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백담사-봉정암(오세암 경유) 당일 산행 탐방기-왕복 50리 구도의 길, 정화의 길

좋은산 2015. 9. 6. 17:12

 <설악산 백담사-봉정암 코스 왕복 순환 산행>

 *산행코스: 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쌍용폭포-사자바위-봉점암-사리탑-오세암-영시암-백담사

*산행거리: 총 20.6km

*산행시간: 8시간 10분

*산행일시: 2015년 9월 4일

 

 

 

 

 

 

 

 

 

 

 

 

 

 

 설악산 백담사-봉정암 코스 탐방을 마쳤다.

 사실 대청봉까지 왕복을 하려고도 생각했으나 하루만에 백담사-대청봉을 왕복하는 것은 시간 여건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려운 일 이라고 판단해 봉정암 까지만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에 오르는 등로는 오세암을 경유하는 길(총 10km)과 그냥 직진하는 코스(10.6km) 등 2개 경로가 존재한다.

 어느쪽으로 가든 왕복 20km, 50리 산길을 걷는 수고를 해야 봉정암 탐방이 가능하다.

 나는 백담사-봉정암 코스(수렴동, 구곡담 코스)로 오른 뒤 하산 길에 오세암을 경유하는 경로를 이용했다.

 한가지 참고 사항은 오세암을 경유하는 코스는 전체거리(백담사-봉정암)가 딱 10km로, 그냥 직진하는 코스(10.6km)에 비해 600m가 짧지만, 등산 때나 하산 때나 체력 소모는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나도 이번에 하산길에 오세암을 경유하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하산길인데도 적지않은 에너지 소모를 각오해야 했다. 봉정암-오세암에 이르는 4km는 그냥 쭉 내려가는 하산길이나 평지 계곡 이동로가 아니라, 야산 서너개를 오르락내리락 타고넘는 코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래도 백담사-봉정암 왕복 코스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힘든 여정은 아니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거리는 무려 10,6km로 웬만한 산의 왕복 산행에 맞먹을 거리지만, 된비알 비탈길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염없이 오로는 마냥 힘겨운 등산로는 결코 아니다.

 거의 7-8km는 하천과 계곡을 따라 오르는 탐방로가 길게 이어지고, 완만하게 경사를 높이다가 봉정암에 도달하기 직전 마지막 500-600m가 깔딱고개, 급경사 비탈로 이뤄져 있는 것이 백담사-봉정암 코스다.

 이동거리가 멀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지, 등산 코스 자체는 비교적 완만한 여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봉정암을 지나 대청봉까지 등산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봉정암에서 소청-중청을 지나 대청까지 2.3km를 더 올라가야 하고, 고도도 해발 1244m 봉정암에서 대청봉(1708m)까지 460여m를 더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훨씬 체력 소모가 많은 지난한 코스인 것이다.

 사실 백담사-봉정암-대청봉 코스(12.9km)는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 어떤 코스보다 거리가 길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산객들이 봉정암 등지에서 1박을 하는 산행을 선호하고, 어떤 이는 오색지구에서 대청봉을 넘어온 뒤 봉정암과 백담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루트를 선택하기도 하고, 또는 그 역순으로 산행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백담사-봉정암-대청봉-오색 코스를 탈 경우 전체 이동거리는 17.9km로 짧아진다. 백담사에서 대청봉을 왕복할 경우 전체 이동거리가 무려 25.8km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리가 훨씬 짧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산행 들머리로 원점 회귀를 못한다는 점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산행이 아닌한 산행 후 대중교통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백담사-봉정암 코스에서 한가지 더 숙지해야 하는 것은 백담사를 오가는 버스 시간이다.

 일반 승용차 등은 모두 인제군 용대리 주차장에 세운 뒤  백담사로 오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백담사 행 첫 차는 오전 8시이고, 백담사 발 막차는 오후 6시이다.

 따라서 오후 6시 전에는 산행 후 백담사에 도착해야 버스에 지친 몸을 실을 수 있다.

 버스를 놓치면 7km, 2시간 거리 계곡길을 또 걸어 용대리 마을까지 나가야 하는데, 오랜 산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는 결코 쉽지 않은 추가 여정이다. 버스비는 편도 2300원, 왕복 4600원이다. 용대리 주차료는 하루 최대 8000원.

 

 설악산 백담사-봉정암 코스는 사찰 문화재와 자연을 함께 탐방하면서 즐거움이 배가되는 산행처라고 할 수 있다.

 백담사 그 고즈넉한 사찰 풍경화를 눈에 담은 뒤 봉정암, 오세암의 비경을 만나면 등산객은 그저 선계에 든듯 황홀할 뿐이다.

 특히 해발 1244m, 고지대 암릉터에 자리잡은 봉정암의 경관은 감탄사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게 만든다.

 석가보니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의 귀한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 있으니, 그 또한 산객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보물 제1832호인 봉정암 석가사리탑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장엄한 경치는 찬탄을 넘어 경외감으로 다가설 정도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서북능선 등 설악의 이름난 고봉준령 능선을 한자리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또 부처님의 가없는 가피가 더해지는 곳, 그 선계를 찾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산객은 묵묵히 봉정암을 오르내린다.

 

 

백담사-봉정암-오세암을 잇는 산행 코스

 백담사 입구인 인제군 대리로 향하면서 한계령 고갯길에서 멀리 계곡의 운해를 한컷.

 용대리 마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백담사 전경. 큰 절집이라기 보다는 마치 옛 생활공간을 만나러 가는 듯 분위기가 아늑하다.

