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평창 운두령-계방산 산행기, 겨울산 미학의 진수를 보다

좋은산 2014. 1. 5. 21:35

 

 

 

 

 드디어 계방산을 다녀왔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두고도 이제껏 미뤄왔던 산.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그동안 이상하게도 발길이 닿지 않았던 산을 2014년 갑오년 첫 산행지로 택했다.

 높은 산 이기에 설경이 빼어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2014년 1월 5일, 오늘 내 눈이 정말 제대로 호강을 했다.

 계방산은 온통 상고대, 서리꽃 천지였다.

 전망대를 목전에 둔 고지대 능선에 올라서자 산 전체가 겨울 꽃동산이었다. 마치 봄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세상이 그대로 계방산 능선으로 옮겨진 듯, 사진 문외한인 내가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됐다.

 

 아∼ 눈이 시리다는 것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나뭇가지 마다 솜털처럼 피어난 서리꽃 상고대가 사방의 능선으로 끝없이 펼쳐지니 눈이 부시다못해 온몸에 청량감이 밀려든다.

 별로 춥게 느껴지지 않고, 바람도 매섭지 않은데, 이 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따져보니 답은 역시 ‘높이’에 있었다.

 계방산은 해발 높이가 1577.4m에 달하는 고산이다.

 높이로 따지면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우리나라 5대 천왕이다. 지난 2011년 오대산국립공원에 편입됐지만 사실 높이로만 따지면 오대산 비로봉(1563m)보다 14m가 더 높다.

 고산지대인데다 태백산이나 소백산 못지않은 능선미(美) 를 가진 산이다보니 상고대 꽃밭이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계방산은 계수나무 계(桂)에 꽃부리방(芳) 자를 쓴다고 한다. 계수나무 향기가 나듯 아름다운 산 이라고 하면 될 것 이다.

 정상에서 자동차야영장 방면으로 하산을 하면 그 유명한 계방산 주목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계방산은 또 각종 산나물과 산약초, 야생화가 많이 서식하는 산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점심때가 다 돼서 산행을 시작했기에 산행 코스는 최단거리 코스를 택했다.

 평창과 홍천의 경계인 운두령 정상을 산행 들머리로 쉼터와 전망대, 정상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루트였다.

 거리는 편도 4,8km, 왕복 9.6km다.

 거리가 꽤 멀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산꾼’들에게는 힘든 산행이 아니다.

 출발지인 운두령 정상의 해발 표고가 1089m나 되기 때문에 정상까지 표고를 488m 정도만 높이면 되기 때문이다.

 중간에 ‘깔딱고개’라고 부르는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이동거리가 600-700여m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신년초라서 워낙에 많은 산객들이 몰린 탓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9.6km 왕복에 모두 4시간이 걸렸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고산의 위엄이 있고, 겨울 설경이 압권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그럴듯한 산행 소감이 될 듯하다.

 

 *산행일시= 2014년 1월 5일 오전 11시45분- 오후 3시45분

 *코스= 운두령- 쉼터- 전망대- 계방산 정상- 운두령

 *산행거리= 편도 4.8km, 왕복 9.6km

 

 

 

 

  

     (신년 첫 산행을 계방산으로 잡은 산악회가 엄청나게 많았다. 하산 코스인 야영장 입구 쪽에 수십대 관광버스가 진을 치고 있더니 역시 신행 코스가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틉 없이 가득찼다)

 

 

 

 

 

 

 (깔딱고개에서 지,정체가 너무 심하게 생기는 바람에 성질 급한 사람들이 옆으로 낸 길을 타고 올라왔다. 고산 능선에 가까이 다가서니 상고대, 서리꽃이 서서히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계방산 정상과 여러 산 능선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다. 날씨가 화창해 더없이 고운 풍경이 연출됐다)

 

 

 

 

 

 

 

 

 

 

  (전망대에서 계방산 정상으로 이동하는 1.3km 능선은 온통 설국이다. 화창하던 날씨가 조금씩 찌푸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정상에서 계방산의 설경과 능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정상에 몰린 사람들 때문에 인증샷 찍기도 힘들다. 다들 계방산 표지석을 안고 사진을 찍느라 긴 줄이 생겼다)

 

 

 

 

 

 

 

 

 

 

 (사방 능선을 따라 펼쳐진 설경과 서리꽃 세상이 너무 눈부셔 마구 셔터를 눌렀다. 특히 자동차야영장, 주목군락지 쪽으로 이동하는 능선의 설경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산객들이 눈꽃 사이로 이동하는 코스가 자동차야영장 방면이다)

 

 

 

 

  (정상에서 이정표와 설경을 한번 더 담은 뒤 이제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을 재촉한다)

 

 

 

 

 (능선을 따라 전망대 쪽으로 하산하는데, 갑자기 헬기가 등산로로 다가섰다. 올라올 때 다리에 쥐가 난 산객을 산악회원들이 주무르고 있는 것을 봤는데, 아마도 다리가 고장나 결국 119를 부른 모양이다. 역시 무리한 산행은 금물이다)

 

 

    (전망대 나무데크 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역시 전망대가 세워질 만큼 주변의 경치가 빼어나다) 

 

 

 

 (자동차야영장 쪽에서 하산객을 기다리는 산악회 버스들. 돌아오는 길에 이승복 기념관도 카메라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