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정선 민둥산-은빛 억새의 가을 군무를 드디어 만나다

좋은산 2015. 10. 18. 14:23

<정선 민둥산 억새 산행>

*산행 코스: 증산초교-급경사로-쉼터-전망대-정상-완경사로-증산초교

*산행 거리: 왕복 5.8km

*산행 시간: 2시간 30분

*산행 일시: 2015년 10월 17일 늦은 오후

*날씨: 맑음

 

 

 

 

 

 

 

 

 

 

 

 정선 민둥산(해발 1119m)의 가을을 보고 왔다.
 지인의 결혼식 축하를 위해 하이원호텔을 방문한 길에 민둥산 등산까지 겸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하이원(강원랜드)호텔에서 민둥산 들머리인 정선군 남면 무릉리(증산초교)까지는 승용차로 10분 거리, 엎어지면 코닿을 지척이니 민둥산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로 꼽히는 민둥산의 가을은 '명불허전', 유명세 그대로였다.

(참고로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는 민둥산과 명성산(경기도 포천), 오서산(충남 홍성), 천관산(전남 장흥), 영남알프스 신불산(울산 울주)이 꼽힌다)

 넘실대는 은빛 물결은 민둥산의 드넓은 정상 평원을 빈틈없이 가득 메웠다.

 해발 1119m, 민둥산 정상 주변으로 펼쳐지는 억새 평원의 넓이가 자그마치 66만㎡. 20여만평에 달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이 햇볕을 받아 은빛으로, 혹은 황금빛으로 조화를 부리니 산 정상에 이런 별천지가 또 있을까.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위는 온통 산 산 산.

 한반도의 지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1000m 이상급 고산준령이 즐비하다.

 함백산, 태백산, 가리왕산, 노추산에서부터 저 멀리 동해바다 쪽으로 고적대와 두타·청옥산에 이르기까지 백두대간 종주 능선 등의 웅장한 산그리메가 은빛 억새 물결 너머로 켜켜이 겹쳐진다.

그런데 그 모든 산 등성이를 타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북에서 남으로 가을의 주인공인 단풍이 거대한 행진을 하고 있다.

 만산홍엽, 제철을 만난 단풍 구경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한 이즈음, 민둥산은 은빛 억새의 군무가 더해졌으니 민둥산 정상에 선 탐방객들은 자연이 강원도 깊은 산간에 숨겨둔 요술세상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 황홀하다.

 정선 강원랜드에서 국도 38호선을 타고 민둥산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햇빛을 받은 산 꼭대기가 불을 밝혀놓은 듯 하얗게 빛나는 산을 보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민둥산이다.

 산 정상부를 장식하고 있는 드넓은 은빛 억새의 물결이 민둥산을 멀리서도 이렇게 돋보이게 만든 것이다.

  9월 18일∼11월 1일까지는 억새 개화기를 맞아 민둥산 아래 정선군 남면에서 '2015 민둥산 억새꽃 축제'가 개최되면서 등반대회와 정선 아리랑 공연 등의 각종 볼거리, 즐길거리가 더해지고 있으니 금상첨화 산행길이다.

 그런데 민둥산의 억새가 근래들어 눈에 띄게 개체수가 줄어들자 정선군에서 참억새 증식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니 등산객들도 억새밭 보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민둥산 정상은 7∼8부 능선 쯤 부터가 온통 억새밭이라고 보면 된다.

 등산을 하다보면 정상 능선에 다다라 타원형 경사면으로 이뤄진 산등성이 전체가 억새의 군무로 일렁이는 희한한 광경을 만나게 되는데, 산 등성이의 특성상 억새밭 전경을 거의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민둥산의 매력이다.

 민둥산은 또 땅이 움푹움푹 꺼져 있는 '돌리네(doline)'라고 불리는 특이한 지질현상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석회암 지대의 퇴적층이 빗물에 용해돼 침하되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이 민등산이다 보니 드넓은 억새밭과 함께 지질학술적으로도 민둥산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민둥산 중턱에 있는 '발구덕'이라는 곳은 마을 곳곳에 둥글게 움푹 꺼져있는 깔때기 모양의 돌리네가 분포해 있는데, 그 수가 8개나 되는데서 '팔구뎅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발구덕' 이라는 특이한 지명도 팔구덩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민둥산은 증산초교와 능전마을, 삼내약수, 화암약수 등지를 들머리로 하는 여러개 등산 코스가 존재하는데, 증산초교-민둥산 정상을 오르는 직행 단거리 코스에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민둥산 등산로 입구 안내판의 지도를 보니 능전마을-발구덕을 거쳐 민둥산을 오르는 코스도 증산초교 코스 못지않게 매우 짧은 짧은 코스로 느껴진다)

 증산초교 코스는 왕복 산행거리가 5.8km로 짧은편이지만, 비탈길 경사가 매우 급하기 때문에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증산초교를 출발해 400∼500여m를 이동하다 보면, 급경사 등산로와 완경사 등산로가 갈리는 지점이 나타나는데,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산객들은 완경사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완경사 등산로는 정상까지 거리가 급경사 등산로보다 600m가 더 길지만, 우회 등산로의 특성상 완만하게 탐방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 소모는 줄일 수 있다.'

