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춘천 삼악산(三岳山) 산행기-'천(千)의 얼굴을 가진 산'을 다시 만나다

좋은산 2014. 8. 3. 12:33

  '천(千)의 얼굴을 가진 산'.

 춘천 삼악산(三岳山)을 다녀왔습니다.

 주말 춘천에 볼일을 보러 가면서 오전에 짬을 내 삼악산을 한바퀴 도는 바쁜 등산을 한 것 입니다.

 저의 삼악산 산행은 이번이 세번째. 30년 전 대학 다닐 때 처음 인연을 맺은 뒤 7년 전에 한번 더 다녀오고, 이번에 또 같은 코스로 등산을 했습니다.

 제가 삼악산을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라고 표현한 것은 삼악산이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경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산을 하면서 호반의 도시 춘천의 전경과 호수의 풍광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또 뒷동산 오솔길 같은 포근한 숲길이 펼쳐지는가 하면, 바위 암릉지대 급경사 오르막을 타는 아찔한 쾌감도 만날 수 있습니다.

 등선폭포(登仙瀑布)주변에서는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소와 폭포가 줄줄이 이어져 마치 협곡 관광에 나선 기분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등산로의 좁은 다리 위에 서면 마치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신비감도 더해집니다.

 그 경치가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이를데 없으니 이만하면 삼악산을 '천(千)의 얼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죠.

 

 

 

 

 

 

 

 

 

 

 

 

 

 

 

 

 

 

 *춘천 삼악산(2014년 8월 2일)

 *산행코스: 삼악산장 매표소(의암댐 옆)-삼악산장-상원사-깔딱고개-용화봉(삼악산 정상)-큰초원-작은초원-흥국사-등선폭포-북한강 경춘가도 도보 이동- 원점 회귀

 *전체 산행거리: 5km(의암댐 삼악산장매표소-등선폭포까지 순수 산행거리 기준)

 *산행 소요시간: 2시간 40분

 

 

 삼악산(해발 654m)은 강원도 도청 소재지인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일원에 있는 명산입니다.

 아름다운 북한강과 의암댐 등 물의 도시 호반을 끼고 마치 천연의 요새 처럼 버티고 서 있는 산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설악산과 오대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산 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장엄하면서도 포근한 오대산 산세와 장쾌한 남성미가 일품인 설악산의 풍광을 삼악산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뜻이겠죠.

 등선폭포 주변의 협곡은 '작은 금강'이라고 불린다고 하니 금강산까지 더해야 겠네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의암호반의 풍광을 굽어보면서 오르는 삼악산 등산을 하면서 충북 단양 청풍호 주변의 월악산국립공원 구역에서 만나는 '제비봉'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삼악산은 주봉인 용화봉(654m)과 청운봉(546m), 등선봉(632m)  3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어 삼악(三岳)산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해발 표고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3개의 봉우리에서 북한강 주변으로 뻗어내린 암릉 능선의 비탈이 심해 "'악'자가 들어간 산은 예외없이 등산이 힘들다"는 속설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처럼 험준한 암릉과 협곡으로 이뤄진 요새 같은 산세에 의지해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인 맥국(貊國)의 성터(삼악산성) 등 유적이 분포해 있고. 후삼국시대 때 고려 태조 왕건이 나타나기 전, 강원도 일원을 중심으로 세력을 떨치던 후고구려의 궁예(弓裔)가 왕건의 군대를 맞아 싸운 궁궐터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제 산행 사진을 보면서 '천의 얼굴'- 삼악산을 즐겨보시죠. 

 

 

오늘 산행시점은 의암호 주변 삼악산장매표소에서 시작합니다.

 호수를 굽어보면서 바위 암릉을 먼저 탄 뒤 하산길에 등선폭포 협곡 구간으로 빠지는 코스를 택한 것 입니다. 들머리인 삼악산장 매표소는 의암댐 근처 북한강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승용차 1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려면 승용차 주차료 2000원에 어른 1인당 입장료과 1600원을 내야 합니다.

 (참고로 위 지도 사진의 좌측 상단에 '석파령(席破嶺)'이라는 지명이 보이는데, 한번 눈여겨 봐둘만 합니다. 한자로는 '자리를 쪼개는 고갯길'이라는 뜻인데, 예전에 춘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던 곳 입니다. '석파령'이라는 지명은 예전에 춘천부사가 이곳 석파령 고갯길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자리를 쪼개고 앉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서울에서 멀고 험한 춘천땅으로 들어오는 신임 부사와 정든 고장을 떠나야 하는 구임 부사가 석파령 좁은 고갯길에서 '자리를 쪼개고' 앉아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고사가 전해집니다. 대관령에도 비슷한 사연이 '원울이재'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데, 강원도는 어디나 예로부터 험한 원지였지만, 수려한 자연경관과 후덕한 인심으로 이름났던 곳 이라는 것을 지명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길 200여m를 이동해 삼악산장 근처에 도착하니 의암호(북한)의 풍광이 서서히 눈에 들어옵니다. 반대편 춘천시내로 들어가는 강변도로의 호젓한 경치도 도 흐뭇합니다.

 

 

 

 

 

 

 

 

 

 

 

 

 

 

 

 

 

 

 

 상원사에 도착했습니다. 들머리에서부터 650m를 이동한 지점입니다. 이곳 상원사에서는 맑은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습니다. 떠 마시기 좋게 아주 정갈한 음수대를 갖춘 감로수 입니다.

