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덕항산(1071m)
*산행 일시: 2014년 11월 29일
*산행 코스: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골말-동산고뎅이-장암목-사거리 쉼터-덕항산 정상(편도 2.3km)
*산행 시간: 왕복 3시간
힘든 산을 비 맞으며 다녀왔습니다.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군립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덕항산.
환선굴과 대금굴이 있는 산 이라고 하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입니다.
덕항산은 환선굴과 대금굴, 관음굴 등 6개의 큰 동굴을 품고 있는 산인데요. 그래서 대이동굴지대로 통 합니다.
산 전체가 그냥 석회암 동굴이라고 보면 되겠죠. 그 중에서 일반인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개방된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 2곳 뿐 입니다. 동굴 등의 자연자원과 생태 보호를 위해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덕항산은 행정구역상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와 태백시 삼수동 하사미리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동굴이 많은 산 답게 산세가 웅장하고 신비한 것이 언제 만나도 마치 중국 무협지 속의 한장면을 현실에서 보듯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치가 펼쳐집니다.
'태고의 신비', '억겁의 신비'를 만나는 것 같은 감흥을 맛 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경치를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것은 땀 깨나 빼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태백시 쪽에서 접근하면 다소 완만하게 오를 수 있으나 삼척 대이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말 그대로 고행(苦行)의 연속입니다.
산 자체가 수직의 병풍 처럼 서 있기 때문에 힘겨운 산행을 화끈하게 한다고 보면 됩니다.
산행 들머리인 대이리 골말에서 동산고뎅이-장암목을 거쳐 덕항산 정상까지 거리는 편도 2.3km.
산행으로 단련된 산객들의 기준으로 보면 산행 코스가 매우 짧습니다.
그러나 산행 거리만 가지고 덕항산 등산의 난이도를 평가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산행 들머리리 골말지역 환선굴 매표소의 해발 표고가 280m인데 덕항산 정상은 1071m에 달합니다.
불과 2.3km 거리를 이동하면서 고도를 무려 800여m나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단련된 산객들도 덕항산 2.3km를 오르는데는 일반 산행의 2배 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냥 눈 앞에 수직으로 서 있는 된비알 오르막을 계속 기다시피하며 오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 땀과 수고도 덕항산을 오르면서 만나게되는 신비스러운 경치 앞에서는 모두 '행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산행기 제목을 '짐승 처럼 올라 신선이 되다'로 정한 이유를 실제 산행을 해보면 알게 됩니다.
덧붙여 덕항산은 백두대간 종주 코스 선상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연중 정말 많은 산객들이 다녀갑니다.
덕항산은 화전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 입니다.
‘德項山’이라는 이름도 옛날 먹거리가 부족해 한평의 경작지가 아쉬웠던 때 삼척지역 사람들이 이 산을 넘어가면 화전(火田)을 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많아 ‘덕을 봤다는 의미에서 덕메기 산’으로 불리웠던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삼척 대이리 너와집(제221호)’과 ‘통방아(제222호)’도 만날 수 있습니다.
화끈한 산행에다 동굴, 화전민의 애환까지 모두 체감할 수 있으니 덕항산은 산행의 재미 외에도 보고 즐길 것이 참 많습니다.
화전의 추억이 깃든 곳 이라는데서 알 수 있듯이 덕항산이 있는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는 심산유곡에 있는 산촌마을입니다. 산과 골이 얼마나 깊은지 6·25 전쟁이 발발한 것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환선굴과 대금굴이 잇따라 개방되면서 주말마다 관광차량이 줄지어 찾는 관광 명소로 변신했습니다
삼척시-태백시를 연결하는 국도 38호선으로 이동하다가 신기면 소재지에서 환선굴, 대금굴 방향으로 지방도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덕항산 산행의 들머리인 대이리 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이 덕항산 산행 들머리 입니다.
물론 환선굴 쪽으로 더 올라가 자암재- 지각산(환선봉)을 환바퀴 돌아 덕항산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거리가 먼데다 하산길에 덕항산의 급경사 내리막을 타야하는 위험 부담 때문에 산객들은 주로 골말 들머리에서 덕항산을 직공합니다.
저도 그동안 10여차례의 덕항산 산행을 모두 이곳 들머리에서 시작해 환선굴 방향으로 일주하는 코스를 선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꾸물꾸물,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덕항산-지각산-자암재-환선굴 일주는 하지않고, 그냥 골말-덕항산 정상을 왕복하는 최단거리 산행만 하기로 했습니다.
골말-덕항산 정상 코스는 수년 전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 때문에 9부 능선 지점의 철제 등산로 계단 일부가 파손되면서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입산이 통제됐으나 최근 보수가 완료되면서 드디어 통문이 개방됐더군요.
이 통문으로 들어서면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처음부터 8-9부 능선 지점까지 계속 헉헉대는 오르막이라고 보면 됩니다. 산행 내내 팔, 다리를 모두 사용해야 하니 얼마나 경사가 심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급경사에 바위 비탈과 철계단을 타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니 덕항산에서는 완급 조절과 안전이 최우선 입니다.
덕항산 중턱인 장암목에서는 '926계단' 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 덕항산을 오르는 산객들은 "여기까지 줄기차게 비탈을 올라왔는데, 또 계단이 926개나 이어진다고?"라고 놀란 토끼눈에 다리가 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계단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올라왔던 된비알에 비하면 경사가 그리 심한 것은 아닙니다.
또 926계단을 지나면 거의 정상 9부 능선에 도달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500여m는 완만한 평지 등산로 수준입니다.
골말에서 덕항산을 오르는 중에는 중간에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도 여러곳이 마련돼 있습니다. 쉼터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다보면, 힘든 과정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습니다.
동산고뎅이 쉼터에서 바라본 환선굴, 뻥 뚫린 굴 속에서는 당장이라도 시조새가 튀어나와 날아 오를 듯 신비스럽습니다. 오늘은 안개 구름까지 더해지니, 억겁의 신비 속에서 제가 칼 바위 능선을 오르며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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