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에 있는 일월산(해발 1219m)에 다녀 왔습니다.
영양군은 조지훈과 오일도, 이문열 등의 쟁쟁한 시인, 소설가들을 배출한 '文鄕'입니다.
그들 문학의 탯줄이 된 영양군.
그 산하는 어떤 모습일까? 항상 많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2년 전 영양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영양의 주산, 진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일월산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산에 오르지 못했으니 그 땅의 본 모습이나 기운을 제대로 보고 느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7월5일 토요일에 맘 먹고 영양, 일월산 산행을 결행했습니다.
산행 들머리를 일부러 대티골로 잡았습니다.
대티골은 '자연치유생태마을'로 매우 유명한 곳 입니다. 저 또한 그 이름을 익히 들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차에 일월산 등산 길에 대티골까지 함께 보는 방법을 택한 것 입니다.
영양군은 인구가 2만명이 채 안되는 고장 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인구로 따지면, 가장 적은 규모의 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때묻지 않은 육지 속 섬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시의 공해와 인간의 손 때가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죠.
제가 본 대티골의 첫 인상은 '역시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대티골 마을을 따라 등산을 시작하는데, 계곡에 들어서자 딴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분명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때문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내렸는데, 대티골 계곡의 숲 속은 무더위가 범접을 못하는 곳 이더군요.
오히려 한기를 느낄 정도였으니 그냥 자연 냉장고 속으로 들어왔다고 하면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일 겁니다.
'대티골'의 마을 이름 어원을 살펴보니 '큰 고개'라는 뜻 이었습니다.
'티'는 고개를 뜻하는 치(峙)의 구개음으로 인해 치가 티로 바뀐 것 이라고 안내판에 설명돼 있습니다. 큰대(大)에 고개 치(峙)가 합해져 '대티골' 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강원도에서도 고개에 '치'를 붙인 지명이 적지않으니 이해가 더 쉽습니다.
대티골 계곡은 '원시',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일월산 산행 중에 일월산 보다는 대티골 계곡에 더 반했습니다.
숲이 온통 하늘을 가려버려 햇빛 한줌이 스며들기 여려운 계곡에 맑디맑은 물줄기가 연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낮은 곳으로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바위며 나무는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는 곳, 대티골 계곡은 그렇게 '자연 그대로'를 가장 잘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녹색의 이끼가 하얀 물줄기 포말과 어우러지는 색조의 조화를 정말 한편의 예술이었습니다.
일월산(해발 1219m)은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 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니, 그렇게 의미심장한 이름을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일월산에는 주봉인 일자봉(日字峰)과 월자봉(月字峰, 해발 1205m)이 1,8km 능선을 따라 연결돼 있는데, 이 두봉을 합해 일월산(日月山)이라고 합니다.
주봉인 일자봉 정상에는 해를 형상화 한 조형물에 수백명 인파가 한꺼번에 어울려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나무데크와 무대 시설까지 갖춰져 있으니 경북 근동에서 이곳이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 서면 멀리 동해바다는 물론 태백산과 소백산, 그리고 인근의 청량산까지 고산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일설에는 옛날 산 정상에 '천지'라는 연못이 있어 그 모습이 해와 달을 닯았다고 해 일월산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월산은 또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근거지로 통하기도 한답니다. 경북 쪽에서는 우리 강원도의 태백산 처럼 무속인들이 많이 몰리는 산으로 이름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월산 두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월자봉' 아래에는 '황씨부인당'이라고 하는 기도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고 하나, 저는 이번 산행이 초행길이었던 때문에 황씨부인당에는 들르지 못했습니다.
대간과 정맥을 기준으로 할때 일월산은 태백산에서 동남쪽으로 남하한 낙동정맥의 지류입니다.
'오지의 산'으로 통하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정맥 종주를 하거나 대부분 마음먹고 찾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산림청 등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원시 그대로의 계곡과 숲, 자연생태치유마을의 모델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산행 재미는 그런대로 쏠쏠합니다.
특히 등산 초입에서 한동안 이어지는 대티골 계곡의 숲길을 만끽하시기를 강추합니다.
*산행일시= 2014년 7월5일
*산행코스= 윗대티마을 주차장- 큰골- 일월산, 월자봉 갈림길- 월자봉- 일월산- 윗대티 능선 하산
*산행거리= 왕복 8km
*산행시간= 4시간20분
윗대티마을 주차장 입니다. 주차장이 꽤 너른 편 입니다.
여기서 그대로 직진하면 됩니다. 다리를 건너 윗대티 능선 등산로를 타고 그대로 일월산으로 직행할수도 있으나 경사가 심한 된비알 입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 분도 직진해서 대티골 계곡으로 올라가라고 하시더군요.
이끼계곡이 장관입니다. 녹색의 이끼와 하얀 포말이 어우러진 색조의 조화가 정말 예술입니다. 계곡이 너무 시원해 한동안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냥 자연냉장고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이끼계곡이 1km 정도 이어지는데, 바위며 나무에 덕지덕지 붙은 이끼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이동하면 자연치유계곡의 감흥이 더합니다.
이건 정말 멋지더군요. 이끼가 마치 자연 정수기 처럼 물을 걸러 냅니다. 이끼와 각종 수생식물이 한곳에서 어울려 공생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신비감까지 자아내고 있습니다.
일월산 등산로 쉼터에는 이렇게 그네를 만들어 놓은 곳이 두세군데 눈에 띠어 아주 이색적 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계곡의 자연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왔는데, 이제부터 된비알 경사로가 시작됩니다. 800m가 남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이동해온 시간보다 이곳 경사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건 야생동물의 아지트 같은데,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네요. 둥지 입구에 똥까지 싸 놓은 것 같은데, 이런 놈은 또 처음이네요.
이제 일월산과 월자봉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월자봉에 먼저 갔다가 다시 일월산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제 월자봉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1205m. 일월산과 쌍벽을 이루는 고봉으로, 일월산 등산객들은 반드시 거쳐갑니다. 월자봉까지 탐방을 마쳐야 일월산을 등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자봉 표지석 위에 잠자리가 앉은 모습이 무척 평화롭습니다
다시 일월산 주봉으로 이동합니다. 등산로는 평탄하게 이어지다가 일월산 도착 즈음에 다시 고도를 올립니다. 평탄로이지만, 수풀이 우거진데다 너덜바위 길에 버금가는 등산로여서 그리 편한 길을 아닙니다.
일월산으로 이동하는 중간,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동해바다 쪽으로 고봉 준령이 뻗어 나갔습니다.
일월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표지석 소설가 이문열 씨의 '일월송사'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일월산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옛 선인들의 기상을 노래하면서 영양의 발전을 기원한 시에서 고향의 산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표지석 앞 정상 경사면에는 공연도 가능할 정도의 비교적 큰 데크가 있습니다. 아마도 일출을 보기 위해 만들어놓은 '해맞이 공원'으로 생각됩니다.
일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쪽 고봉준령. 공원이 방향이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겠죠. 저 너머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을 가만히 머릿속으로 떠 올려보니 참으로 장엄한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이것도 작은 야생동물이 파놓은 둥지로 생각됩니다.
이제 일월산 정상에서 윗대티마을로 직행하는 하산길을 시작하는데, 내려가는 경사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곳으로 올라왔다면, 훨씬 힘겨운 등산이 됐을 겁니다.
제가 지나온 월자봉-일월산 능선 등산 경로입니다. 일월산은 산 등성이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일월산은 정상 능선에 인공 시설이 많은 것이 옥의 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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