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백두대간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천국이다.
산마루와 고갯길이며 바위, 심지어는 소나무 한그루에까지 역사를 거름삼아 곰삭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옛 선인들의 생활과 지혜, 기도가 배어있는 그 이야기들을 길동무 삼아 걷는 것도 강릉의 백두대간 산줄기와 계곡이 주는 큰 선물이다. 특히 아흔아홉굽이로 통하는 대관령은 굽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잉태되고, 전승된 공간이다.
율곡 선생의 손을 잡고 고개를 넘던 신사임당은 고갯길 중턱에서 강릉 벌판을 되돌아보며 친정어머니를 그리는 애절한 마음의 사친시(思親詩)를 남겼고, 조선의 대표적 화원 김홍도도 고갯길의 아름다움에 반해 화폭을 펼쳤다.
대관령 옛길 중턱에 있는 ‘기관(記官) 이병화(李秉華) 유혜 불망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조선 순조 때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이 비는 겨울에 고개를 넘다가 얼어 죽는 사람이 많이 생기자 기관 이병화가 반정에 주막을 짓고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한 덕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에서 600리 머나먼 강릉 땅으로 부임하던 사또가 고갯길에서 서러움에 눈물을 쏟고,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수려한 경관과 후덕한 인심에 반해 다시 눈물을 흘렸다는 고사는 대관령에서‘원울이재’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동하는 마루금 곁에는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이 존재한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걸작인 강릉단오제가 시작되는 이곳은 신라말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강릉 굴산사를 창건한 고승 범일국사와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을 모신 곳이다.
대관령의 또 다른 산줄기, 백두대간 곤신봉으로 이어지는 보현산 정상부에는 고색창연한 ‘대공산성(大公山城)’이 자리잡고 있다. 높이 2.3∼2.5m, 둘레 4㎞에 달하는 고대산성으로, 보현산성(普賢山城)으로도 불린다.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이 산성은 1896년 을미의병 때 민용호 부대의 거점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강릉시 성산면 보현산에서 만나게 되는 '대공산성(大公山城)'. 높이 2.3-2.5m, 둘레 4km에 달하는 고대 산성으로,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백두대간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릉은 오대산 소금강 등 도처에 이 같은 산성 유적이 즐비하니 강릉의 백두대간은 외침에 대비한 선조들의 피땀을 웅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공산성 등산로에서 만나는 ‘어명정(御命亭)’의 사연도 각별하다. 지난 2007년 광화문 복원에 사용할 금강송을 벌채하면서 ‘어명’, 즉 나라의 명에 의해 벤다는 것을 옛날 방식의 교지로 알리고, 소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해 정자를 지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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