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태백산 유일사 코스(유일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소문수봉-당골광장)

좋은산 2014. 2. 23. 00:26

 

 

 

 

 

 *산행 일시= 2014년 2월22일

 *코스= 유일사매표소-유일사 1차 갈림길(400m)-유일사 2차 갈림길(500m)- 유일사 능선 갈림길(100m)- 유일사(450m)- 유일사 쉼터(100m)- 장군봉(1.4km)- 천제단(300m)- 문수봉(3km)- 금천 갈림길(300m)- 소문수봉(500m)- 소문수봉 갈림길(800m)- 당골광장(3km)

 *전체 길이= 10.85km

 *산행 시간= 오전 11시20분- 오후 3시20분(4시간)

 

 무려 15일간 줄기차게 퍼붓던 폭설이 그친 뒤 첫 주말.

 어디로 산행을 갈까, 고민을 하다가 태백산을 행선지로 정했습니다.

 오랜만에 가까운 두탄산을 한번 오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1m50cm가 넘는 눈폭탄이 동해안을 덮친 뒤여서 아직 두타산 같은 고산은 러셀이 안돼 있을 것 이라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눈이 덜 내렸다고 하는 태백산을 선택한 것 입니다.

 

 

 간만의 산행. 오늘은 코스도 한번 다르게 잡아 봤습니다.

 태백산 천제단 등산시 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당골광장에서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으로 직행하거나 △당골광장에서 문수봉(또는 소문수봉)을 거쳐 천제단까지 능선을 타는 코스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천제단으로 오르는 코스 입니다.

 하산 지점은 주로 당골광장이나 유일사매표소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골광장에서 문수봉으로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그동안 많이 이용해 왔습니다. 한 때는 유일사매표소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코스를 주로 타기도 했으나, 이곳으로 몰리는 등산객이 너무 많아 조용한 산행의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낀 뒤 부터는 상대적으로 등산객이 적은 문수봉 코스를 주로 이용 했습니다.

 유일사 코스는 장군봉, 천제단으로 동시에 직행하는 코스라는 장점이 있지만, 산행거리가 편도 4km 정도로 짧은데다, 1∼2월 주말에는 산객들이 너무 몰리고, 차를 다시 가져가기 위해서는 원점 회귀를 해야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저도 오랜만에 유일사 매표소를 산행 들머리로 잡았습니다. 폭설이 내린 뒤여서 태백산 등산객도 적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천제단으로 오른 뒤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면,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 번거로움도 감내하면서 오랜만에 유일사 코스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한 것 입니다.

 

 그런데 유일사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게 웬일.

 태백산도립공원에서 운영하는 3개의 주차장에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 결국 맨 아래 주차장에서 겨우 주차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초만원 이었습니다.

 "역시 겨울 태백산의 인기는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등산객들 틈에 섞여 산행을 시작했는데, 400여m 정도 오른 지점에서 일부 등산객들이 샛길로 들어서는 것이 보입니다.

 이정표를 보니 유일사 갈림길 능선으로 직접 오르는 코스 입니다.

 예전 봄에 한번 이 코스를 타 본적이 있으나 겨울에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은 처음이고, 또 무엇보다 당장 앞서가는 등산객이 적기에 떠들썩한 코스를 피해 주저없이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오르막 경사가 좀 심합니다.

 2월에 들어 등산을 거의 하지 못한 탓에 수백m 된비알을 오르는데도 적잖이 숨이 찹니다.

 역시 등산은 꾸준히 하는 것이 페이스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근 한달여 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니 몸은 아주 개운합니다.

 된비알 오르막이 거의 끝나는 유일사 갈림길 능선에서 이정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유일사(450m)'라는 표지가 선명합니다.

 "어, 유일사로 가는 길이 있었나?"

 스스로 자문하면서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고 발을 들여놓았는데, 길이 자꾸만 아래로 향합니다.

 "이렇게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아직까지 유일사 사찰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어차피 걸으려고 왔는데, 좀 더 걷는다고 생각하지 뭐" 하면서 내려갔더니 길이 다시 산 위쪽으로 이어지면서 얼마 안 가 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깊은 골짜기 사이, 희눈에 뒤 덮인 사찰 경내의 운치는 참으로 호젖했습니다.

 그리 고풍스런 사찰은 아니지만, 영산 태백산의 기운이 뻗어내리는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사찰의 고요와 소박한 아름다움은 참으로 별스런 평안을 선물 했습니다. 절에 땔감으로 쌓인 장작 무더기와 눈을 소복이 이고 있는 장독대를 만나는 재미도 소싯적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그리움 처럼 각별했습니다.

