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울진 응봉산-덕구온천계곡 종주 산행기(계곡,온천,바다,숲- 더 무엇을 바라랴)

좋은산 2014. 7. 27. 21:06

 

 울진 응봉산을 또 다녀왔습니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들면서 유명한 덕구온천 계곡을 품고 있는 산.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등산의 매력을 일깨워 준 산.

 저는 지난 10여년간 응봉산을 최소 스무번 이상은 다녀왔습니다.

 다시 응봉산 행(行)을 마음먹은 것은 최근의 응봉산 산행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련함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단풍 산행을 다녀온 것이 가장 최근의 응봉산 산행이었으니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해발 998.5m.

 응봉산은 정상에 오른 등산객이 키를 보태면 비로소 1000m 고지를 넘어서는 산 입니다.

 응봉산이 있는 울진 지역, 특히 응봉산 앞 울진 죽변항은 동해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 울릉도와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기도 한데요.

 묘하게도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이 해발 987m이니까, 동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산(응봉산-성인봉)의 높이가 호형호제 할 정도로 아주 비슷합니다.

 응봉산은 한자로는 '鷹峯山'으로 표기되는데, 날짐승인 매 응(鷹)자를 쓴 산이 대개 그러하듯이 '매봉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산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지점 입니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구리 덕구온천지역이지만, 강원도 삼척시와 경상북도 울진군이 응봉산 줄기를 경계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응봉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오지의 비경을 품은 계곡으로 유명한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으로도 연결됩니다.

 그러나 그 거리가 만만치않고, 등산로도 험하기 떄문에 길을 아는 사람이 동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응봉산은 정말 다양한 즐거움을 품고 있는 산 입니다.

 우선 응봉산 종주 산행시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덕구온천 계곡은 동해안에서도 수위를 다툴만큼 계곡미가 빼어납니다.

 더욱이 그 계곡 속에서는 응봉산 입구 덕구온천지구에 온천수를 공급하는 원탕이 자리잡고 있으니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원탕에는 뜨거운 온천수가 마치 분수 처럼 솟아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설도 있고, 탐방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한 편의시설도 있습니다.

 고산 등산을 하면서 뜨거운 온천수로 족욕을 즐기면서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산, 우리나라에서 응봉산 말고 또 있나요?

 더욱이 그 온천수는 계곡에서 그대로 솟아나오는 노천수여서 아무나 공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응봉산은 또 울울창창, 금강소나무 숲이 일품입니다.

 응봉산이 자리잡고 있는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지역은 예로부터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황장금표를 설치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온 소나무 고장입니다.

 응봉산에서 가까운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기에 응봉산 또한 명품 소나무가 연출하는 숲의 아름다움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곳 입니다.

 거기에 더해 5-6부 능선부터는 파도 일렁대는 동해바다가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이쯤되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산행일시: 2014년 7월26일

 *산행코스:덕구온천 주차장- 덕구계곡- 온천 원탕- 응봉산 정상- 능선길- 덕구온천 주차장

 *산행 거리: 12.6km

 *산행시간: 총 4시간 50분

 

 응봉산은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모두 덕구온천 주차장 입니다.

 산행은 등산 시점을 기준으로 ①덕구온천 주차장 맨 위쪽에서 능선길을 타고 이동해 정상에 도착하는 코스와 ②덕구온천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들어간 뒤 정상 오르는 코스 등 2가지로 정리됩니다.

 두 코스가 응봉산 정상을 기준으로 타원형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코스를 시점으로 잡든 산을 한바퀴도는 종주를 하게되면, 결국은 능선과 계곡을 모두 즐기게 됩니다.

 여기서 굳이 코스를 둘로 나눈 것은 시점을 능선과 계곡 중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산행 시간이나 노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산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능선길을 타고 오르는 ①코스 입니다. 정상까지 이동거리(5.7km)가 상대적으로 짧고, 하산길에 덕구계곡에서 느긋하게 노천 온천의 원탕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②코스는 계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충분히 몸을 푼 뒤에 오르막 길에 발을 딛는 장점이 있으나 정상까지 거리(6.9km)가 상대적으로 길고, 약 2km 정도의 능선 비탈길이 정말 땀깨나 빼게하는 된비알 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①코스 방향으로 응봉산을 종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전체적인 산행시간도 ①코스로 진입하는 것이 1시간 정도는 단축된다고 보면 됩니다.

