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

강릉 '과객' 진지상-500년 종가 씨간장의 맛과 품격

좋은산 2015. 9. 16. 18:08

 

 

 대관령 넘어 강릉시내로 진입하는 관문 마을인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 '과객(過客)' 이라는 이름의 한정식 집이 있다.

'진지상'이라는 상차림으로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더니 이제는 전통도시 강릉에서도 제법 알아주는 한정식 집으로 자리잡았다.

일단 성산면 금산리 너른 벌판을 앞에두고 배산임수의 요충지에 자리잡은 전통 한옥이 멋 스럽기 그지없고,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 제46호인 '임경당(臨鏡堂)' 건물과 함께 종가의 기품이 서려있는 전통 한옥이 손님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대표 메뉴인 '과객진지상'에는 억지로 꾸미지않은 일상의 식재료와 문화가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마치 종갓집에 귀한 손님으로 들어 차려진 밥상을 그대로 한상 대접받는 기분이 들 정도다.

요리와 반찬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한상에 다 차려놓으면 20가지, 즉 20첩 반상 쯤 된다.

호박죽(때로는 콩 국물 등 제철 재료)부터 시작해 두부, 청포묵 무침, 메밀 부침개와 각종 전, 표고버섯 탕수육, 야채 샐러드, 한우 너비아니, 황태구이. 오징어 숙회, 잡채, 김 미역 부각 등등.

이름만 읊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전통 먹거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된장찌개와 가자미 찜 등의 여러 맛깔난 반찬이 밥과 함께 제공되니 금세 밥 한그릇 뚝딱이다.

식사 후에는 강원도 전통의 뭉생이 떡과 식혜(강릉에서는 '감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통함)가 후식으로 더해진다.

그래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모든 식재료가 강원도의 제철 재료들이다.

초당두부에서부터 한우와 황태, 메밀, 오징어 등등.

메뉴판 옆 안내문을 읽어보니 500년 이상된 종가의 씨간장을 맛의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모든 요리에 씨간장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방짜유기에 20첩 건강밥상이라.

과객이라는 이름그대로 손님을 대접하기에는 체면이 서는 밥상인 것 같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과객, 한정식 집으로 드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산면 소재지에서 강릉시내로 들어가는 옛 고속도로변에 있는 부채도로를 타고 금산벌판 중간쯤에서 드넓은 논을 가로질러 마을로 들어선 뒤 '과객'이라고 쓰인 작은 안내판을 찾으면 된다.

20여m 좁은 마을길 골목을 지나 고향집 처럼 아늑한 임경당 전통한옥이 나타나고, 그 옆에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고택 구경은 진지상 손님에게 더해지는 후식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을 먹지않고, 다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맨 위 된장찌개까지 더해진 사진이 진지상 한상 차림이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6호인 임경당(臨鏡堂)이다. 조선 중종 때 강릉 선비인 김광헌(金光軒)과 열(說) 부자의 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건물 이라고 하는데, 집 뒤에 소나무를 심고 청빈하게 살아가던 이들 부자에게 당시 홍문관 교리이던 율곡 이이 선생이 '호송설(護松說)'을 지어주고 칭송했다고 한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임경당은 김열의 호이다. 건물 안에는 율곡 선생의 호송설 등의 판액이 걸여 있고, 농촌 들녘을 낀 주변 풍광이 매우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