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봉정암 왕복 산행>
*코스: 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쌍용폭포-깔딱고개-사자바위-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
*산행거리: 20.6km
*산행시간:8시간 30분(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일행: 3명
*산행일시: 2015년 10월 3일
*날씨: 흐리다가 점차 맑음
설악산 수렴동,구곡담 계곡의 단풍을 즐기고 왔다.
수렴동, 구곡담은 백담사-봉정암 코스에 자리잡고 있는 계곡으로, 설악산에서도 단풍 경치가 빼어나기로 이름난 곳이다.
8월부터 이미 여러차례 백담사-봉정암을 다녀왔기 떄문에 흥이 다소 떨어질 법도 하지만, 역시 설악의 단풍은 명성 그대로였다.
울긋불긋 단풍 세상을 거닐다보니 마치 한번도 밟지 않은 별천지를 산행하는 듯 시종 흥겹기 그지없다.
지난 9월23일 시작된 설악산 단풍은 이제 중턱을 지나 아래로, 더 아래로 달음질 치고 있다.
지난주(10월 3일)에 5-6부 능선까지 내려섰으니 아마도 다가오는 이번 황금연휴(9일-11일)에는 백담사 계곡까지 완연한 단풍 물결에 일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풍이 아니더라도 폭포와 계곡, 암릉, 암자 등 구경거리가 지천인 곳에 단풍의 장엄한 행진, 추색(秋色) 황홀경까지 더해졌으니 이즈음 백담사-봉정암 코스는 인간세상이 아니라 선계(仙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그네는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그냥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감동하기만 하면 되니 모든 사람에게 예외없이 기막힌 계절을 선물하는 참 공평한 선계다.
백담사-봉정암(10.6km)은 왕복 이동거리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기나긴 산행 코스다.
그러나 마냥 헉헉대고 오르는 힘겨운 등산로는 결코 아니다.
거의 7-8km는 하천과 계곡을 따라 오르는 탐방로가 길게 이어지고, 완만하게 경사를 높이다가 봉정암에 도달하기 직전 마지막 500-600m가 깔딱고개, 급경사 비탈로 이뤄져 있는 것이 백담사-봉정암 코스다.
이동거리가 멀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지, 등산 코스 자체는 비교적 완만한 여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봉정암을 지나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까지 등산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봉정암에서 소청-중청을 지나 대청까지는 2.3km를 더 올라가야 하고, 고도도 해발 1244m 봉정암에서 대청봉(1708m)까지 460여m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여정을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봉정암-대청봉 코스를 타는 많은 산객들이 봉정암이나 설악산 내 여러 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여정을 택한다.
오색에서 넘어오든,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오든, 백담사에서 오르던, 봉정암은 참 멀고 먼 사찰인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오늘도 수많은 불자들이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봉정암(해발 1244m)을 오르고, 전국의 수많은 등산객들이 주말마다 봉정암 코스를 탐방하는 것은 그만한 즐거움과 보람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단풍 계절인 10월에 절정에 달한다.
백담사-봉정암은 왕복 이동거리가 20km가 넘지만, 볼거리 명소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산행 코스다.
우선 만해 한용운 선생의 체취가 남아있는 저 유명한 백담사에서부터 시작해 다섯살 동자가 한겨울을 혼자 나면서 성불했다고 하는 오세암, 또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의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봉정암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사찰 순례가 매우 인상적이다.
또 설악산 암릉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해발 1244m 봉정암의 탁월한 위치와 아찔한 계곡미의 백미인 수렴동-구곡담 계곡 등 발 딛는 곳 모두 예외없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명승 중의 명승이다.
산행은 드넓은 하천의 돌탑 무더기 인상적인 백담사에서 시작되는데, 백담사는 전체적인 가람 배치가 사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생활 공간 분위기여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오늘 산행은 백담사-영시암-봉정암 코스를 오른 뒤 하산길에 오세암을 경유하는 코스를 택했다.
오세암을 경유하는 코스는 설악 암릉의 상징인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사이 골짜기를 통과하는 루트이기 떄문에 백담사-봉정암 직진 코스에 비해 더 험하고, 힘든 코스다.
봉정암-오세암까지 이동거리는 총 4km.