 

 저도 그동안은 주로 능선길을 먼저 타는 ①코스로만 산행을 해 왔으나 오늘은 덕구계곡으로 들어가는 ②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같이간 동료가 무릎이 좋지 않다며 "오늘은 계곡으로 먼저 들어가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계곡길을 산행 시점으로 잡은 것은 나중에 산 정상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무릎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계곡 끝지점에서 응봉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급경사 산길을 내려오는 것 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무릎 보호에 훨씬 좋다고 여겼던 것이죠.

 물론 이 동료도 그동안 저와 함께 무수히 응봉산을 다닌 경험이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구계곡으로 들어서면서 하늘을 보니 어제 비가 퍼부은 뒤끝의 하늘색이 정말 파랗습니다. 오늘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금강송 숲, 하늘의 풍광이 정말 황홀할 것 같습니다.

 

 

 

 

 

 

 

 등산로 안내도에서 볼수 있듯이 응봉산 정상을 기준으로 능선 코스와 계곡 코스의 등산로가 타원형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은 오른쪽 능선 코스로 등산을 시작했으나 오늘은 왼쪽 덕구계곡 코스로 산행에 들어갑니다.

 

 응봉산 등산을 위해 이동하는 덕구계곡은 전체 길이가 5km에 달합니다.

 그 계곡 속에는 덕구온천지구에 온천수를 공급하는 원탕이 자리잡고 있고, 빼어난 계곡미 장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5km 계곡을 이동하는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도 특이한 경험입니다.

 계곡의 물길을 지그재그로 건너기 위해 설치된 다리는 모두 13개에 달하는데, 세계 각국 도시의 유명한 다리를 마치 미니어쳐 처럼 축소형으로 본떠 만든 것 이어서 인상적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첫번째 다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모형 입니다.

 

 

 

 

 

 

 

 두번째 만나는 다리는 우리나라 서울의 '서강대교'라고 합니다.

 

 

 

 세번째 다리는 프랑스 노르망디만의 사장교 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곳의 다리를 응봉산 계곡에서 만나다니 묘하네요.

 

 

 

 네번째 자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하버교'로 트러스아치형 교량이라고 합니다.

 

 선녀탕 입니다. 이곳 덕구계곡의 용소골에서 수백년 기다린 이무기가 매봉여신의 도움을 받아 용으로 승천한 뒤 다시 용소골로 내려와 선녀와 어울려 가무와 목욕을 즐겼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네요. 하버교를 건너기 직전에 등산로에서 벗어나 계곡 쪽으로 내려와야 선녀탕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응봉산이 산 줄기가 품고 있는 용소골 이무기와 마덕구 이무기가 서로 먼저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수백년을 기다리다 승천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던 중 매봉여신의 도움을 받아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용소폭포 구간 입니다. 폭포 아래 소는 '마당소'라고 불리는데, 매봉여신이 용으로부터 온천수를 선물받고 난 뒤 용소골 선녀와 이무기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자리로 내놓은 곳 이라고 합니다. 소는 수심이 워낙 깊어 옛 사람들이 명주실 한꾸러미를 풀어 넣었으나 실끝이 4km 떨어진 산너머 마덕구 계곡으로 나왔다는 전설도 전하고 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덕구계곡에서 이 지점의 경치가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다섯번째 다리 '크네이교' 입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사장교라고 합니다.

 

 

 용소폭포와 마당소 구간은 크네이교 다리 위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압권입니다. 물길이 바위를 갂고 다듬어 만들어놓은 여러개 소가 마치 구슬을 엮어 놓은 듯 합니다.볼 때 마다 신의 작품이라는 감탄사를 금할 수 없습니다.

 

 여섯번째 교량은 스위스 쉐레에 있는 '모토웨이교'라고 합니다. 아치형 다리입니다.

 

 일곱번째 다리는 스페인 세빌레에 있는 '알라밀로교'라고 합니다. 사장교 형식의 다리입니다.

 

 계곡물에 비친 하늘빛이 정말 곱습니다. 이런 날 등산은 정말 최고의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경복궁 향원정에 있는 '취향교(醉香橋)' 입니다. 취향교를 건너자마자 이번에는 산 비탈면을 따라 경주 불국사에 있는 청운교, 백운교가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교량은 위에서 보는 모습이 더욱 아릅답네요. 이렇게 작은 모형이지만, 선조들의 예술성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열번째 교량은 잉글랜드 맨테스터주에 있는 '트리니티교'라고 합니다.

 

 

 

 

 

 

 

 

 

 

 

 

 

 

 

 

 

 열한번째 다리는 일본 다리 입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아치교인 '도모에가와교'라고 합니다.