 647년 신라 진덕영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후로 처음에는 한계사(寒溪寺) 로 칭해지다가 이후 여러 이름을 거쳐 조선 세조 때 중건하면서 백담사(百)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이후 정조 때 부터 백담사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애용되고 있다. 거듭되는 화재로 절 이름을 고치려고 하던 중 주지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대청봉에서 절 까지 웅덩이, 소를 세어 보라고 해서 세었더니 꼭 100개가 되어 백담사라고 부르게 됐는데, 그이후로는 화재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면서 '님의 침묵' 등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하고, 만해(卍海)는 이 사찰의 상징 같은 존재로 통한다.

 공부가 저절로 될 것 같은 아늑한 가람의 흥취에 젖은 뒤 백담사 앞 하천의 조약돌 돌탑 무더기를 한동안 감상하고, 세월교 다리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면 봉정암 행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중청대피소 등 고지대의 대피시설로 생활물자 등을 옮기는 헬기일 것이다.

 영시암에 도착했다.백담사에서 3.5km 거리에 있는데, 하천을 따라 이곳까지 왕복하는 일정도 훌륭한 산책코스가 될 만하다.

 

 

 여기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봉정암으로 직행하는 길이 갈린다. 나는 내려올 때는 오세암 방면으로 올 계획이다.

 

 

 

 

 

 

 

수렴도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제 계곡은 깊어지고, 폭포와 바위 비경이 연이어 나타나 눈을 유혹한다. 수렴동에서 구곡담계곡으로 이어지는 계곡에는 쌍용폭포 등 폭포가 즐비하다.

 

 

 

 

 

 

 

 

 

 

 

 

 

 

 

 

 

 

 

 

 

 

 

 

 

 

 

 

 

 

 

 

 

 

 

 

여기는 거의 봉정암 턱 밑에 이른 곳인데, 앞에 보이는 산은 마치 동네 야산을 방불케할 정도로 낮아 보인다. 그러나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설악 최고의 능선, 용아장성 능선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비경 중의 비경 속으로 들어와 있다.

 

 

 

 

 

 

 

여기서 바위길 300여m 된비알을 올라서면, 거의 봉정암에 다다른다.

 

 

 

 

 

 봉정암으로 통하는 길목인 사자바위 지점에 도착했다. 그냥 봉정암으로 향하지 말고, 잠시 사자바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면 더 멋진 설악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사자 한마리가 바위 위에 웅크리고 있는 듯 영락없이 사자를 닮은 바위가 나타난다.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 봉정암에 드디어 도착했다. 해발 1244m, 5월에도 눈꽃을 볼 수 있는 곳 이라고 한다. 지리산 법계사(해발 1450m)보다 200여m가 낮지만, 사찰의 위엄새와 주 변 경관이 주는 높이는 압권이라고 할 만하다.

 

 

 

 

 

 

 

 

 봉정암 바위암릉은 봉황새 모습이라고 한다.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봉황새의 가장 중요한 목과 입 부분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봉정암은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려고 창건한 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로 명성과 의미를 더하고 있고, 매일 수많은 등산객과 신도들이 기도를 하며 지나가는 설악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처다.

 백담사에서 출발해 10.6km, 봉정암에 오르면서 생각해봤다.

 이렇게 오르기 힘든 곳, 봉정암은 체력과 의지, 믿음 3가지 가운데 하나는 있어야 올 수 있는 곳 이라고.

 봉정암은 설악산 최고의 암릉으로 손꼽히는 용아장성 기암괴석 군에 속해있는 곳이다.

 석가사리탑 뒤쪽의 전망터에 오르면,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등 설악산이 자랑하는 암릉의 물결이 경이, 그 자체다.

 봉정암에서는 소청-중청-대청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계속되고, 오세암 방면으로도 등산로가 연결된다.

 

 

 

 

 

 

 

 

 

 

 

 

 

 곰바위와 용아장성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봉정암 자체가 내설악 최고의 절경, 용아장성군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용아장성과 쌍벽을 이루는 비경, 공룡능선은 구름 속에 몸을 감추고. 구름이 암릉을 뒤덮으니 더욱 신비감이 연출된다.

 

 

 용아장성, 정말 가깝다. 가보고 싶은데, 정규 등산로가 아닌데다 암벽 릿지 등산을 하는 동행이 있어야 엄두를 낼 수 있다.

 

 

 

 

 이제 오세암 방면으로 하산이다. 오세암 방면 등산로는 봉정암과 석가사리탑 중간에 있다.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하산이 아니다. 작은 산을 서너개 오르락내리락 넘어야 하는 코스여서 지친 몸이 더 힘들어진다. 가만히 보니 봉정암-오세암 코스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사이를 타고 가는 것 같다.

봉정

 

 이제 오세암에 도착했다. 마등령에서 1.4km 거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세암이 있다. 예전에 마등령 넘어 공룡능선을 등산하면서 오세암 이정표를 본 기억이 새롭다.

 

 

 오세암은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절로, 처음에는 '관음암(觀音庵)'이라고 부르다가 조선 인조 때 설정(雪淨)스님이 중건한 다음부터 오세암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섯살 동자가 한겨울을 절에서 혼자 보내면서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기려 오세암으로 불렀다는 설화가 전한다.

 생육신 김시습과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문 절로도 유명하다.

 설악산 암릉에 둘러싸인 아늑한 절의 분위기가 나그네를 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