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설악산 서북능선(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산행기

좋은산 2015. 5. 24. 10:07

 *산행코스:설악산 서북능선(한계령-한계령(서북능) 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거리: 12.6km

 *산행시간: 총 6시간 30분

 *산행일시: 2015년 5월 23

 

 

 

 

 

 

 

 

 설악산 서북능선을 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청봉이 아닌 귀때기청봉 쪽 능선입니다.

 옛날옛적에 설악산 고봉인 대청,중청,소청,끝청이 높이 경쟁을 해 순서를 정할 때 갑자기 끼어들어 자기가 설악산에서 제일 높다고 우기다가 뒤때기(뺨)를 얻어맞고 지금의 외딴 장소로 쫒겨와 '왕따'를 당한듯 홀로 서 있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說) 이 전하는 그 귀때기청봉 입니다.

 그런데 사실 높이로 따지면 귀때기청봉도 해발 1578m에 달하니, 한반도의 내로라하는 고봉준령에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습니다.

 홀로 떨어져 있다고 해서 귀때기청봉의 존재를 만만히 봐서는 절대 안되는 것 입니다.

 마치 '유아독존'의 존재 처럼 우뚝서 있는 폼새가 범상치 않거니와 그 능선을 오르면서 반드시 눈에 담게되는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등 설악이 자랑하는 바위암릉의 장쾌한 용틀임, 끝청-소청-중청-대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우렁찬 질주를 귀때기청봉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설악의 고봉준령이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산객들을 받기 시작한 상태여서 '국민의 산-힐링로드'의 행진이 더 각별하고 설렙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고봉 등산로는 지난주 5월16일부터 다시 입산이 허용 됐습니다.

 겨울과 봄으로 이어지는 건조기를 맞아 산불예방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입산통제가  이제 막 풀린 것 입니다.

 (참고로 저는 나홀로 산행을 하면서 부지런히 걸어 6시간 30분 만에 한계령-장수대 12.6km를 종주했는데, 대승령에서 만난 국립공원 직원에게 들이니 보통은 8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귀때기청봉은 이즈음 진달래와 철쭉이 교차하는 희한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산에서는 이미 진달래는 모두 져서 구경할 수 없는 철인데도 귀때기청봉에는 막바지 진달래가 지금도 용을 쓰고 있습니다. 귀때기청봉의 진달래는 그냥 진달래가 아니고, 우리나라 설악산과 한라산, 지리산 등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털진달래 입니다.  어린 가지와 잎 뒷면에 털이 있어 털진달래라고 불리는데, 꽃색이 짙은 털진달래가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나면 고산의 풍광은 더욱 장관이 됩니다.

 입산통제가 해제된 지난주 주말, 그러니까 5월16일에는 귀때기청봉 털진달래가 볼만했다고 하던데, 내년에는 그때 쯤 다시 한번 찾아와 봐야겠습니;다.

 그 새빨간 진달래 주변으로 연분홍 철쭉꽃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니 신록과 어울린 색깔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서북능선의 한계령-장수대 코스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황홀경이 마치 파노라마 처럼 시종일관 펼쳐지는 곳 입니다.

 특히 한계령삼거리 즈음의 능선에 도달하면서부터 만나게 되는 설악의 속살은 최상의 찬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암릉의 거대한 용틀임을 하고, 대청과 중청,소청, 끝청 등의 고봉이 도열하듯 늘어선 풍광은 가히 압도적 입니다.

 능선 마루에 올라 설악의 속살을 처음 들여다보는 산객들은 예외없이 신음성을 내뱉습니다. 신음성은 어찌 표현할 수 없을 때 나오는 최상의 감탄사 아니겠습니까.

 고사목과 너덜바위 지대까지, 고산이 연출해내는 풍광으로 따진다면 귀때기청봉 방향의 서북능선이 중청-대청 쪽을 오히려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6km 능선 또한 사방을 굽어보는 고산의 풍미가 일품인데다 야생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붉디붉은 큰앵초가 특히 많아 홀로 등산을 해도 길동무가 있는 듯 흥겹습니다.

 대승령에 올라 그곳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를 배우는 재미도 잊지말아야겠죠.

 자 이제 전 국민의 로망-설악산 서북능선으로 떠나봅시다.

산행 들머리는 한계령휴게소 입니다. 저는 미리 산행을 마치게되는 장수대에 차를 세운뒤 택시를 타고, 이곳 한계령휴게소로 이동해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콜택시를 불렀는데, 마침 한계령 쪽에 있던 기사님께서 1만5000원을 받더군요. 

 

파란색 선이 제가 오늘 가야할 한계령-장수대 코스 서북능선 입니다.

 

 

 

 

 

 

 

 

 

 

 

한계령에서 1km정도는 깔딱고개 입니다. 능선 마루에 도달해야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이제 귀때기청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뾰족 솟아오른 위용이 범상치 않습니다.

