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가리왕산 장구목이 코스 산행기-이끼계곡과 천년 주목, 고산 능선의 손짓

좋은산 2015. 8. 30. 14:41

 

 

 

 

 

 <정선 가리왕산-2015년 8월 29일>

*산행코스:장구목이 입구-임도-주목 군락지-정상 산거리-정상

*산행거리: 4.2km(왕복 8.4m)

*산행시간: 4시간 30분

 

 정선 가리왕산(加里旺山) 장구목이 코스는 쉽게 오를 수 있는 산행 코스는 결코 아니다.

 산행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4.2km.

 왕복해도 8.4km에 지나지 않는다.

 도심 근교의 산도 10km 이상 산행 코스가 즐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리왕산 장구목이 코스는 산행거리로는 오히려 짧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있는 가리왕산은 쉽게 정상을 허락하는 산이 아니다.

 해발 1561m. 우리나라 10대 고봉의 반열에 드는 산이니 쉽게 정상을 밟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중간의 임도를 지나 시작되는 비탈길은 웬만한 산의 '깔딱고개'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가파르다.

 그런 가파른 경사길이 1km 이상 이어지는데, 사실 산행 시간은 여기서 대부분 허비된다.

 "산이 일어 서서 내 코에 붙어있는 느낌." 어떤 산객은 가리왕산 비탈길의 경사도를 산이 일서 내코에 붙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힘든 만큼 가리왕산은 많은 선물을 품고 있는 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리왕산을 '숲이 갖춰야 하는 모는 것을 갖추고 있는 교본 같은 산'이라고 규정한다.

 햇빛조차 파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깊은 숲속에는 우선 이끼계곡이 산객을 반긴다.
 바위며 나무등걸이며, 하다못해 등산로의 돌탑에까지 이끼가 덕지덕지 피어올라 온통 초록빛 세상을 연출해 놓았다. 마치 계곡과 숲에 거대한 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이끼의 향연을 지켜보노라면, 이곳 가리왕산이 얼마니 건강한 생태를 가진 산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가리왕산 일원 1948ha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생태계의 보고' 라는 표현이 가리왕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 일 수 있다.

 

 이끼계곡을 지나면 '살아천년, 죽어천년' 주목이 산객을 기다린다.

 고사목으로도 상록수의 위용을 잃지 않고 기묘한 형상으로 산을 지키는 주목이 여기저기서 천년 생명을 이어가는 군락지다.
 그 주목 군락지를 지나 정상에 서면, 강원도 고산준령의 행진이 장엄하다.

 개인적으로 가리왕산 정상을 밟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

 그런데, 예전 두번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 악천후 때문에 능선의 풍광을 볼 수 없었고, 안개 자욱한 흐린 날씨 떄문에 제대로 정상 조망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사실 가리왕산 정상에 서서 사방을 굽어보는 것은 이번 산행이 처음이다.

 뭉계구름 피어오르는 하늘 아래로 가리왕산 정상의 상징인 돌탑과 천년 주목, 키작은 고산의 야생화가 어우러지는 풍광은 힌겨운 산행의 수고를 감내한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가리왕산은 삼국시대 이전, 강원도 땅에 자리잡았던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외부의 침략을 피해 이 산으로 숨어들어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해 '갈왕산'으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는 이름 유래가 전한다. 한편으로는 산의 모습이 볏단이나 나무토막을 쌓아올린 볏가리, 나뭇가리를 닮았다고 해 가리왕산으로 이름 붙여졌다는 유래도 있다.

 그러고 보니 가리왕산의 가풀막이 유난히 가파른 것은 이 산의 주인인 갈왕이 쌓아놓은 천연의 성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천년 주목은 갈왕을 키키는 호위병일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곳에도 생각이 미친다.

 가리왕산 장구목이 코스, 그곳은 콘크리트 도시의 세파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제공하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이제 이끼계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임도에 오르기 전까지 1.5km 정도가 계곡 이끼계곡이다. 군데군데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진 곳이 있으니 억지로 새길을 만들면서 이끼와 숲을 훼손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바야흐로 이끼세상이다. 길에 등산객들이 쌓아놓은 돌탑도 이끼가 차지했다.

가리왕산은 야생화도 지천이다. 등산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야생화를 만나는 것도 가리왕산 등산의 묘미다.

 

 

 

 

 

 

 

 

 

 

 

 

 

 

 이끼와 야생화가 어우러지니 이렇게 황홀한 풍경을 선물한다.

 바위 위에 덮인 두툼한 이가 자양분을 제공해 야생화를 키운 셈이다. 

 

 

 

 

 

 

 

 

 

 

 

 

 

 

 

 

 

 

 

 

 

 

 

 

 

 

 

 

 

 

 

 

 

 

 

 

 

 등산로는 자세히보면 작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길이다. 이렇게 예쁘고 편한 숲길을 만든 사람이 고마울 뿐이다.

 임도에 도착했다.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입구에서 2.6km를 걸어 왔고, 이제 정상까지 1.6km가 남았다. 된비알 비탈길 경사로가 이제 시작되니 여기서부터 수고가 만만치않다.

 

 

 

 

 

 

 

 

 

 

 

 

 

 주목 군락지에 도착했다. 가리왕산 8부 능선 쯤에 자리잡고 있는데, 등산로 주변 곳곳에 아름드리 주목이 수호신 처럼 서 있다.

 

 

 

 

 

 

 

 

 

 정상 삼거리다.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이제 200m. 거의 정상에 선 것이다. 삼거리에서 중봉,하봉 방향의 숙암분교와 장구목이 입구가 갈린다. 그러고보니 장구목이 쪽이 코스로는 가장 짧은 것 같다.

 

 

 

 

 

 

 

 

 

 

 

 드디어 정상이다. 참 고운 하늘빛을 만났다. 그 아래 가리왕산의 상징인 돌탑과 주목, 야생화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목가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화롭다. 

 

 

 

 

 

 

 

 

 

 

 

 

 

 

 

 

 

 

 

 

 

 

 

 

 

이끼계곡의 등산로 옆 나무등걸이다. 참 건강한 생태환경이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