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산행기>
*산행코스=남문(지화문)-동문(좌익문)-장경사-동장대터=북문(전승문)-연주봉옹성-서문(우익문)수어장대-남문
*산행거리=8km
*산행시간=2시간 30분
*산행일=2018년 3월 31일
남한산성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와 광주시,하남시,서울시 일원에 걸쳐 있는 산.
우리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병자호란 항전과 치욕의 중심무대가 되었던 산.
당시 조선의 임금 인조는 한겨울 엄동설한에 이 산성에서 46일을 버티다가 결국 항복했습니다.
때는 1637년 1월 30일. 산성을 나온 인조는 한강의 삼전도 나루에서 청(靑) 태종 홍타이지에게 스스로 죄를 고백하면서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혹은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렸습니다.
인조의 '죄'는 기울어가는 명(明)을 섬기고, 함부로 청에게 맞서 황제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스스로 '소중화(小中華)'라고 우쯜대던 조선의 임금이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만주족의 황제에게 한강 나루에서 '세번 무릎을 꿇고 절하면서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스러운 항복 의식을 행하고 만 것입니다.
쇠망하는 대국 명(明)과 신흥국 청(靑)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충돌하던 엄중한 시기에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외교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전쟁에 대비하지도 못한 작은 나라의 무모한 저항은 그렇게 처참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임금이 산성이 갇히고, 국토가 속절없이 유린당하는 동안 줄잡아 수십만명의 선량한 조선 백성이 '인간사냥'의 대상이 되어 만주땅으로 끌려가 노예나 다름없는 비참한 처지에 신음해야 했으니 약소국 백성이 겪어야 했던 전쟁 후 고통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역사의 중심 무대가 이곳 남한산성이니, 산성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400여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살아있는 현재진행형 교훈입니다.
남한산성 등산은 그렇게 살아있는 역사와 함께하는 산행이기에 한번쯤은 꼭 권하고 싶은 산행처 입니다.
남한산성 등산 코스는 별로 힘든 코스가 아닙니다.
일부 깔딱고개를 연상케하는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긴 편이 아니고, 산책하듯이 이어지는 등산로가 많습니다.
성벽을 돌면서 옛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곳곳의 전망터에서 내려다보는 현대 도시의 풍광이 또한 일품입니다.
저는 남한산성 남문(지화문)에서 등산을 시작합니다.
남문 쪽으로 오른 뒤 좌측,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산성을 한바퀴 돌 생각입니다.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고 합니다.
조선의 군사들은 성을 에워싼 청(靑)군과 대적하면서 혹독한 추위와도 싸워야 했습니다.
방한복 이라고해야 겨우 빈 가마니 한장.
그 가마니에 의지해 밤새도록 살을 에는 추위와 맞서면서 손과 발이 얼어 동상이 걸리는 병사들이 속출했습니다. 동상으로 활 시위 조치 당기지 못하는 병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하니 당시 산성에 갇힌 조선군의 참상을 능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굶주림 또한 적보다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산성에 꼼짝없이 갇힌 탓에 군량 또한 조달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먹는 일 또한 매일 전쟁이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조선의 군사들을 향해 청군은 가공할 포격전으로 공포를 더했습니다.
청군에 포위도 오갈데없는 신세임에도 인조는 명 황제의 생일과 새해 첫날 등 이른바 성절에는 명 황제가 있는 북경 황궁을 향해 신하들과 함께 절하며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원군을 보내 조선을 구해줌으로 써 왕조가 지켜졌다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이 깊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혀를 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한산성 안에 있는 사찰 장경사(長慶寺) 입니다. 남한산성 축성 때 전국에서 동원된 승려들의 숙소로 사용됐고, 병자호란 후에는 북벌을 위해 승군의 훈련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연주봉 옹성 즈음에 이르자 서편으로 서울 롯데월드타워 등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성벽을 따라 산행을 하는 동안에는 산책로 같은 평탄한 길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실제로 남한산성에는 나들이 하듯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제 처음 출발지였던 남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남문의 성안과 밖을 모두 살펴보니 성의 규모가 자못 웅장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남문 밖 산성의 빛바랜 성벽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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