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산행기>
*산행코스:천은사 주차장-천은사-돌탑 쉼터-쉰움산(제1경)-쉰움산 상단(제2경)-쉰움산-쉰움산 동편 봉우리 전망대(제3경)-천은사 주차장 원점 회귀
*산행거리: 왕복 6km
*산행시간: 2시간 30분
*산행일시: 2016년 2월 13일
삼척 쉰움산(해발 670m)에서 정말 황홀한 경치를 만났다.
토요일 아침, 비가 잠깐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오전에 얼른 다녀온다고 쉰움산 산행에 나섰는데, 정말 구경하기 어려운 운해(雲海)를 만나는 귀한 경험을 한 것이다.
해발 표고가 670m 밖에 안되는 그리 높지 않은 산에서도 이렇게 장엄한 운해를 만날 수 있다니.
뭉게뭉게 솜털 처럼 피어오른 구름 바다는 계곡을 가리고, 바다를 숨기고, 도시를 덮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파도치듯 펼쳐진 흰 구름바다.
넘실대는 구름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뭇 산 봉우리들이 마치 보석을 꽂아 놓은 듯 빛난다.
자연계가 연출한 이 거대한 다큐멘터리의 실물 앞에서 등산객객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넋을 잃고 감탄하는 것 뿐이다.
삼척 쉰움산은 사실 그동안 200번 이상은 족히 다녀온 단골 산행처 이지만, 이렇게 사위를 가득 메운 운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운해는 만나기 어려운 구경거리인 것이다.
쉰움산의 절경과 구름바다가 어우러지니 그 경치가 더욱 환상적이다.
사실 이번 산행에서는 운해 외에도 쉰움산의 진경을 또 하나 더 만나는 기쁨까지 더했다.
그동안 바라만보던 쉰움산 동편 봉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쉰움산에 버금가는 비경을 발견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 허리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까지 갖춰져 있으니 '발견'했다고 할 수는 없고, 그동안 나만 모르고 있던 비경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그곳 경치가 쉰움산 정상에 비견할만할 정도로 빼어나다.
제법 규모가 큰 바위 봉우리가 길게 펼쳐져 조망터 겸 쉼터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곳에 바라보는 쉰움산-두타산의 장쾌한 능선과 동해시 무릉계곡 쪽 풍광이 가히 근동을 압도할 만하다.
구름바다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멀리 동해바다도 한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곳 쉰움산 동편의 비경을 내 나름대로 쉰움산 제3경 이라고 부르겠다. 제1경은 쉰움산 정상이고, 제2경은 쉰움산에서 두타산 쪽으로 조금 더 나아가 만나게 되는 쉰움산 상단 봉우리이다. 제2경 보다는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제3경이 경관미에서는 몇수 위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두타산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지리적 이점을 구려해 쉰움산 상단을 제2경으로 정했다.
쉰움산 제3경은 쉰움산 하산 길에 정상의 로프 비탈길을 내려서자 마자 동쪽 봉우리 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이동하면 되는데, 쉰움산에서 맞은편에 마주 보이는 봉우리는 아니고, 그 뒤 동편에 자리잡고 있는 바위 봉우리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길 없는 산 비탈을 힘들게 오를 필요는 없고, 산 허리로 이어진 등산로를 잘 살펴 그대로 따라 이동하면 된다.
쉰움산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 삼척시 미로면이다.
그곳 천은사(天恩寺) 주차장을 들머리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은사에서 두타산(해발 1353m)으로 이동하는 등산로 중턱에 쉰움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천은사에서 두타산까지는 편도 5.1km, 쉰움산 까지는 2.1km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천은사-쉰움산만 왕복한다면 산행 이동거리는 왕복 4km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동거리는 짧지만, 두타산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 등산로의 중턱에 쉰움산 정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비탈면의 경사도로 인해 결코 가볍게, 만만히 볼 수는 없는 곳이다.
