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무릉계곡 베틀바위- 무릉의 선경, 여기서 완성되다

좋은산 2014. 7. 6. 21:45

  "무릉계곡은 여기서 완성됐다"

 동해시 무릉계곡에 있는 베틀바위(베틀릿지)를 등산하고 난 뒤 제 평가입니다.

 가히 '천하제일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비경이 무릉계곡 안에 있습니다.

 길이 수백m, 높이도 족히 수십m에 달하는 직벽의 거대한 바위 암릉이 무릉계곡 안 산능선 하나를 통째로 삼키고 있는데다 그 암릉에 삐죽삐죽 창칼 처럼 솟아난 침봉들의 도열이 정말 압도적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보다 규모는 작지만, 침봉들의 위용이나 압축미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비경은 그동안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멀리서봐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장쾌한 바위 암릉에 다가서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아주 힘겨운 일로 여긴데다, 그로 인해 베틀바위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베틀바위는 길을 아는 사람들만 조심조심 찾아가는 사실상 무릉계곡의 숨겨진 명소였습니다. 무릉계곡을 자주 찾는 등산객도 그냥 멀리서 조망하는 것으로 만족하던 것이 베틀바위였던 겁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명소'라고 하면 이해가 더 쉬울까요.

 저 또한 지난 7월6일, 일요일 등산이 초행길 이었습니다.

 그동안 적어도 수백차례 관음암에서부터 두타산성, 신선봉, 수도골, 두타산, 박달령, 청옥산, 학등, 연칠성령, 고적대, 사원터 등 무릉계곡 도처를 등산했으면도 베틀바위 쪽으로 접근하는 기회는 아예 없었습니다.

그냥 관음암을 등산하면서 건너편에 보이는 베틀바위, 그 흐릿한 원경을 감상하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음의 친구 블로그에서 베틀바위 산행기를 읽고, "베틀릿지를 자일 없이도 충분히 감상하면서 등산할 수 있다면, 나도 꼭 가봐야 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이번 산행을 이끌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번 산행에서 베틀바위의 모든 것을 다 보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나홀로 초행길 산행을 하다보니 시행착오가 적지않았던 탓 입니다.

 베틀바위 등산로는 사실 정규 등산로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정표나 거리안내 표지판 하나 없습니다. 다만, 앞서 베틀바위를 거쳐간 산객들이 남긴 안내 꼬리표를 따라 등산하는 것이 유일한 나침반인데, 그 마저도 세심하게 붙여진 것은 아니어서 초행길 시행착오가 불가피 했습니다.

 길을 잘못들어 헤메기도 하고, 우회로를 몰라 바위 굴 밑으로 빠져나갔다가 고생하기도 하는 등 저는 이번 베틀바위 첫 산행에서 참 많이도 땀 흘리고, 많이도 헤멨습니다.

 더욱이 날씨도 곧 소나기가 쏟아질 것 처럼 산행 내내 꾸물거려 조급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베틀바위의 여러군데 암릉 명소들 이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베틀바위 암릉의 바위 위에 발을 딛기도 하고, 가장 꼭대기 정상에서 베틀릿지의 용틀임을 나름대로 만끽했으니 이만하면 첫 산행으로는 만족할만 합니다.

 

 베틀바위 산행 들머리는 무릉계곡의 여러 산행 명소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매표소를 지나 150m 정도만 이동하면 곧바로 베틀바위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무릉계곡 입구 다리를 건너자마다 탐방로 왼편에 작은 숲속 공연 무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곳 뒤쪽이 베틀바위로 진입하는 들머리 입니다. 무릉반석과 금란정 정자에 도착하기도 전에 베틀바위 들머리가 있는 것이니 참 가까운 곳이죠.

 이제 사진을 보면서 '무릉계곡 최고의 명소' 베틀바위 탐방에 나서 보시죠.

 

 *산행일시= 2014년 7월6일

 *산행코스= 무릉계곡 주차장- 베틀바위(왕복 3km)

 *총 소요시간= 3시간 

 

 

 

 

 

  한동안 이런 너덜바위 지대로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들머리로 들어선 뒤 200여m 쯤 지나 등산로가 다소 헷갈리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계곡 쪽으로 내려가지 말고, 그대로 능선쪽으로 계속 오르는 길을 택하면 됩니다.

