상-백운대-광폭포-낙영폭포-깔딱고개-노인봉삼거리-노인봉 왕복
*산행거리: 20.4km(편도 10.2km)
*산행시간: 7시간
*날씨: 대체로 맑음
*산행일시:2015년 10월 24일
명불허전(名不虛傳).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의 가을은 유명세 그대로였다.
소금강은 이 고장 강릉 태생인 대현 이율곡 선생께서 금강산과 흡사하다고 극찬한 곳.
빼어난 계곡미에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오대산국립공원 명소에 가을의 진객인 단풍이 더해졌으니 그 아름다움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 할 수 있으랴.
그 소금강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 오늘 작심하고 소금강 계곡과 오대산을 찾았다.
예상대로 소금강은 계곡 중반부에서 절정의 단풍 잔치가 한창이었다.
국립공원 소금강분소에서 1.8km 거리에 있는 '식당암'에 도착하니 계곡 전체가 울긋불긋, 마치 물감을 흝뿌려 놓은 듯 하다.
구룡폭포와 만물상, 백운대로 이어지는 계곡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단풍 잔치는 더욱 요란했다.
식당암-구룡폭포-만물상-백운대 구간은 소금강 계곡의 볼거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드넓은 바위 암반과 폭포, 기암괴석이 쉴새없이 이어져 소금강 계곡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백미로 손꼽히는 구간이다. 그런 곳이 화사하기 이를데 없는 단풍 옷으로 곱게 갈아 입고, 탐방객들을 맞으니 감탄사에 콧노래가 그칠새 없다.
단풍은 광폭포(5.4km)를 지나서 조금씩 사라지더니 계곡 끝단 낙영폭포(7.5km)에 이르자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단풍을 계곡 저 밑으로 내려보내고 해발 500-600m 능선과 고산은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능선의 탐방로에 수북히 쌓인 활엽 낙엽이 얼마전 이곳에서도 화려한 단풍 잔치가 벌어졌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추장스런 모든 것을 털어내고, 오직 눈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뒀으니 이곳이 그 모습이 오히려 의연하다.
때는 분명 깊어가는 가을이로되 산은 이렇듯 다른 모습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크게 이곳 소금강지구와 월정사지구 두군데로 나뉜다.
소금강지구는 6번국도 진고개 정상을 경계로 노인봉과 소금강 계곡으로 이어지고, 월정사지구는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 적멸보궁, 비로봉, 상왕봉 등 불교 유적과 명산이 집중돼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월정사지구는 어머니 품 처럼 포근한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고, 소금강지구는 기암괴석과 폭포, 소와 담 등의 계곡미가 압권인 곳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소금강 지구는 소금강계곡-노인봉-진고개 휴게소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 종주거리는 14.1km에 달한다.
소금강지구의 정상인 노인봉(해발 1338m)을 기준으로 하면, 진고개휴게소에서 출발할 경우 3.9km, 국립공원 소금강 분소에서 출발해 노인봉까지 이동할 경우 10.2km를 걸어야 한다.
진고개휴게소에서 노인봉 정상으로 접근하는 탐방로는 거리도 짧은데다 이미 진고개휴게소가 해발 960m 지점이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을 밟을 수 있다.
반면, 소금강분소를 들머리로 산행에 나설 경우에는 노인봉 정상까지 이동거리 무려 10.2km에 달하는데다 기나긴 소금강 계곡 탐방에 깔딱고개 비탈길까지, 결코 만만치 않은 노고를 감내해야 한다.
소금강은 계곡 끝단의 낙영폭포까지 계곡 탐방로가 7.5km에 달하고, 낙영폭포에서 노인봉까지 비탈길과 능선 이동로가 또 2.7km 더해진다. 특히 낙영폭포-노인봉 이동선상에 있는 1km 정도의 깔딱고개가 힘겹다.
따라서 등산을 위해 소금강을 찾는 탐방객들은 주로 6번국도 진고개 정상 휴게소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해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탐방 루트를 훨씬 선호한다.
단, 소금강-노인봉-진고개 종주 등반시에는 차량이 있는 곳으로 원점 회귀가 안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단체 등산객들은 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면서 버스는 아래 소금강분소 주차장으로 미리 내려놓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소금강-노인봉을 왕복하는 코스를 택했다. 승용차를 소금강계곡 입구에 주차했기 떄문에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그 때문에 왕복 20.4km, 무려 50리가 넘는 고행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명승 1호의 계곡미에 단풍이 더해진 산행은 그야말로 행보감 가득한 '힐링 루트'였다.
참고로 소금강은 입구-낙영폭포까지 계곡 탐방만 해도 특월한 산행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입구 소금강분소에서 계곡 끝단의 낙영폭포까지 거리는 7.5km.
낙영폭포가 해발 830m 지점에 위치해 있으니까 웬만한 산을 긴거리로 등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7.5km 계곡 안에는 수백명이 족히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식당암에서부터 구룡폭포와 만물상, 백운대 등의 구경거리들이 즐지어 분포해 했고 소와 담이 많아 먼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을 '명주(溟州)' 청학동 소금강 이라고 한 것은 예전에 소금강이 있는 이곳 삼산리가 명주군 연곡면 삼산리 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강릉시와 시,군 통합이 이뤄져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이다. '명주'라는 지명은 삼국대, 신라 경덕왕 때부터 사용해온 강릉지역의 오래된 지명이다. 소금강은 원래 청학동으로 불리었으나 율곡 선생께서 '청학산기'에서 이곳을 금강산의 축소판 이라고 극찬하면서 '소금강'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 소금강은 1970년에 명승 제1호로 지정됐고, 현재 오대산국립공원지구에 속해 연중 수많은 관광·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금강 지구는 입장료(문화재관람료), 주차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친절히 안내만 할 뿐 나올때도 주차료를 달라는 말이 없다. 그냥 건강한 몸과 여유로운 마음만 가져가면 되는 곳이 소금강이다.