이곳에는 여러군데 고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하산을 하면서도 작은 산 너댓개를 타 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더 힘겨워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코스를 즐겨 이용하는 것은 오세암 이라는 유서 깊은 명찰(名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백담사-봉정암 코스 산행시 한가지 더 유의해야 하는 것은 용대리 마을에서 백담사 주차장 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객들은 예외없이 용대리 주차장에 차를 세운뒤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는 백담사까지 7km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요금은 성인 편도 기준 1인 2300원,
평소에는 오전 8시 백담사 행 첫차가 출발하고, 오후 6시에 백담사에서 막차가 출발하는데, 이번에 가 보니 10월 단풍철을 맞아 첫차와 막차 시간이 오전 7시와 오후 7시로 1시간씩 앞당겨지고 연장됐다.
용대리-백담사 계곡 길은 차량 1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계곡 외통수 구간이 많기 때문에 승용차 출입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토록 하는 것이 교통소통과 안전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백담사 전경. 이름난 큰 대찰(大刹)이라기 보다는 마치 옛 선비들의 생활공간을 만나러 가는 듯 분위기가 아늑하다.
절이라기 보다는 민속촌 같은 느낌 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그만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고, 친밀하게 다가서는 사찰이다.
647년 신라 진덕영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후로 처음에는 한계사(寒溪寺) 로 칭해지다가 이후 여러 이름을 거쳐 조선 세조 때 중건하면서 백담사(百)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이후 정조 때 부터 백담사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애용되고 있다. 거듭되는 화재로 절 이름을 고치려고 하던 중 주지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대청봉에서 절 까지 웅덩이, 소를 세어 보라고 해서 세었더니 꼭 100개가 되어 백담사라고 부르게 됐는데, 그이후로는 화재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면서 '님의 침묵' 등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하고, 만해(卍海)는 이 사찰의 상징 같은 존재로 통한다.
공부가 저절로 될 것 같은 아늑한 가람의 흥취에 젖은 뒤 백담사 앞 하천의 조약돌 돌탑 무더기를 한동안 감상하고, 세월교 다리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면 봉정암 행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천의 조약돌로 쌓아 올린 수많은 돌탑은 백담사의 상징같은 존재이다.
백담사에서 영시암으로 이동하는 산행 코스, 하천변으로 단풍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대청봉에서 시작해 봉정암을 거쳐 구곡담, 수렴동 계곡을 물들인 단풍의 장엄한 행진이 백담사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시암에 도착했다. 백담사에서 3.5km 거리에 있는데, 하천을 따라 이곳까지 왕복하는 산책만해도 적당한 운동이 되겠다. 이 지점에서 오세암과 봉정암 직진코스가 갈린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백담사-영시암-봉정암 코스에 만나게 되는 수렴동-구곡담 계곡은 계곡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용아장성,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등과 함께 명승으로 지정된 설악산 10경에 이름을 올렸다.
물장구 치던 고향 앞 개울 같은 포근함과 심산유곡의 아찔한 황홀경을 동시에 품고 있다면 이해가 될까. 백담사 앞 드넓은 하천은 고향 앞 개울물 마냥 동심의 추억에 젖게하고, 계곡 속으로 이어지는 무수히 많은 폭포는 신비경의 연속이다.
바위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포의 향연, 특히 쌍용폭포 주변의 풍광은 쉬이 눈길을 놓아 주지 않는다. 폭포에서 쏟아져 계곡을 타고 내리는 물은 명경지수라는 말 그대로 거울 처럼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옥빛이 얼마나 깨끗하고 황홀한 색깔인지는 설악산 수렴동-구곡담 계곡의 물빛을 보면 금방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계곡의 바위 벽면을 타고 축축 늘어진, 혹은 아슬아슬 버티고 선 단풍나무의 현란한 몸짓이 군무 처럼 아찔하다.
마치 파도 치듯이 단풍의 거대한 물결이 이어진다. 단풍은 계곡 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곱고 현란하다.
두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 같다는 쌍용폭포. 좌폭은 22m, 우폭은 46m로 V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구곡담의 대표 명소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지 않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명문이 쓰러진 고목에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한 고승이 맹사성의 자만을 일깨우는 자리에서도 이런 말을 해 큰 가르침을 줬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깔딱고개다. 그런데 그 길이가 길지 않고, 300여m에 불과하니 크게 힘겨울 것은 없다. 깔딱고개 8-9부 능선 쯤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봉황사 한마리가 바위 꼭대기 붙어있는 아찔한 장관을 구경하게 된다.