쉰움산은 한자로는 '오십정(五十井)산'으로 표기 된다.
한자 뜻으로 풀이하면 오십개의 우물이다. 뜻 그대로 쉰움산 정상에 서면 정상의 큰 바위면이 움푹움푹 우물처럼 무수히 패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곳 쉰움산이 석회암 지대이기 때문에 이런 희한한 경관이 연출됐다고 한다. 그 바위면의 석회암 '우물'을 50개 우물로 표현해 쉰움산(오십정산)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이 붙었다고 할 수 있겠다.
천은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고즉넉한 사찰 진입로를 따라 들어서면 쉰움산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다.
이 지점부터는 거대한 바위면이다. 바위 직벽의 윗 부분은 드넓은 쉼터로 이뤄져 있는데 돌탑군(群)이 장관이다. 좌측의 바위 비경을 구경한 뒤 다시 돌아서 나와 등산로를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바위 벽 위에서 곧바로 돌탑 쉼터를 만날 수 있다.
산행에 나설 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 때문에 오늘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구름바다-운해를 만나는 행운을 잡게 됐다. 운해가 이렇게 낮은 곳에 깔릴 수도 있다니, 참 신기했다. 구름바다 위 쪽은 파란 하늘이어서 매우 대조적이다.
쉰우물이 있는 쉰움산 정상에 서니 구름바다가 장관이다.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운해가 모두 걷히면 어떻게하나 하고 내심 걱정하면서 등산을 서둘렀는데, 다행히 운해는 걷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짙어져 말 그대로 황홀경을 연출했다.
쉰움산 정상은 드넓은 석회암 바위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북쪽면은 깎아지른 직벽이고, 남쪽면은 다소 완만해 등산객들은 남쪽면을 타고 우회하면서 바위면을 돌아 정상에 올라서야 한다.
쉰움산 정상을 처음 만나는 등산객들은 "세상에 뭐 이런 경치가 다 있냐"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보통이다.
기기묘묘한 수백평 바위면과 그곳에 버티고 서 있는 여러 그루 낙락장송 만으로도 경치가 기묘하기 이를데없는데, 그곳에 움푹움푹 크고작은 바위 우물이 수없이 만들어져 있으니 쉰움산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쉰움산은 매력적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빼어난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면서, 두타산 중턱이라는 부속 관계인데도 쉰움산 이라는 독자적 이름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두타산 꼭대기로 연결되는 능선의 행진이 장쾌하다. 쉰움산에서 두타산 정상까지 거리는 3.1km이다. 두타산 정상부 8부능선 쯤에서 갈라지는 오른편 능선은 동해시 무릉계곡으로 이어지는 등로다.
쉰움산 제2경에 도착했다. 쉰움산 정상에서 두타산 쪽으로 200-300m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등산로에 도열하 듯 늘어선 바위와 용틀임하는 소나무의 조화가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쉰움산 제3경은 하산길에 등산로를 잘 살펴서 진입해야 한다. 쉰움산 정상에서 로프가 매어져 있는 비탈길을 내려선 뒤 오솔길 같은 곳에서 곧바로 등산로가 갈린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오른쪽 등산로는 천은사-쉰움산 등산로이고, 왼편 잔설이 쌓여있는 곳은 쉰움산 제3경으로 연결되는 소로다. 길 없는 산 비탈을 힘들여 오르지 말고, 그냥 산허리를 따라 돌아가는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제3경의 바위면 정상에 서니 저 건너 히끗히끗 쉰움산 정상의 바위 비경과 두타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쉰움산 동편에 있는 제3경 봉우리는 그 자체의 경치도 아름답지만, 사방을 굽어보는 조망미가 탁월하다.
멀리 동해시의 안산인 초록봉 정상도 눈에 들어온다. 구름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초록봉의 원경이 신비스럽다.
쉰움산 제3봉의 전망 쉼터, 제3경 바위 봉우리에는 이렇게 여러명이 둘러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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