 반면에 급경사 등산로는 말 그대로 강원도 비탈길을 압도적 위용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들머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8부 능선의 억새밭을 만날때까지 거의 쉼없이 거의 가풀막에 가까운 비탈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상까지 거리가 2.6km에 불과하다고 해도 체력 소모는 웬만한 산의 5∼6km 등산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번에 급경사 비탈길을 이용해 민둥산 정상을 찍은 뒤 완경사 우회로로 하산하는 경로를 택했다.

 

 <민둥산 등산코스의 개선과제>

 민둥산은 등산로 거의 흙길로 이뤄져 있고 증산초교 방면의 경우 비탈길 경사가 심하다. 이때문에 수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억새철에 건조 현상이 심해지면, 비탈길 등산로에서 흙먼지가 발생한다.

 급경사 등산로에서 등산객들이 미끄러지듯 내려오다 보니 흙먼지가 더욱 가중되는 상황도 유발된다.

 민둥산을 오르는 많은 등산객이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도 흙먼지 때문이다.

 물론 정상의 억새 평원을 비롯 숲길 등산로의 공기는 더할나위없이 청정하지만. 등산로 정비를 통해 건조기에 심화되는 비탈길의 흙먼지도 개선 방안을 찾는다면 더욱 상쾌한 등산 여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여 등산을 마친 뒤 옷과 신발 등에 묻은 흙먼지를 강한 바람을 이용해 털어내는 '흙먼지 털이기' 시설도 확충한다면, 등산 편의가 한층 개선될 것이다.

 

 

 증산초교 앞 민둥산 등산로 입구, 여기서부터 가파른 등산길이 시작된다.

 

 안내판에는 증산초교에서 민둥산 정상까지 급경사 코스는 1시간 50분, 완경사 코스는 2시간이 걸린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안팍,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넉넉하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산행 들머리인 증산초교로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3시간 정도를 잡으면 될 것이다.

 

 증산초교 방향 민둥산 등산로는 처음부터 깔딱고개다. 급경사 된비알을 400여m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급경사 등산로와 완경사 등산로가 갈린다. 그대로 직진하면 완만하게 산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완경사 우회 등산로를 이용하게 되고, 우측으로 길을 잡아 계단길로 들어서면 급경사 등산로를 타게 된다.

 

 여기서부터 비탈길을 그대로 타고 오르면, 민둥산 정상 억새밭이다. 된비알 경사로가 이어지지만, 올라갈수록 사방을 조망하는 멋이 있고, 특히 7-8부 능선 쯤 부터는 은빛 억새의 장관이 연출되기 때문에 힘든 만큼 재미도 쏠쏠하다. 비탈길 이라고는 해도 등산로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몇번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한다.

 

 

 

 

 

 

 

 

 

 

 

  민둥산 중간의 쉼터. 증산초교-민둥산 정상 사이 꼭 절반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포장마차 매점 형태의 쉼터가 자리잡고 있어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다. 발구덕 쪽에서는 이곳으로 임도를 따라 차량 이동도 가능하다. 이곳부터는 경사가 다소 완만해지고, 정상부에 다다르면 억새 능선이 펼쳐지기 때문에 절반 지점이라고 해도 거의 3분의 2는 온 것으로 보면 된다.

 

 

 

 

 

 

 

 

 

 

정상 즈음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전경.

 600-700m 고지 이상은 울긋불긋 온통 단풍세상이다.

 단풍이 눈 앞에서 거대한 행진을 하는 듯한 장관이 눈길을 사로잡아 감탄이 그치지 않는다.

 단풍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산등성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고있는 듯 하다.

 

 민둥산역이 있는 무릉리 마을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저곳 민둥산 억새꽃 축제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이제 은빛 억새 물결의 시작이다. 등산로 양편으로 억새가 바람을 타고 군무를 펼치는 듯한 황홀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급경사 비탈길을 오른 피로가 은빛 억새의 환영 물결에 눈녹듯 사라진다. 

 

 

 

 

 

 

 

 

 마치 솜털 처럼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단풍과 억새의 색조가 요술을 부린 듯 현란하다.

 

 

 

 

 

 

 

 

 

 

 

 

 

 

 

 

 

 

 

 

 

 

 

 

 

 화암약수와 삼내약수 방면에서 시작되는 등산은 증산초교 와는 반대 방향이다.

 

 

 

 

 

 

 

 민둥산 정상 전망대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돼 있는데, 망원경으로 당겨보는 풍경이 또한 이색적이다. 가운데 산 속에 보이는 건물군은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이다. 하이원리조트 너머로 우리나라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인 만항재(해발 1330m)와 함백산(해발 1573m) 능선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있다.

 

 

 

 

 

 

 

 

 

 

 

 

 

 

 

 

 

 

 

 

 

 

 

 

 

 

 

 

 

 

 완경사 등산로를 이용해 하산한다. 등산로의 운치는 급경사보다 완경사 쪽이 훨씬 낫다. 호젖한 야산의 오솔길을 구불구불 돌아가면서 산책하면서 걷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