 

 

 

 

 

 

 

 

 

 

 

 

 

이제 깔딱고개가 시작됩니다. 이정표에는 '깔딱고개' 구간이 350m 정도라고 돼 있는데, 사실 깔딱고개를 지나쳐도 정상까지 1km 정도 구간에 조심조심 이동해야 하는 된비알 암릉 구간이기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계속 깔딱고개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암릉 비탈면 등산 중에는 반드시 호반의 풍광을 굽어보기 위해 여러번 발걸음을 멈춰야 하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깔딱고개를 오른 뒤 만나는 쉼터입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곳 입니다. 여기서부터 정상 근처에 다다를 때 까지 바위 비탈을 통과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급경사면에 발 지지대나 난간, 로프 등 안전시설이 거의 없어 바위 비탈면이 상당히 위험하고 힘들다고 느껴졌는데, 춘천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요즘은 안전시설이 꽤 많이 보강 됐더군요. 그래도 등산은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한눈팔지 말고, 조심조심 이동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보는 호반의 도시 전경이 가장 탁월한 것 같습니다. 붕어섬, 중도, 봉의산은 물론 멀리 대룡산 줄기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너무 청명한 하늘이어서 하늘과 물빛, 숲이 모두 푸른 물감을 뿌린 듯 상쾌합니다.

 

 

 

 

 

 

 

 

 

 

 

 

 

 

 

 

 

 

 

 

 

 

 

 

 

 여기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곳 입니다. 물의 도시-춘천이 연출한 호반의 경치에 홀려 한동안 원경만 응시합니다.

 

 

 

 

 

 이제 거의 정상(용화봉)에 다다랐습니다. 바위 능선 지대를 지나 나무데크로 이뤄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전망대 있는 곳이 정상은 아닙니다. 삼악산 정상은 다음 봉우리 입니다.

 

 

 

 

 

 

 

 

 

 

 

 

 

 삼악산의 주봉(정상)인 용화봉 입니다. 주변의 산세와 호수를 굽어보는 경치가 정말 압권입니다.

 

 

 

 

 

 

삼악산 정상에서는 삼악산성(청운봉)-등선봉-암릉지역(위험코스)을 거쳐 강촌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와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갈립니다. 저는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합니다. 정상에서 등선폭포 주차장까지는 3.2km입니다.

 

 

 

 

 

 

 

 산속에 이렇게 넓은터가 있습니다. 거친 바위 산에 이런 아늑한 공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큰초원, 작은초원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야생초가 많은 터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등선폭포에서 올라온 산객들이 삼악산 정상 도착 직전에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기에 적당한 터 입니다. 올라올때는 급경사면의 거친 암릉을 탔는데, 내려갈때는 이렇게 포근한 숲길을 걸으니 삼악산이라는 이름은 같되, 전혀 다른산을 등산하는 기분입니다.

 

 

 

 

 

 

 

 

 

 

 

 

 

 

 

 

 

 

 

 

 

 

 

 

 

 

 

 옛날 후고구려 궁예의 궁궐터가 있던 곳으로 등산로 옆에 흥국사(興國寺)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등산로에서 흥국사로 오르는 길 입니다.

 

 

 삼악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산장 쉼터입니다.

 

 

 

 

 

 

 

 

 

 

 

 

 

 

 

 

 

 

 

 등선폭포에 다가서니 협곡의 신비가 다시 바쁜 발길을 잡습니다. 이제부터 날머리로 빠져나갈 때 까지 수백m 구간에 협곡과 폭포, 소가 계속 이어집니다. 주렴폭포와 백련폭포, 승학폭포, 비선폭포, 등선폭포가 연이어 나타납니다.

 

 주렴폭포. 폭포 아래의 담이 신비롭습니다.

 

 

 

 

 

 

 

 학폭포 입니다. 학을 타고 하늘 나는 느낌의 폭포인가요.

 

 

 

 

 

 

 

 등선2폭포와 등산 1폭포가 잇따라 나타납니다. 등선1폭포를 지나면 곧바로 삼악산 날머리입니다. 등선폭포 지역은 일명'차돌'이라고 불리는 규암으로 형성된 곳 이라고 하는데요. 약 25억년-5억7000만년 전에 모래 암석이 굳어 형성된 규암층이 지각운동으로 인해 절리가 발생하면서 등선폭포 협곡을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등선폭포 협곡을 빠져나가면, 기념품, 토속 음식 등을 파는 상가 지대가 나타나고, 산행이 마무리 됩니다.

 

 

 

 

 

 

 

 

 

 

 

 

 

 

 

 

 

 

 

 등선폭포로 하산하면, 원점회귀를 위해 의암댐 주변 삼악산장주차장까지 다시 이동해야 합니다. 시내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의암댐 방면으로는 그리 자주 다니는 것에 아니므로, 저는 그냥 경촌 국도를 따라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걸어서 이동할 때는 중간에 춘천시내로 향하는 4차선 국도 갈림길 지점에서 의암댐 방면 옛 국도를 타라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전거 길 이동자들이 많으니 그리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전체 도보 이동거리는 3km 내외가 될 것 같은데, 여름 햇볕이 무척 따갑더군요. 아래 사진은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본 삼악산 줄기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