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대평원을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말에서 내려 쉬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초창기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던 백인들은 여행중에 많이 지치지도 않았는데, 인디언이 말을 멈추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해 했답니다.
바빠서 초조해 진 백인이 "왜 말에서 내리냐"고 물으면 인디언은 정말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대답을 합니다.
"나와 말이 너무 빨리 달려 내 영혼이 쫓아오지 못할 수 있을 수 있으므로 내 영혼이 쫓아올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는 답변입니다.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지극히 경외스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위해 수고한 말을 쉬게하고, 본인도 지난 온 길에 잘못은 없었는지, 잠시 생각의 여유를 찾으려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들 인디언들의 속담에는 "눈물이 없는 자의 영혼에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웃과 아픔을 함께할 줄 모르는 사람, 인간 본연의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영혼에는 항상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고 결국은 그 자신의 영혼에 환희를 느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덧붙여 유시화 시인이 펴낸 인디언 추장 연설문집에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합니다.
1854년 수콰미족과 두와미쉬 족 원주민들을 강요된 보호구역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백인 관리가 시애틀의 퓨젓 사운드에 도착, 땅을 팔 것을 요구했을때 당시 시애틀 추장의 연설이라고 합니다.
추장은 "그(백인)의 부족은 숫자가 많다, 마치 초원을 뒤덮은 풀과 같다. 하지만 나의 부족(인디언)은 적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드문드문 서 있는 들판의 나무들처럼…."이라고 말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위대하고 훌륭한 백인 추장이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는 소식을 인디언 부족원들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아무 불편없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도 덧붙입니다.
인디언 추장은 "서로를 적대시 할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잃기만 한 뿐,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의 젊은 전사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복수하기를 원하지만 이미 자식들을 잃은 우리 늙은이들은 싸움을 통해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말도 합니다.
그런데 그 인디언 추장은 백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당신들의 제안을 심사숙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 부족은 물을 것이다. 얼굴 흰 추장(백인)이 무엇을 사고자 하는지를. 그것은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라며 대지를 사고 파는 행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결국 백인들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시애틀의 인디언 추장은 "우리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우리 조상들의 무덤을 방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면서 "지금 당신들이 서 있는 이 흙도 우리 부족의 발이 닿으면 훨씬 더 다정하게 반응한다. 이 흙은 우리 조상들의 뼈로 이루어졌고, 당신들의 구두 신은 발보다 우리의 맨발에 더 잘 어울린다"는 말로 백인들에 대한 대답의 끝을 맺습니다.
그 이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대륙의 주인 자리를 얼굴 흰 추장에게 내주고, 보호구역에서 생활을 영위하게 됩니다.
오늘날 아메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보유한 대륙이 됐습니다.
인디언 추장이 현재의 휘황찬란한 첨단도시 시애틀을 본다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백인 추장이 그들의 황무지 같은 대지 위에 위대한 역사를 개척하고, 큰 힘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맨발을 디딜 땅 한평 변변치않은 대지를 보고 또 한번 눈물을 흘릴까요.
"공기와 대지를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냐. 우리가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판다는 말이냐"고 강한 반문을 제기했던 그의 연설에 후세 사람들이 오래도록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이 그만큼 메말라 무지개가 뜰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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