깎아지른 바위 암릉의 꼭대기에 봉황새 모양의 바위가 숨은 그림 처럼 붙어있다.
이제 깔딱고개를 올라섰다. 그대로 200여m만 직진하면 봉정암인데, 그냥 가지 말고 이 지점에서 사자바위를 반드시 구경하고 갈 것을 권한다. 오른쪽으로 20m만 올라가면 사자를 빼닮은 바위 뒤로 용아장 암릉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 봉정암에 드디어 도착했다. 해발 1244m, 5월에도 눈꽃을 볼 수 있는 곳 이라고 한다. 지리산 법계사(해발 1450m)보다 200여m가 낮지만, 주변 경관으로 느끼는 높이는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석가보니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의 귀한 가치를 품고 있다. 특히 봉정암 주변은 우리나라 암릉 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힐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봉정암 자체가 설악산 암릉의 상징인 용아장성군에 속해 있는데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등 설악의 고봉준령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명당자리에 봉정암과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탑이 모셔져 있기에 순례와 탐방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봉정암 바위암릉은 봉황새 모습이라고 한다.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봉황새의 가장 중요한 목과 입 부분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봉정암은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려고 창건한 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로 명성과 의미를 더하는 곳이다.
백담사에서 출발해 10.6km, 봉정암에 오르면서 생각해봤다. 이렇게 오르기 힘든 곳, 봉정암은 체력과 의지, 믿음 3가지 가운데 하나는 있어야 올 수 있는 곳 이라고.
봉정암은 설악산 최고의 암릉으로 손꼽히는 용아장성 기암괴석 군에 속해있는 곳이다.
석가사리탑 뒤쪽의 전망터에 오르면,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등 설악산이 자랑하는 암릉의 물결이 경이, 그 자체다.
봉정암에서는 소청-중청-대청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계속되고, 오세암 방면으로도 등산로가 연결된다.
봉정암에서 제공하는 주먹밥이다. 참기름으로 비빈 밥을 김에 싸 주는데, 그 맛이 은근히 입맛을 당긴다.
봉정암 뒤로 소청산장과 송청, 대청이 이어진다. 대청봉까지는 2.3km를 더 가야한다.
보물 제1832호인 봉정암 석가사리탑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봉정암과 설악의 장엄한 경치는 찬탄을 넘어 경외감으로 다가설 정도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서북능선 등 설악의 이름난 고봉준령 능선을 한자리에서 모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또 부처님의 가없는 가피가 더해지는 곳, 그 선계를 찾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산객은 묵묵히 봉정암을 오르내린다.
석가사리탑에서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 전망대 바위 위에 서면 산객은 한동안 그저 감탄사만 흘릴 뿐이다. 용아장성 바로 앞에 서 있는 곰바위가 상징 처럼 산객을 맞고, 그 뒤로 거대한 설악의 암릉이 마치 용틀임하듯 파노라마를 펼친다.
왼쪽으로 가깝게 보이는 칼바위 암릉이 용아장성이고, 오른쪽으로 조금 멀리 보이는 암릉은 공룡능선이다.
사진 위는 공룡능선. 사진 아래는 용아장성.
이제 오세암 방면으로 하산한다. 석가사리탑 부근에 오세암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오세암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공룡능선이 계속 가까이 다가선다. 아래 사진은 용아장성이고, 그 아래는 공룡능선이다.
지나온 봉정암과 소청봉 등이 어느새 아득하다.
어느새 4km를 걸어 오세암에 다다랐다.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이동하는 등산로는 하산길이지만, 작은 산 서너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오세암에 다라르면 마등령과 봉정암 코스 갈림길이 나타난다. 마등령은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해발 표고가 1320m나 되니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마등령에서 무너미고개까지 5km 암릉이 저 유명한 설악의 상징, 공룡능선이다. 마등령은 이곳 오세암을 통해서도 오를 수 있고, 속초시에 있는 소공원-비선대 구간에서도 오를 수도 있다.
오세암을 거쳐 다시 영시암에 도착했다. 영시암 샘물로 목을 축이고, 3.5km만 더 이동하면 백담사이다. 참고로 백담사-봉정암 산행의 경우 각 사찰에 모두 샘물과 식수가 구비되어 있기 떄문에 너무 많은 물을 배낭에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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