 

 

 

 

능선마루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풍광입니다. 한계령삼거리까지는 1m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처음보다 크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귀때기청 능선도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날씨가 쾌청하니 하늘빛과 어울린 능선의 윤곽이 눈부십니다.

 

 

 

 

 

 

 

 

 

 

 

 

 

 

 

 

 

 

 

 

 

 

 

한계령삼거리에 다다라 남서 방향으로 바라 본 풍광입니다. 가운데 우측 상투바위봉 너머로 멀리 가리봉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귀때기청봉 능선의 경치가 한동안 바쁜 발길을 붙잡더군요.

 

 

 

 

한계령(서북능)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대청 방향과 귀때기청 방향이 갈리는 곳 입니다.

 

 

 

아 설악, 공룡과 용아 등의 암릉능선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감탄의 신음성이 그칠새 없습니다. 설악산 서북능선 최고의 묘미는 바로 설악산이 감추어 둔 이 풍광을 만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귀때기청의 너덜바위 지대가 시작됩니다. 다소 길게 펼쳐지는 너덜바위 길이니까 발을 옮길 때 바위 사이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마치 하늘에서 크고 작은 바잇돌을 뿌려놓은 듯 너덜바위가 귀때기청 사면을 따라 사방으로 무더기로 펼쳐지는데, 이 너덜바위지대 때문에 귀때기청이 귀때기, 즉 얼굴 볼을 드러낸 것 처럼 보여 '귀때기청' 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만약 '볼청'이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귀때기청이 더 서민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때기청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풍경입니다. 소청,중청,대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윤곽이 선명합니다.

 

 

 

 

 

 

 

 

 

 

 

 

 

 

 

 

 

 

 

 

너덜바위 지대를 통과할 때는 계속 설악의 암릉들을 굽어보면서 지나가게 됩니다. 너덜바위 사이로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구경해야지, 정말 바쁩니다.

 

 

 

 

 

 

 

 

 

 

 

 

 

귀때기청봉의 그 유명한 진달래 밭을 통과합니다. 진달래가 계절에 쫓겨 이곳 고산에서 올해 막바지 용을 씁니다. 진달래가 만발했을 때 귀때기청봉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황홀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산객들이 전진을 못하네요. 해발 1500m 고산이 아니라 그냥 소풍나온 것 같지 않나요.

 

 

 

 

 

진달래 밭과 고사목 지대가 한데 어울려 있습니다. 고산의 풍광이 극히 이국적 입니다.

 

 

 

 

 

 

 

 

 

 

 

너덜바위 지대 사면 너머로 저 멀리 대승령과 장수대 방향 능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칼날 처럼 우뚝선 귀때기청, 마치 옆 열굴, 귀때기를 내놓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멀리 가리봉 방향입니다.

 

 

 

 

 

 

 

 

 

 

귀때기청봉 정상입니다. 칼 처럼 솟아 올라 정상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방을 굽어보는 조망미는 정말 일품입니다.능선 한가운데 외톨이 처럼 우뚝서 있어서 그런지 설악산이 그냥 통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 이나 다름없더군요.

 

 

 

 

 

 

이제 가야할 대승령 방향 입니다. 멀리 뾰족 솟아난 봉우리가 안산이고, 그 옆으로 십이선녀탕 방향이 있습니다. 대승령까지 6km는 오르막 내리막 능선의 연속입니다.

 

 

 

 

 

 

 

 

 

 

 

 

 

 

 

 

 

 

 

 

 

 

 

 

 

 

 

 

 

 

 

 

지나온 귀때기청봉 입니다. 사면 사방으로 너덜바위지대가 흘러 내린 것이 특징적 입니다.

 

 

 

 

 

 

 

 

큰앵초 입니다. 귀때기청-대승령 능선을 따라 곳곳에 무더기로 피어납니다.

 

 

 

 

 

 

 

 

 

 

 

 

 

 

 

 

 

 

 

 

 

 

 

 

 

 

 

 

 

 

 

 

 

 

 

 

 

 

 

 

 

 

 

 

귀때기청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입니다. 대승령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돌아보면 이렇게 능선의 경치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길래 물어 봤더니 '연영초' 라고 하네요.

 

 

 

 

 

 

 

 

 

 

 

 

 

 

 

 

 

 

대승령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더 진전하면 안산, 신이선녀탕, 남교리 방향으로 나아가고, 하산길을 잡으면 장수대로 내려갑니다. 대승령은 알고보니 스토리가 참 많은 곳 이더군요. 옛날 시인,묵객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대승령의 최고 절경인 대승폭포 입니다. 그런데 가뭄 때문에 물이 없네요. 옛 선인들의 극찬했다는 흔적만 더듬고 갑니다.

 

 

 

위로 쳐다보니 대승령 쪽 봉우리가 우뚝 서 있습니다.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계곡 골짜기가 뱀 처럼 흘러 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