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월 22일) 강릉에서는 ‘신주(神酒)빚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장소는 강릉시내 칠사당(七事堂).
예전에 강릉부사가 일곱가지 관무(官務)를 관장하던 곳이기에 칠사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신주빚기는 강릉 단오제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입니다. 단오제 때 신에게 올릴 술을 담그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대관령 산신제와 대관령국사성황제를 거쳐 6월16일-23일까지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는 ‘천년 축제’ 단오제가 강릉 남대천 단오장 일원에서 펼쳐집니다.
신주빚기는 예전에 전해오는 단오제 풍습 그대로, 술을 빚는 당일 아침에 시청에서 강릉시장(옛 강릉부사)이 쌀과 누룩을 전달하면 그것을 가지고 칠사당으로 옮겨 와 정갈하게 술을 빚는 의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서막을 여는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전통 축제 입니다. 지난 2005년에는 유네스코(UNESCO)에서 인류가 전승해야할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이 되는 해 이기에 단오제 행사가 더욱 뜻깊습니다.
단오제는 시민들이 전승 발전시키는 대표적인 시민주도형 축제입니다.
신주를 빚는데 사용하는 쌀도 강릉의 일반 시민 가정에서 제공한 것 입니다. 강릉시장이 쌀을 제공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옛 풍습에 따른 의식용이고, 단오제 때 사용되는 술과 떡을 빚는데 사용하는 쌀은 거의 전량 시민들 가정에서 내는 헌미로 조달합니다.
가정에서는 3-4kg씩 쌀을 내는데, 매년 4000여 세대가 헌미에 참여하고 80kg들이로 150-180여 가마에 달하는 헌미가 해마다 쌓인다고 하니 단오제에 대한 강릉시민들의 사랑과 참여 열정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쌀로 술을 빚고, 단오제 때 시민,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수리취떡도 만듭니다.
이런 시민들의 성원과 열정이 모아져 우리의 전통축제인 강릉 단오제가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것 입니다.
강릉지역에서는 기계 문명이 판을 치는 요즘도 단오제 전통 전승 활동이 활활 타오릅니다.
'강릉단오제위원회'와 '강릉단오제보존회', 강릉문화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원로들이 단오제 전통을 잇고, 가치를 후세들에게 교육하는 것을 지역의 정통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문화활동으로 여기고 있고, 이를 이어받으려는 젊은 문화인들의 열정이 있습니다.
강릉의 젊은 문화인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기치 그대로 향토의 축제를 세계인들이 즐기는 잔치 마당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정말 다양한 전승 노력을 전개하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즐길거리 기획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단오제의 전통제례를 배우고, 단오제의 꽃이면서 국내 유일의 무언(無言)가면극인 ‘관노가면극’을 이수하고, 강릉농악 등 전통 가락을 전수받는 젊고 열정적인 조교들이 강릉에서 뛰고 있습니다
또 강릉 단오제 등 향토 전통문화의 발전적 전승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연구 모임도 활발합니다
넉넉지 않은 보수에도 불구, 향토의 전통문화에 거의 미쳐 사는 젊은 문화일꾼들을 지켜 보노라면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 노고에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릉 관노가면극이 오늘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축제에 초청받아 한국 전통문화의 흥을 전하고 세계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젊은 전승자들의 땀과 열정이 더해진 덕분입니다.
자기가 터 잡고 사는 고장의 향토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 그것이 우리문화의 세계화와 세계문화 이해의 첫 걸음이라는 것을 오늘의 강릉 단오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근래 강릉에서는 ‘단옷날- 한복 입기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장롱 속 한복을 꺼내 입고, 단오장을 찾음으로써 가장 한국적인 전통 축제 현장을 시민들이 아름답게 가꾸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남녀노소 울긋불긋 한복이 물결을 이루는 단오제,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습니까.
올해는 6월 16일-23일 단오제 기간 중 강릉 남대천 단오장을 찾아 전통의 멋에 한번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술이 익어 갈 술독을 솔잎으로 훈증하기 위해 위해 깨끗한 솔잎을 가마솥에 넣고 있습니다.
가마솥 솔잎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술독을 훈증합니다. 일종의 뜨거운 솔향기 살균 효과로 술독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 입니다.
신주빚기에 사용할 쌀과 누룩이 대청마루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관들이 정갈하게 손을 씻고 입장합니다
소지를 태우면서 모든 부정을 씻어냅니다
정성스레 빚는 신주(神酒)에 잡티나 부정이 스며들지 않도록 제관들이 모두 한지를 입에 물고 쌀과 누룩을 섞어 술독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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