 

 

 

 

 10분만에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무릉계곡 상가와 주차장 일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바위벽 옆 나무에 밧줄이 매어져 있길래 그쪽으로 몇번 오르다가 도저히 이 길은 아니다 싶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우회로가 있더군요. 괜히 이곳에서 밧줄 잡고 힘쓰지 마세요.

 

 

  두번째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무릉계곡 주차장과 삼화사(아래 사진)까지 모두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베틀바위 코스의 탁월한 조망이 시작되는 겁니다. 

 

 

 제 첫 산행을 반기는 듯 꽃다발까지 준비해 둔 녀석이 있네요. 야생초인 모양인데, 참 이쁩니다.

 

 

 

 

 

 

 

 

 소나무 군락지 입니다. 그렇게 대단하게 펼쳐지는 곳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소나무들이 운치가 있습니다.

 

 

 

 

 이제 베틀바위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곳이 오늘 산행 목적지 입니다. "가다가 안되면 돌아오지" 하는 심정으로 계속 전진하는데, 선행 탐방객들의 발자취 덕분에 길을 찾는 것이 생각했던 것 보다 쉽습니다.

 

 

 

 반대편 산 능선 아래로 삼화사 뒤편의 바위 절벽 지대가 눈에 들어 옵니다.

 

 

 

 이 길을 무작정 따라 올라갔는데, 드디어 베틀바위 가장 아랫쪽 몸체에 발을 딛게 돼 있더군요. 바위 위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기분이 정말 최곱니다. 베틀바위 암릉에서 바라보는 무릉계 경치 또한 생경하고, 황홀했습니다. 그런데 베틀바위 산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 길로 다시 내려와 우회로를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바위 위에서 길 찾는다고 무리하지 마세요. 자일 없으면 올라가기 어려운 직벽이고, 바위 옆면도 공간이 거의 없어 매우 위험합니다. 다시 내려오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 바위는 않아서 휴식 취하면서 요기를 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널찍한 것이 너댓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전진하는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 이 바위 밑으로 난 굴을 통과해 바위 절벽 아래까지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바위 밑, 굴 처럼 생긴 공간으로 내려가면서 "혹시 길을 못찾고, 다시 올라오지도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다시 올라오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등산로는 이곳 바위지대에서 다시 한참 아래로 내려간 뒤 위회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도 암벽타기 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모양입니다. 암벽을 타고 저 위로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아찔할 것 같습니다.

 

 

 

 

 

 

 

 

 

 

 

 

 

 

 

 베틀바위 하단 바위지대로 올라갔던 등산로를 다시 내려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이런 우회 등산로가 눈에 띠었습니다. 베틀바위는 직벽을 타고 계속 전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우회로를 따라 주로 이동하게 돼 있습니다.

 

 

 

 

 

 전망이 참 좋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베틀바위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 입니다. 아마도 베틀바위 전체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여기말고는 없을 듯 합니다.

 

 

 

 

 

 

 

 

 

 

 

 

 

 

 

 베틀바위 암릉 꼭대기에 바위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저분들은 우회로를 타고 등산한 저와 정상에서 만났습니다. 

 

 

 

 여기가 베틀바위 전체를 조망하는데 가장 좋은 휴식처 입니다. 베틀바위를 곁에 끼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인 셈이죠.

 

 

 

 

 

 

 

 이제 베틀바위 정상부에 도착했습니다. 이 거대한 바위가 정상석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아래로 베틀바위 암릉 능선이 마치 한마리 용 처럼 꿈틀거립니다. 그런데 암릉 모양이 베틀을 닮았나요. 그래서 이름도 베틀바위겠죠.

 

 

 

 

 

 

 

 

 

 암릉 꼭대기에 까마득하게 보이던 이 분들, 제가 정상에 도착해 만났습니다. 제가 잠시 쉬었던 하단부 바위에서부터 계속 베틀바위 암릉을 타고 올라왔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죠.

 

 

 

 

 

 

 

 멀리 무릉계곡 주차장과 관리사무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베틀바위는 무릉계곡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등산로가 험해 이동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상대적으로 힘겨운 수고가 뒤따라야 합니다.

 

 

 

 

 

 

 

 

 제가 하산을 시작하자 안개구름이 짙게 깔립니다. 제가 정상에 서 있을 동안에는 참아줬으니 고마운 일 입니다. 그런데, 안개구름 사이로 보이는 베틀바위와 두타산 능선의 모습이 매우 신비롭습니다. 산은 조금 전 오를 때와 같은 산인데, 이렇게 안개구름이 덮이니 모양새와 운치가 전혀 다른 산으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