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에 존 메케인이라고 하는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면서 강경한 정치적 견해를 견지해 온 인물 입니다. 최근 보도를 보니 시리아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군사 개입을 강력히 촉구했더군요.
존 메케인은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당시 존 메케인 후보의 당선 여부는 우리에게도 아주 민감한 관심거리였습니다.
그의 당선 여부에 따라 대북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그 때 제가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메케인 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면서 신문사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그의 정치적 소신과 노선은 일단 논외로 하고, 미국의 로열패밀리에 속하는 명문가이면서도 조부로부터 아버지에 이어 본인까지 3대에 걸쳐 전장에 나섰던 그와 그의 가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큽니다.
(다음 내용은 2008년 3월에 신문사 블로그에 쓴 글 이기에 글의 시점 기준도 그 당시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당원대회가 각 주에서 연이어 전개되면서 버락 오바마라는 민주당 후보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도 흑인인 버락 오바마와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결구도가 연이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보도로만 보면 두사람중에 한사람이 곧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한사람은 흑인이고, 한사람은 여성이니 아무래도 관심을 끌만한 소재로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두사람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대통령에 당선만 된다면 초강대국 미국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는 형국이니 언론이 이 재미있는 게임을 놓칠리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다른 사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후보인 존 메케인 입니다.
메케인은 아리조나주 출신의 상원의원입니다. 현재 나이가 우리 표현으로 고희를 넘긴 71세라고 합니다.
메케인에게는 '전쟁 포로'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습니다. 1967년 월남전때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하노이 상공에서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당시 월맹군에 잡혀 5년반동안이나 포로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와 그의 아버지를 둘러싼 일화가 매우 유명합니다.
월맹군 측은 당시 메케인을 포로로 잡고난 뒤 단순한 비행기 조종사가 아니라 정말 '거물급' 포로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가 그때 월남전을 수행하던 미 태평양 함대의 사령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거물급' 포로를 잘 이용하면 전쟁에서 유리한 뭔가 큰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가능하겠죠.
그러나 존 메케인 포로를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다소라도 관철시키려던 월맹 당국의 예상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월맹군은 포로로 잡힌 메케인에게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범죄"라는 요지의 미국 비난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그 문서에 서명하면 조기 석방을 시켜주겠다는 조건도 함께 제시합니다.
미 태평양함대의 사령관으로 월남전을 거의 총지휘하고있는 해군 제독의 아들이 미국의 전쟁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여길 수 있죠. 그러나 메케인은 월맹군 측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혹독한 고문을 받는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애국심이 투철한 젊은 장교라면 그럴 수도 있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태평양 함대의 사령관 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한술 더 뜹니다.
그의 아버지는 월맹군과의 협상장에서 "당신 아들은 먼저 석방시켜 주겠다"는 월맹군 측의 우호적인 제스쳐에 대해 "모든 포로는 붙잡힌 순서대로 풀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아들의 조기 석방을 일축했다고 합니다.
또 아들이 하노이에 포로로 잡혀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하노이에 대해 맹폭격 명령을 내린 장본이기도 합니다.
그로인해 존 메케인은 5년반 동안 모진 포로생활을 하고, 거의 불구의 몸으로 1973년에 석방돼 귀향을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요즘도 존 메케인 상원의원은 "내가 일생동안 가장 오래 머문 도시는 베트남 '하노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존 메케인 상원의원의 아들이 또 미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곧 이라크에 파견된다는 기사를 얼마전 신문에서 본 일이 있습니다.
존 메케인 상원의원의 할아버지 또한 해군 제독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해 미주리호 선상에서 멕아더 장군과 함께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내는 현장을 지킨 인물 이라고 하니 참으로 상무(尙武)의 기풍이 남다른 집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층과 비교되는 점이 참 많다고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메케인 의원의 대통령 당선 여부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성질 급한 고집불통인 이 사람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말 '꼴통 보수'인가 본데요.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그는 국제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에 더 많은 군사를 투입해 하루 속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또 북한에 대해서도 아주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하고 있어 당선 여부에 따라 대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세계를 많이 시끄럽게 할 수 있는 이 사람이 지금 공화당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이래저래 미국 선거전에서 눈과 귀를 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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