 

 절 위로 쳐다보니 유일사 쉼터 쪽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통해 100m 정도만 더 올라가면 천제단으로 직행하는 등산로와 다시 만나게 되니, 오늘 참 특별한 발견을 했습니다.(사실 예전에는 유일사로 내려가는 계단이 없고, 곤돌라 로프만 설치돼 있어 일반 등산객들이 유일사를 직접 탐방하기는 어려웠고, 태백산을 수십번 다닌 저 또한 유일사를 구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천제단 주 등산로에 다시 합류하니 인산인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그냥 사람들 가능대로 발을 옮겨 놓으면 되니 그리 힘들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유일사 코스 보다는 한적한 문수봉 코스를 선호했던 것 입니다.

 

 

 

 

 그러나 이 코스의 매력은 역시 주목입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주목이 천제단으로 오르는 등산로 7-8부 능선부터 즐비합니다.

 고산지대 눈 밭 위에 의연하게 버티고 선 상록의 주목에서부터, 뼈대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 경외감마저 자아내게 하는 고목에 이르기까지 주목의 모습도 각양각색 입니다.

 주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장군봉, 천제단 정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9부 능선 쯤에 도달하면, 태백산 아래 겹겹이 펼쳐지는 백두대간 능선의 장엄한 행진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 도착.

 해발 1567m에 달하는 고산인데도,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고 날씨가 포근해 더 없이 아늑한 기분입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1560.6m)-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태백긔 주 능선은 언제봐도 참으로 웅혼합니다. 특히 겨울철 흰 능선은 '영산'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릴 정도로 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300여m를 더 이동해 천제단에 도착하니 이곳도 만원입니다.

 그런데, 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 때문인지, 천제단 앞의 눈은 이미 모두 녹았습니다.

 멀리 문수봉(1517m)의 돌탑 무더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오늘은 눈 앞의 시야도 참으로 좋습니다.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3km 능선은 소나무 등이 모두 아직 눈을 한아름씩 이고있는 전형적인 겨울산 모습이어서 눈이 거의 모두 녹아있는 천제단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문수봉에서는 천제단까지 능선을 조망하거나, 멀리 동편으로 함백산(1573m)을 바라보는 경치가 압권입니다. 문수봉의 큰 돌탑 너머로 아스라히 흰 눈을 덮어 쓴 함백산의 네모진 정상을 동공에 담다보면 마치 히말라야 고산에 와 있다는 야릇한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문수봉은 제가 오르는 태백산 여러 봉우리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체류하는 곳이 됩니다.

 

 문수봉을 거쳐 만나는 소문수봉(1465m)에서는 눈 아래 사방으로 백두대간 고산준령이 겹겹이, 줄지어 펼쳐집니다.

 날씨가 맑은 날, 소문수봉 정상에서 고산준령의 끝없는 행진을 직접 목도한다면, 그것은 큰 행운입니다. 

 

                     *아래 사진은 오늘 산행의 시작부터 끝 까지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 입니다.

   (유일사매표소 주차장 입니다. 주차선이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안쪽으로 차가 모두 차 있어 더 댈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유일사로 가는 호젖한 길이 갈립니다. 물론 주 등산로를 따라 그대로 직진해도 쉼터에서 유일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경사 심한 오르막 길이 수백m 정도 이어지는데, 그리 길지는 않기 때문에 아주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사길령 방면에서 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곳 입니다)

 

 

   (여기서 450m를 아래쪽으로 이동하면 유일사 사찰을 만나게 됩니다)

 

 

 

 

   (유일사 사찰에서 다시 천제단 주 등산로와 합류하게 되는 계단길 입니다. 계단 길이는 100m 남짓 입니다)

 

 

 

 

 

   (이제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 입니다. 산객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는 것도 힘 듭니다)

 

(천제단이 이제 한눈에 들어 옵니다. 흰눈 속에 버티고 선 천제단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천제단에서 장군봉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능선이 참으로 부드럽고도 웅혼합니다)

 

 

 

  (천제단, 햇볕이 잘 드는 곳 이어서 눈이 거의 녹았습니다)

 

 

    (멀리 문수봉의 상징인 돌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능선을 타고 문수봉으로 이동할 겁니다)

 

   (천제단에서 문수봉 이동 중에 만나는 주목, 태백산 주목 가운데서도 가장 멋진 주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나무로되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나무를 보는 듯 하니 참으로 신비합니다)

 

 

 

 

 

  (무수봉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관들 입니다. 멀리 천제단도 보이고, 돌탑 건너편으로는 함백산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소문수봉에서는 산 아래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풍광이 참으로 압권입니다)

 

 

 

 

 

    (당골 광장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눈 쌓인 등산,산책로가 겨울 정취를 만끽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