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는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의 능원인 융릉(隆陵).
아래는 사도세자의 아들로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와 그의 비 효의왕후 김씨가 묻힌 건릉(健陵).
아버지와 아들의 능은 탯줄 처럼 같은 산자락에 이어져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隆健陵).
우리가 흔히 사도세자로 알고 있는 '장헌세자'와 그의 아들인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능이다.
사도세자는 주지하다시피 조선 영조의 아들로 뒤주 속에 갇혀 죽은 비운의 왕세자이다.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이 초래되고 결국 1762년, 뒤주 속에 갇혀 28세의 나이로 요절한 왕자이다.
세자가 몰래 왕궁을 빠져나가 문란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당파의 무고를 접한 영조는 결국 부자간 갈등 끝에 세자를 폐서인하고, 뒤주 속에 가둬 8일 만에 숨지게 만들었다.
절대군주인 아비의 노여움을 산 왕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능히 짐작할만하다.
영조는 이후 아들을 죽게만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애달프게 생각한다'는 뜻에서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렸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일 뿐, 역사상 가장 냉혹한 아비와 비운의 아들 이라는 스토리만 더했다.
영조는 조선의 임금들 가운데 가장 장수(83세)했던 왕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조선시대에 80세를 넘겼으니 지금으로 치면 거의 100세를 넘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장수한 만큼 재위기간(52년)도 조선 왕들 가운데 가장 길다. 이렇듯 장수한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이 왕세자로 한 궁궐에 있었고, 당파들의 당쟁이 극심하던 때 였으니 '절대권력'을 놓고 갈등이 초래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할 수 있다.
각설하고, 영조의 뒤를 이어 즉위한 정조는 아비(사도세자)의 억울하게 숨진 선친을 애도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정조는 즉위 13년이 되던 1789년에 사도세자의 묘를 경기도 화성의 화산(花山)으로 옮기고, '현륭원(顯隆園)'이라는 이름으로 승격시킨 뒤 능을 참배하기 위해 해마다 화성을 방문(총 13차례)했다.
정조의 화성 행차는 부친을 능원을 참배하는 정성과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는 민심 탐방의 성격이 더해졌다.
백성들은 왕이 행차하는 길가에서 깽과리나 징을 두드려 주목을 끄는 '격쟁(擊錚)'과 일종의 진정서인 상언(上言) 등의 방법으로 대왕에게 민원을 하소연 할 수 있었고, 정조는 그 민원을 해결하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임금이었다.
조선 제22대 임금으로, 당파를 이룬 권신이 아니라 왕과 백성의 나라를 꿈꾸었던 '개혁군주' 정조(1752년∼1800년)는 49세의 나이로 스러져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 근처에 묻혀 일생을 마친다.
정조와 그의 비 효의왕후 김씨가 묻힌 능은 건릉(健陵).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홍씨가 묻혀있는 융릉(隆陵)과 함께 '융건릉'으로 불린다.
현륭원(顯隆園)이 융릉으로 승격된 것은 고종 때인 1899년에 사도세자, 즉 장헌세자가 장조(莊祖)로 추존된데서 비롯됐다.
개인적으로는 왕을 지낸 정조의 능(건릉)보다 사도세자의 능(융릉)이 규모나 입지, 주변 풍광 등에서 모두 더 낫다고 여겨졌는데, 이 또한 부친을 받드는 아들의 정성의 발로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웃하고 있는 융릉과 건릉 숲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는데, 융릉과 건릉을 모두 답사하고,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 거리가 족히 4km는 되기 떄문에 산책 코스로도 매우 훌륭하다.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은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 40기가 모두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당연히 융릉 부터 먼저 둘러봐야 겠지요. 능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숲길이 아늑하기 그지 없습니다. 숲길과 융건릉 주변의 산길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더군요. 그만큼 숲속 환경이 좋다는 뜻 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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