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 백담사-영시암 산행기>
*산행코스: 백담사-영시암-백담사 원점 회귀
*산행거리: 왕복 7km
*이동시간: 2시간 30분
*산행일시: 2018년 5월 27일 일요일
내설악의 고찰 백담사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제가 백담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
앞서 네번은 모두 추색(秋色)이 완연한 단풍철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록이 무성한 초여름에 천년고찰과 명산의 진한 숲을 만나니 그 느낌이 또 색다릅니다.
설악의 5월, 용솟음치는 생명 에너지를 만끽하고 왔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백담사는 정말 편안하기 이를데없는 절집 입니다.
천년고찰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기 보다는 마치 고향마을의 대가집을 방문한 듯 곳곳이 정겹습니다.
어쩌다 절집 지붕위로 흰구름 두세조각이 걸리면 한없이 고즈넉한 분위기에 발걸음을 쉬이 뗄 수 없습니다.
방문객들은 백담사 앞 하천에 쌓여있는 수많은 돌탑에 또 한번 매료당합니다.
마치 고승대덕의 사자후를 청하기 위해 군중이 운집한 듯 돌탑은 하천 바닥을 가득 메우고 눈닿는 끝까지 이어집니다.
저 돌탑군(群)에 또 얼마나 많은 장삼이사, 선남선녀의 소원이 깃들어 있을까요.
백담사 앞을 휘감아도는 물길은 설악의 깊고깊은 구곡담-수렴동 계곡을 타고 수십리를 흘러내려 이곳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그 물길이 백담사 앞에 이르러 폭이 족히 100m는 됨직한 강(江)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이 또한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길이 용대리까지 흘러내려 설악의 깊은 계곡을 벗어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백담사 앞에서 이렇듯 드넓은 장관을 연출했으니 역시 천년고찰의 터는 다른가 봅니다.
사실 백담사는 설악의 깊은 오지에 자리잡고 있어 예전에는 좀체로 찾기 어려운 수행처 였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인 용대리에서 심산유곡을 따라 7km를 거슬러 올라와야 백담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용대리-백담사를 잇는 길은 구불구불 계곡을 따라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외통수 길 입니다.
그래서 일반 탐방객들은 모두 마을버스(1인 요금 2500원)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깊은 계곡을 거슬러 올라 백담사에 다다르면 마치 선계(仙界)에 든 듯 눈이 훤해집니다.
마치 피안의 세계인 듯 드넓은 하천의 다리를 건너 저편으로 백담사 천년 가람이 펼쳐집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왜 이곳 백담사를 수행처로 택했는지 굳이 캐묻지 않아도 능히 이유를 가늠할만 합니다.
백담사는 설악의 최고 진경 가운데 하나인 수렴동-구곡담 계곡으로 오르는 입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백담사에서 탐방로를 따라 계속 오르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설악산 봉점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 가운데 하나인 봉정암을 거쳐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거리는 편도 10.6km.
왕복으로는 21.2km에 달하니 우리나라 거리계산으로 50리 길이 넘습니다.
고행을 감내해야 하는 머나먼 산길이지만, 백담사-봉정암 코스에는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등산객도 많지만, 적멸보궁 봉정암에서 기도를 올리려는 순례객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60-70대 할머니 순례객들이 50리 산길을 오르는 고된 여정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위대함과 가없는 모정(母情)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 입니다.
봉정암까지 이어지는 수렴동-구곡담 계곡은 명승으로 지정된 유명세 답게 계곡의 경치가 정말 대단합니다.
특히 가을 단풍이 물드는 때는 세상에 그런 유혹이 없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심산유곡의 청정 계곡수 사이로 단풍이 척척 늘어진 눈부신 풍광, 상상이 되시나요.
저는 그냥 '무협지의 주인공이 되는 코스'라고 즐겨 말합니다.
백담사에서 3.5km를 걸어 영시암에 도착했습니다.
백담사-영시암은 하천변과 계곡을 따라 평이하게 이어지는 산책로 수준의 코스여서 큰 무리가 없습니다.
이곳 영시암 고갯마루는 봉정암과 오세암의 갈림길이 됩니다.
영시암 고갯마루에서 봉정암까지는 7.1km, 오세암까지는 2.5km 거리입니다.
계곡을 따라 그대로 직진해 수렴동-구곡담 계곡을 따라 곧바로 봉정암에 오른 뒤 오세암을 거쳐 이곳으로 다시 하산할 수도 있고,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봉정암-오세암 코스는 4-5개의 작은 산을 넘는 코스로 이뤄져 있어 상당한 체력소모를 각오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친구들 일행과 함께 한 날 이어서 영시암까지만 탐방을 하고, 다시 백담사로 하산합니다.
맛배기로 수렴동 구곡담 계곡의 단풍 사진을 몇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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