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북한산 숨은벽 코스(숨은벽-백운대-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주차장) 산행기

좋은산 2018. 5. 13. 14:35

 <북한산 숨은벽 코스 산행기>

*산행코스= 경기도 고양시 효자2동 국사당-해골바위-숨은벽-백운대-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주차장

*산행거리=8.6km

*산행시간=6시간

*산행일=2018년 5월 5일




 

 북한산 숨은벽 코스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지난 2015년 10월 산행 후 2년 7개월여 만입니다.

 그때는 단풍이 한창 현란한 늦가을이었는데,이번에는 신록이 마구 움트는 봄 입니다.

 산은 같은 산이되, 계절이 봄, 가을로 나뉘니 전혀 다른산을 찾은 듯 느낌이 완전히 딴판입니다.

 사실 숨은벽 코스는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닙니다.

 수도 서울에 자리잡고 있는 북한산은 너무나 유명한 산이지만, 숨은벽은 이름그대로 지금껏 북한산이 꼭꼭 숨겨둔 곳 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 2006년에 국립공원 등산코스로 개방되었으니 아직도 숨은벽 코스를 밟지 않은 산객들이 무척이나 많을 겁니다. 

 숨은벽은 암릉 미학의 극치를 맛 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천애절벽 바위 능선을 타고 올라 북한산이 자랑하는 백운대(836m)와 인수봉(810m), 만경대(혹은 망경대, 787m)의 경치를 모두 즐감할 수 있으니 이만한 산행코스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산행은 경기도 고양시 효자2동 국사당을 들머리로 해서 시작됩니다.

 국사당 들머리에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까지는 4.3km.

 산행거리로 치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암릉을 타고 오르는 코스의 특성상 시간은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 중에 만나는 근경, 원경에 취하다보면 자꾸 발걸음이 더녀지는 것도 숨은벽 구간 등산시간이 길어지는 이유가 됩니다.

 해골바위 즈음에서 한번 멈춘 발걸음은 이후 암릉을 타고 오르면서 계속 더뎌집니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로 뻗어내린 숨은벽 능선을 쳐다보노라면 예전 학창시절에 심취했던 무협지의 한장면이 연상됩니다.

 도인과 무술 수련자들이 은거하는 지상 최고의 비경을 간직한 곳.

 숨은벽은 그런 소싯적 상상이 나래를 펼 만큼 눈부신 풍광을 자랑하는 곳 입니다.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한 암릉으로 이어진 곳 이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암릉을 타고 올라, 숨은벽 6-7부 능선 즈음에서 바위 암릉의 단절된 개구멍을 빠져 나가는 재미,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딴판의 너덜바위 숲길, 계단길이 이어지는 다양한 등산의 재미도 흥을 더합니다.

 숨은벽 코스 등산은 백운대와 인수봉 바위 암봉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으로 절정에 달합니다.

 거대한 바위 암봉이 양 옆으로 치솟은 곳에 형성된 좁은 자연 암문을 빠져 나가면 별천지,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거대한 현대 도시,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고,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의 기막힌 풍광에 감타사가 절로 흘러 나옵니다.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키재기를 하듯 치솟아 있어 북한산은 예로부터 '삼각산' 이라고 불렸습니다. 병자호란 때 척화파 김상헌 선생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불렀다는 한시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에 등장하는 '삼각산'이 바로 북한산 입니다. 예로부터 북한산이 한강과 함께 한양의 상징 역할을 했다는 것을 옛 시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삼각산을 모두 가장 가까이에서 아우르는 등산을 할 수 있으니 숨은벽 코스 산행은 산객에게는 최고의 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위 암릉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듯 펼쳐진 비경이라면 이해까 될까요.

  갑자기 단풍에 불타오르는 숨은벽의 가을을 다시 만나고 싶어집니다.


 <참고로 저는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편으로 효자2동 국사당으로 이동해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숨은벽-백운대를 거쳐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원점 회귀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숨은벽 산행 들머리인 효자2동 국사당까지는 버스로 서너 정거장, 편도 2km 정도 거리에 불과했습니다.>


 

 국사당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초입은 한동안 이렇게 호젓한 숲길의  연속입니다.





 해골바위 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해골을 닮았습니다. 쉬어가는 포인트 입니다.












 이제 숨은벽 능선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등산은 저 바위 암릉을 직접 타고 오르는 것은 아니고, 우회로를 타게 됩니다. 




 바위 암릉 옆으로 빠져나와 숨은벽 정상부로 이동하는 코스는 너덜바위와 계단길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심해서 '깔딱고개'로 불립니다.





 북한산성 성벽을 따라 등산객들이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객들이 항상 몰리기 때문에 지,정체 현상이 빚어집니다.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에는 삼각산의 한 축인 만경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북한 최고의 암벽으로 통하는 인수봉(위)과 숨은벽 능선(아래)이 한 눈에 조망되니 가히 천하제일경 이라고 할만합니다.






 백운봉 바로 아래 너른 바위터에서 수도 서울을 굽어보는 즐거움 또한 북한산 등산의 큰 선물입니다. 북한산 꼭대기에 이런 쉼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만경대를 바라보는 바위 위에 한때의 외국인들이 쉬고 있습니다. 북한산은 외국인 등산객들이 유난히 많은 곳 이기도 합니다. 1000만명 인구를 가진 세계의 대도시 가운데 서울 처럼 근교에 많은 명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드물다고 하니 외국인들이 북한산을 즐겨 찾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그야말로 도시 힐링의 최적의 명소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