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괘방산(339m) 종주
*산행 코스: 안인항- 활공장- 고려성지- 삼우봉- 정상-쉼터-당집-183고지-정동진
*산행거리: 편도 9.4km
*산행시간: 3시간
*산행일시: 2015년 6월 13일
'산 위의 바닷길'로 통하는 그곳, 강릉 괘방산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괘방산의 매력은 '산 위의 바닷길'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하면서 산행을 즐긴다는 것 입니다. 동해 바닷가에서 해발 339m 산이 불쑥 치솟아 바다를 베게삼아 가로로 길게 누워있는 형국이기에 파도를 옆구리에 맞으면서 등산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동해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배 한척을 타고 넘는 기분이랄까요.
산행 들머리는 이물이고, 날머리는 고물이 되는 셈이죠.
그렇다하고 보니 괘방산은 정말 배를 닯았네요.
산 꼭대기 탁 트인 등산로에서 바다를 굽어보노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즈음에는 녹음의 신록과 옥빛 바다, 흰 포말,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는 색조의 조화가 또한 현란한 유혹입니다. 산 능선에서 맞는 바닷바람은 마음 속 때 까지 씻어내는 듯 청량감이 정말 압권입니다.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런 각별한 즐거움 때문에 괘방산 코스는 강릉이 자랑하는 ‘바우길’ 가운데서도 인기 걷기 코스로 손꼽힙니다.
'괘방산'이라는 산 이름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데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지고 있으니, 산 이름의 유래 부터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괘방산은 이곳 강릉사람들에게는 '통일안보등산로'라는 이름으로도 통합니다.
산 아래 안인진 앞바다는 지난 1996년 9월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다가 암초에 걸려 좌초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이후 한달넘게 이곳 괘방산을 시점으로 강원도 백두대간 일원에서는 대대적인 대간첩 소탕 작전이 전개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곳 안인항-정동진 해변에는 북한 잠수함과 우리 해군 퇴역 구축함이 전시되고, 통일안보공원이 조성됐으며 괘방산 등산로도 '안보체험등산로'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산행 들머리인 안인항은 '참 가자미 회'로 유명한 먹거리 명소이기도 합니다. 가자미 회는 동해안에서는 세꼬시로 통하는데, 뼈 째로 씹어 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안인항에서 출발해 괘방산 등산을 마치면서 만나게되는 정동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동해안 최대 해맞이 명소입니다.
서울 광화문의 정동방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정동진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공전의 히트를 한 TV드라마 '모래시계'로 더욱 유명해진 젊음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주변에는 천년고찰 등명락가사와 거대한 크루즈선박 모양의 명소인 썬크루즈리조트, 하슬라 아트월드, 시계를 테마로 한 정동진 박물관 등의 구경거리가 즐비하고, 올해부터는 정동진 해변을 따라 레일핸드바이크 체험관광시설이 운행에 들어갔습니다.
정동진 해변의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매년 성대한 새해맞이 축제가 펼쳐지기도 하고, 장엄한 일출을 구경하려는 선남선녀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고 정동진 역에 붐빕니다.
괘방산은 해발 표고가 339m에 불과해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바닷가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산이기 때문에 등산로의 체감표고는 비슷한 높이의 내륙의 산 보다는 훨씬 높게 느껴집니다.
안인항 삼거리 주차장을 출발하면서 시작되는 산행은 처음부터 계단과 급한 산길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마냥 가뿐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된비알 오르막이 쉼 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를 오르면 능선을 타고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험하거나 힘든 코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산행 코스 중간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땀을 식히면서 탁 트인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것도 일품이고, 키 작은 소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재미도 비할데없이 쏠쏠합니다.
산길에서 내려다 본 바다에는 새하얀 파도 포말이 쉼 없이 부서지고, 이따금 활공장을 박차고 떠 오른 패러글라이더가 짙푸른 바다 위를 점점이 수놓는 희한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야 할 때도 있으니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됩니다.
3.5km를 걸어 방송 송신탑에서 산 정상부(339m) 찍은 등산로는 5.5km를 더 뻗어내려 정동진으로 이어집니다.
정상을 찍었다고 해서 급하게 내리막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완만하고 길게 하산길이 펼쳐지는 것도 괘방산 등산로의 특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쉼터에서 솔바람을 들이키거나 동해바다와 백두대간을 조망하는 멋도 일품입니다.
활공장에 도착했습니다 . 안인진항을 출발해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 이곳에서 바다를 향해 날아 오르는 페러그라이더들을 구경하는 것도 괘방산 산행이 주는 큰 선물 입니다.
괘방산 활공을 즐기기 위해 페러글라이더들이 장비를 짋어지고 산길을 오르고 있네요.
괘방산에는 고려성지를 비롯해 옛 산성 유적이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인위적으로 다듬은 것이 분명한 너럭바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맞춰 구명이 뚫려 있는데, 이 또한 옛 산성의 흔적임이 분명합니다.
멀리 정동진 바다가 등산로에서 한눈에 들어오네요. 여기는 괘방산 정상을 지나가는 지점입니다.
지나온 괘방산 정상 능선이 아스라히 펼쳐 집니다. 저기서 1시간 남짓 이동한 것 같은데, 벌써 저렇게 멀게 느껴집니다.
해맞이 명소 정동진입니다. 괘방산 등산은 이곳 정동진에서 시작해도 무방합니다.
저는 사실 안인항-정동진 9.4km 등산을 마친 뒤 다시 괘방산을 넘어 차량이 있는 안인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왕복 종주를 한 셈이니 그날 이동거리가 18.8km에 달합니다.
정동진까지 오는 동안 비교적 맑았던 날씨가 되돌아 갈 때는 꾸물꾸물 하더니 결국 새찬 소나기를 퍼부었습니다.
가뭄이 한창인 때에 산에서 맞는 소나기, 그 또한 즐길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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