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문산-2015년 8월 22일>
*산행코스: 용문산 관광지 주차장-정지국사 부도비-용문사(은행나무)-마당바위-용문산 정상(가섭봉)-장군봉-상원사-용문사-용문산 관광지 주차장
*산행거리(11.3km)
*산행시간: 7시간
*날씨: 흐리고 소나기
벼르고 별렀던 용문산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10여년 전, 관광 답사길에 용문사 은행나무만 보고 발길을 돌린 것이 내내 아쉬워 언젠가는 꼭 용문산 정상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아 이제서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그려왔던 산행길에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동해안에서 용문산 들머리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이상이 소요되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장거리 이동을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기분은 들떴습니다.
그런데 출발할 때만 해도 괜찮았던 날씨가 서쪽 내륙으로 들어서니 꾸물꾸물, 구름이 짠뜩 낀 것이 점점 흐릿해 집니다.
이런 날씨에 용문산 일대 산그리메의 원근을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정상 능선에 올라서기 전에 날씨가 개기만을 바라면서 등산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결국 산행 중에 소나기를 퍼붓고 맙니다.
비 피할곳도 별로 없는 정상 능선 즈음에서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소나기를 만나니 금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됩니다.
아침에 양평 지역의 날씨를 확인하지 않은 불찰 때문에 우의 조차 준비하지 못했으니, 그 꼴이 정말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저 유명한 황순원 선생의 소설 '소나기'가 탄생한 양평에서 소나기를 맞았으니 오랫동안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양평은 황순원 작가의 문학촌-소나기마을이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용문산(1157m)은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되는 산 입니다.
들머리인 용문산관광 주차장에서 용문산 정상 가섭봉까지 거리가 기껏해야 4.5-5km남짓.
이정도면, 왕복을 한다고 해도 하루 산행 거리로는 그리 먼거리라고 할 수 없지만, 용문산 산행은 마음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너덜바위 길 등산로에 마치 산이 벌떡 일어서 있는 것 같은 힘겨운 가풀막의 연속.
용문산 등산로는 한번 경험하고 나면, "산행 거리만으로 산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게다가 저는 정상 능선에서 30여분 동안 무지막지한 소나기까지 만났으니, 산행의 고충이 배가된 상황이었습니다.
너덜바위 길은 가섭봉, 장군봉을 거쳐 상원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도 변함없이 이어지더군요.
이정도면 오르는 것 보다 하산하는 길이 훨씬 고난도가 됩니다.
두발로 이동하는 것 보다는 팔 다리와 온몸을 모두 사용해야 오르고 내려갈 수 있는 너덜바위 비탈길 험로가 곳곳에 버티고 있으니 용문산은 일반 산행에 비해 두배의 에너지 소모를 각오해야 하는 산 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유격 훈련장을 한바퀴 돈 기분 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하산 중에 만난 한 등산객은 용문산 등산의 난이도에 제가 혀를 내두르자 "그래도 이 산에 중독되면, 다른 산은 밋밋해서 못가요"라면서 용문산 예찬론을 폅니다.
그러고보니 그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 삼척 덕항산 된비알을 오르고 난 뒤, 한동안 틈만 나면 덕항산을 찾은 적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용문산을 더 힘겹게 여긴 것은 아마도 흐리고 소나기까지 퍼붓는 날씨 때문에, 용문산 능선과 산 아래로 펼쳐지는 양평 들녘의 평화로운 풍광을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서운함이 더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등산 중에 보니, 용문산은 단풍나무 활엽수가 많아 가을 경치가 특히 아름다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있으니 노란 가을이 한결 화사할 것 입니다.
용문사 앞에 버티고 선 은행나무는 그 위용이 정말 압도적 입니다.
높이가 약 42m에 달하고, 둘레는 뿌리 부분이 약 15.2m라고 하는데, 나이는 1100∼1500년 까지 추정된답니다.
신라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고 하기도 하고,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지팡이가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성장한 것 이라고 하는 스토리가 전한답니다.
조선 세종대왕 때는 정삼품 당상관 직첩을 하사받기도 했다고 하니, 은행나무는 살아온 날 만큼 얘깃거리가 넘칩니다.
나이가 1500년 까지 추정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아직도 파릇파릇한 잎으로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더욱 신비롭습니다.
은행나무가 있어 용문산에는 오늘도 탐방 등산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제가 다녀온 용문산 등산로 입니다. 전체 이동거리는 대략 추정해서 11.3km가 됩니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야외 기구. 나무 틈새로 빠져 나갈 수 있나, 없나를 측정하는 것 인데, 나름 재미 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 입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따로 마련되어 잇습니다. 그곳에서 전체를 담을 수 있습니다.
용문사를 지나면 바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계곡을 따라 너덜바위 길의 연속입니다.
마당바위를 지나 8부 능선 쯤에 아이스께끼(얼음과자)를 파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흐려서 그런지 정상까지 올라가도 아이스께끼 장사는 없더군요.
마당바위 입니다. 산 등성이 높은 곳에 넓은 바위가 있어 사방을 굽어보는 조망터로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딴판이네요. 그냥 용문산 등산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쉼터 입니다. 크기는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네요.
힘겨운 가풀막을 지나 능선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도 오르막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미니 신비감이 느껴집니다.
용문산을 다녀간 흔적 입니다. 전국의 산악회는 빠짐없이 이곳에 이름을 남겼는가 봅니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 입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주변 조망을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대로 정상은 상쾌하고, 뿌듯한 공간입니다.
용문산 정상에 다시 100여m 내려온 지점에 장군봉으로 이동하는 능선길이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 소나기를 만났는데, 장군봉 정상에 갈 때 까지 30여분간 줄기차게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장군봉까지는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장군봉 입니다. 날씨가 맑다면 이곳도 분명 그럴싸한 공간일텐데, 오늘은 지나치는 것 만으로 만족합니다.
비탈길 경사로가 만만치 않은 하산길을 상원사 방면으로 재촉하는데, 두갈래 길에 이정표가 부서져 있네요. 어디로갈지 몰라 망설이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 기둥에 누군가가 상원사 화살표를 그려 놓았습니다. 이런 친절, 산에서는 참 고맙습니다.
지나온 용문산 정상(가섭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나기가 그치고, 시야가 다소 트인 덕분입니다.
상원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용문사까지는 2.1km인데, 작은 산을 서너번 연속해서 넘어가야 합니다. 아주 심한 오르막은 아니고, 약간 오르막이 있는 야산을 몇개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지친 상황에서는 2.1km가 꽤나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다시 용문사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올때는 산길 산책로로 이동했으니 이번에는 사찰 주 진입로로 하산합니다. 계곡과 우거진 숲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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