 

 

 

 효자샘 입니다. 등산로 옆에 아주 마시기 편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옛날에 돌이라는 총각이 이 샘물로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해 드렸다고 하네요. 마시면 가슴속까지 시원함이 밀려듭니다.

 

 

 

 

 

 

 

 

 열두번째 다리는 중국 귀중성 귀주에 있는 장제이교 입니다. 귀주성 까마득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여기 덕구계곡에 모형으로 서 있네요.

 

 

 

 

 

 

 

 응봉산 등산에서 만나는 최고의 명소, 온천 원탕 지점 입니다.

 아예 이 원탕만 즐기기 위해 덕구온천 계곡을 찾는 탐방객도 적지 않습니다.

 계곡 노천에서 뜨끈뜨끈한 온천수가 자연 용출하는데, 노천 온천수에 족욕을 즐기는 것은 모두 공짜입니다.

 족욕을 질길 수 있도록 쉼터 시설도 비교적 잘 조성돼 있습니다. 

 따뜻한 노천 온천수에 20-30분 간 발을 담근 뒤 바로 옆 계곡의 차가운 얼음물로 냉찜질까지 하고 나면 산행으로 시달린 발이 금세 개운해 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곳, 응봉산 등산에서만 맛불 수 있는 짜릿함 입니다.

 계곡물은 차디찬 물인데, 바로 옆에서 이렇게 뜨거운 온천수가 용출하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이어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덕구계곡 탐방의 끝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응봉산 정상까지는 2km 정도 거리인데, 비탈 능선의 경사가 좀 셉니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에도 응봉산 정상 2km(2시간)이라고 써 있네요. 그런데 실제로는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덕구계곡의 마지막 교량으로 영국의 '포스교' 모형 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강철소재 교량으로 기록돼 있다고 하네요. 이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응봉산 정상까지 된비알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처음 500여m가 특히 경사가 심합니다. 

 

 

 

 

 

 

 

 

 

 

 

 

 

 

 

 

 

 5-6부 능선에 도착하니 드디어 바다가 보입니다. 예상대로 하늘색과 어울린 바다 풍광이 정말 황홀 그 자체입니다.

 

 

 

 

 

 

 

 

 

 

 

 

 

 

 

 

 

 

 

 

 

 

 

 

 

 

 

 이제 해발 998.5m 응봉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습기가 많은 한여름에 이런 날씨를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어제 소나기가 거세게 퍼붓더니 이렇게 시원한 풍광을 연출해 놓았습니다. 하늘과 바다, 능선의 선이 모두 선명하고, 빛깔도 곱기 이를데 없습니다. 몇해 전 한겨울에 폭설이 내린 뒤 응봉산에 올랐다가 황홀한 눈꽃과 함께 이런 날씨를 본 적이 있는데,삼복염천 한여름에 고산 정상에서 같은 풍광을 만나다니 정말 오늘은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응봉산은 주위에 펼쳐진 겹겹의 능선과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특히 일품입니다. 산 정상은 제 멋을 뽐내는 것도 좋지만,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미가 빼어나야 정상다운 것 아닌가요. 그런면에서 응봉산 정상은 최고의 작품입니다.

 

 

 

 

 

 

 

 

 

 

 

 

 

 

 

 

 

 여기서 계속 나아가면 대한민국 최고의 숨은 비경으로 통하는 삼척 덕풍계곡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덕풍계곡의 민가가 있는 곳 까지 이동거리가 먼데다 힘들고 위험한 등산로이므로 길을 잘아는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으면 진입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능선길로 하산하다보면 이정표가 비교적 잘 설치돼 있습니다. 응봉산 정상에서 덕구온천 주차장까지는 5.7km 이므로 하산길에는 이정표를 역순으로 계산하면 남은 거리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응봉산을 끼고 있는 경북 울진군이나 강원도 삼척시는 모두 금강송으로 유명한 곳 입니다.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황장금표를 설치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온 우량 숲이 이 고장의 자랑입니다. 응봉산에서 가까운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무려 2247ha 면적에 1280여만 그루의 금강송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대한민국 최대요, 최고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기에 응봉산 또한 명품 소나무가 연출하는 숲의 아름다움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 입니다.

 

 

 

 

 

 

 

 

 

 

 

 

 

 

 

 

 

 

 

 

 

 응봉산 능선길에서 만나는 작은 암릉지대 입니다.규모는 작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전망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이곳을 지나면 하산길 등산로는 아래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면서 더욱 편안해 집니다. 낙엽깔린 숲길, 포근한 흙산의 길이 마치 옛날 고향마을의 뒷동산을 연상케 합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동심의 추억에 젖어 마음이 넉넉해 지는 것은 당연지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