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공주 마곡사-'춘마곡(春麻谷)'의 진경을 여름에 만나다

좋은산 2015. 7. 23. 15:16

 

 

 

 

 

 

 

 "충남 공주에 가면 꼭 다시 가 보리라"고 항상 마음에 새겼던 사찰이 있습니다.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있는 마곡사(麻谷寺) 입니다.

 절 입구의 일주문에 "태화산 마곡사"라고 써 있습니다. 태화산 자락에 그 정기를 품고 자리잡은 가람인 것이죠.

 충남 지방에서 절집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로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봄에는 마곡사의 경치가 제일이고, 가을에는 이웃에 있는 계룡산 갑사의 풍광이 최고라는데서 연유한 말 이라고 합니다.

 봄 경치가 으뜸인 사찰로 꼽힌 것을 보면, 마곡사는 생기가 도는 사찰로 여겨집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일경을 피해 은신, 출가한 사찰로도 유명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마곡사 경내로 들어서니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이 한여름을 잊게할 정도입니다.

 역시 명불허전 그대로 옛 사람들의 말에는 허언이 없나 봅니다.

 

 제가 마곡사를 마음에 새긴 것은 30년 전 대학생 때 답사의 추억 때문입니다.

 이제는 기억이 아예 사라진 추억이지만, 그때 마곡사의 뜨락에서 맞았던 화사한 봄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큰 절 이라기 보다는 고향집 툇마루에 서 있는 것 같은 정겨움 이랄까요. 마곡사는 마치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가장 정겨운 풍경화 처럼 지난 30년 간 제 뇌리에 아로새겨진 아름답고, 그리운 사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충남지역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도 모르면서 마곡사 행(行)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추억을 품고 다시 만난 마곡사는 역시 오랜 친구 처럼 반가운 존재였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예전 청년기 때 처럼 설레는 감흥은 줄어들었지만, 추억 속 사찰은 만나는 즐거움은 각별했습니다.

 대웅전 앞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일면 다보탑)도 살펴보고, 스님들의 수행처며 공양간도 이곳저곳 제집 처럼 둘러 보았습니다.

 방문 시간이 저녁 무렵이었던 때라 마곡사의 범종 소리를 듣는 행운도 더했습니다.

 사바세계 중생들의 미명을 깨우는 듯 마곡사 계곡과 태화산 숲으로 멀리멀리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해묵은 추억의 장면까지 들추어내듯 오랫동안 다시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관음도량 마곡사, 그곳은 만날수록 인연의 깊이를 더하는 사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