소금강 계곡 내에 있는 사찰 '금강사' 경내 전경이다.
금강사 앞 바위에 '소금강'과 함께 여러 글씨가 새겨져 있다. 율곡 선생이 쓴 글씨라고 한다.
그 유명한 '식당암(食堂岩)' 이다. 딱 2km를 걸어와 만났다.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내어주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마의태자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성을 쌓고 군사들을 훈련시킬 당시 군사들이 식사를 하던 곳 이라고 한다. 혹은 400년 전 강릉 출신인 율곡 이이 선생이 식사를 했던 곳 이라고도 하며, 선생이 소금강을 방문하고 기록한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에 "이 바위를 옛날에는 식당암이라고 했으나 바꾸어서 비선암이라 하고 바로 앞의 소(沼)를 경담이라 부른다"고 기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역시 식당암 이라고 부른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백여명은 족히 식사를 할만한 장소여서 식당암 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전국 각지를 여행하다보면,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는 것이 정말 많은데, 역시 한나라의 흥망에는 스토리가 참 많이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소금강의 명물 구룡폭포다. 상단의 폭포 뿐 아니라 하단의 폭포까지 길게 이어지는 것이 쉽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니다, 구룡폭포 쪽 물줄기가 흐르는 골짜기를 '피골'이라고 부르는데, 마의태자 군사들이 고려군에게 패해 군사들이 흘린 피가 내를 이룬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단풍이 너무 현란해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햇빛을 받는 단풍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마치 보석을 흝뿌려 놓은 듯 신비롭다. 대구에서 이 경치를 보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출발했다고 하는 한 산객은 "오대산 소금강 단풍, 정말 천하제일"이라고 감탄하면서 "새벽 잠을 설친 보람이 있다"고 연신 즐거워했다. 매년 10월 말, 소금강은 온통 단풍의 바다, 비할데 없는 황홀경이다.
단풍 물이 뚝뚝 떨어져 내 옷에도 단풍이 그대로 물들 것 같다. 말 그대로 단풍 터널이요, 단풍의 바다다.
가도가도 끝없는 단풍의 행진. 오대산 최고봉 비로봉에서부터 시작해 노인봉과 능선을 물들이면서 내려선 단풍이 소금강 계곡 심장부를 완전히 점령했다. 단풍이 행진하는 속도를 보니 10월 소금강의 단풍을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3주 정도는 연속해 주말마다 소금강-노인봉을 찾아야 가능할 것 같다.
구룡폭포를 거쳐 단풍터널을 지나오니 '만물상'이 나타난다. 역시 소금강 입니다. 금강산 천선대에서 바라봤던 만물상을 여기서 만나다니. 금강산 만물상을 본떠서 이름지었지만, 그래도 옛 선인들이 소금강 만물상 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그만한 경치가 있기 때문이다
만물상을 지나니 백운대다. 드넓은 바위 암반이 펼쳐지는데, 휴식을 추하면서 요기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소금강 계곡 끝단에 있는 낙영폭포다. 해발 830m 지점이다. 계곡 탐방은 여기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노인봉으로 오르는 비탈길 능선이 나타난다. 노인봉까지 2.7km가 남았다고 하는데, 깔딱고개 비탈길은 1km 정도다. 나머지는 비스듬히 이어지는 능선 등산로다. 그래도 소금강 계곡 입구부터 워낙 먼거리를 이동하기에 쉬엄쉬엄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노인봉과 마주하고 있는 남쪽 최고봉 황병산(1407m)이 나눗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깔딱고개 된비알은 모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노인봉 옆구리를 휘감아 된 뒤 남쪽 사면을 타고, 노인봉을 오르게 된다.
멀리 보인는 산 꼭대기가 황병산이다.
오대산 노인봉과 이웃하면서 바라보는 조망 매력이 탁월한 곳이다.
황병산 해발 1407m로 오대산 노인봉보다 높다.
오대산국립공원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고봉. 노인봉에 서면 동해 바다가 발 아래 지척이고, 비로봉-상왕봉-두로봉이며 동대산 등의 오대산 연봉은 물론 남-북으로 내달리는 백두대간 능선이 도열하듯 다가선다.
그만큼 주변을 둘러보는 조망미가 탁월하다.
특히 노인봉에서 남쪽으로 마주보이는 황병산(1407m) 아주 매력 포인트다.
황병산 정상은 겨울이면 흰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특히 도드라져 멀리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 옆으로 소황병산이 모자지간 처럼 나란히 자리하고,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곤신봉과 선자령 등의 백두대간 능선이 남쪽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동남쪽, 산 줄기가 끝나는 곳에는 경포해변도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탁월한 조망미 때문에 노인봉은 사시사철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인봉 정상에서 멀리 연곡과 주문진 쪽을 바라봤다. 능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소금강 계곡이다.
노인봉 아래 삼거리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소금강 계곡 방향이고, 오른쪽은 진고개로 연결되는 탐방로다.
노인봉대피소(쉼터)를 지나 다시 깔딱고개를 거쳐 소금강 계곡으로 하산한다. 대피소에는 화장실과 휴게시설이 갖춰져 있다.
노인봉 정상의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등산로가 노인봉을 휘감아 돌면서 우회해 오르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다시 식당암에 도착했다. 벌써 근 7시간을 등산했다. 저물녘의 소금강 계곡은 또다른 운치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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