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행선지는 부안 내소사(來蘇寺).
변산반도에 왔으니 내소사를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에 속하지만, 그 역사가 매우 깊어 최초 창건시기는 백제 무왕34년(633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절의 나이나 법력으로 보자면, 본사인 선운사와 맞먹을만한 호남의 대표적인 천년고찰 이라고 하겠습니다.
창건 당시에는 소래사(蘇來寺)라고 해 대(大)소래사와 소(小)소래사가 있었는데, 대소래사는 이후 소실되었고, 현재는 소소래사가 남아 '내소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안내판에 기록돼 있네요.
창건 1000년 뒤인 조선 인조 11년(1633년)에 중건되고, 고종 2년(1865년)에도 중수되었다고 합니다.
내소사, 이름으로만 뜻 풀이를 하자면,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의미이니, 그 이름이 정말 좋습니다.
내로라하는 천년고찰답게 대웅보전과 고려동종 등 4점의 보물을 비롯해 중요 문화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니, 방문시에는 여러 면모를 유심히 살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소사를 처음 만나면, 멀리 원경부터 범상치 않은 절 이라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강원도의 고산에 비하면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병풍 처럼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 산의 비범한 산세가 우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능가산 내소사' 라고 써 있는 것으로 보아 내소사를 둘러싼 주산은 능가산인 것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만나게 되는 전나무 길이 일품입니다.
700여그루의 곧은 전나무가 기나긴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이 전나무 숲을 포함한 내소사의 숲길은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픈 숲길'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드디어 내소사 가람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 벚꽃이 또한 내소사의 유명세를 더하고 있으니, 언젠가 한번 봄에 꼭 시간을 내어 봐야 하겠습니다.
저는 내소사 경내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 절에 들어섰다기 보다는 마치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한마당에 들러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살림집, 고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편안함, 내소사 요사채에서는 글 읽는 선비의 낭랑한 목소리가 당장이라고 창호문 밖으로 흘러 나올 것 처럼 정겹습니다.
그만큼 사부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친근한 절집 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 화성((華城)과 행궁(行宮)에서 도시역사유산의 정수를 보다 (0) | 2015.07.21 |
---|---|
삼척 용화,장호항을 아시나요 (0) | 2015.03.15 |
부안 변산반도 채석강을 거닐다 (0) | 2015.01.04 |
예천 회룡포- 물굽이가 용틀임하는 마을에서 진한 향수를 느끼다 (0) | 2015.01.04 |
영주 부석사-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0) | 201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