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고니'가 동해상으로 북상하면서 강원도 산간지역에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를 퍼부은 뒤, 지난 8월 26일 동해시 무릉계곡 베틀바위를 다녀왔습니다.
사흘 휴가 가운데 이틀을 태풍에 발이 묶여 꼼짝도 못하다가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 가까운 곳으로 산행에 나선 것 입니다.
더 큰산으로 갈까 생각도 해 봤지만, 태풍 뒤끝이어서 그래도 아직은 후폭풍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가까운 산행지를 선택한 것 입니다.
베틀바위는 무릉계곡 입구에 펼쳐져 있는 암릉 명소 입니다.
기다란 산줄기 한개 능선이 통째로 바위 암릉으로 이뤄져 최고의 절경을 선사합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기기묘묘한 형상을 연출하니 베틀바위 산행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무릉계곡 주차장(관리사무소)에서 베틀바위 정상부까지 거리는 1.5km 남짓.
왕복해도 3km에 불과한 짧은 거리 입니다.
그런데도 베틀바위는 험한 암릉 옆면을 타고 오르는 산행 여건상. 7-8km 거리의 웬만한 산행에 못지 않을 만큼 체력 소모가 따릅니다.
산행 거리가 짧아도 등산의 묘미는 만끽할 수 있다는 뜻 입니다.
더욱이 최고의 경치와 함께하는 산행이기에 감흥은 넘치고, 추억은 더 오래도록 각인됩니다.
베틀바위는 무릉계곡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산행처 이지만, 사실 산행 들머리인 입구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삼화사 가는 길에 나타나는 야외공연장 옆 숲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숨겨진 등산로여서 일반인들은 잘 모릅니다.
무릉계곡 안내 지도에도 정규 개방 등산로로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등산로는 바위 암릉을 직접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구간에서 바위에 오른 뒤, 주로 암릉 옆면을 타고 비스듬히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등산로 길이 뚜렷하지 않은 곳도 있고, 비탈면 돌무더기가 마구 흘러내리는 곳도 있으니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조심조심 오르는 것이 상책입니다.
산행 중 만나게되는 여러군데 쉼터가 모두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보는 베틀바위 형상이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거대한 암릉이 마치 코끼리 등짝 처럼 늘어선 모습이 우선 인상적이고, 삐쭉삐죽 칼바위가 기치창검을 늘여 세운 것 처럼 보이는 형상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정상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베틀바위의 전경을 굽어보는 멋이 압권입니다. 아마도 전체적으로는 베틀 처럼 생겼으니까 베틀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겠죠.
기묘한 베틀바위 암릉을 저는 '소공룡'이라고 부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이라는 의미죠. 그만큼 베틀바위는 숨은 비경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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