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에 있는 묵호등대를 아시나요.
묵호항과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고지대 언덕에 묵호등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밤바다, 까막눈 선박들에게 뱃길을 밝히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게 등대이니 바닷가 고지대에 다리잡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러다보니 전국의 등대는 예외없이 주변을 조망하는 풍광이 일품입니다.
그중에서도 묵호등대는 생활권 주변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매우 좋고,언덕의 조망미가 남다르다는 점에서 제가 즐겨찾는 곳 입니다.
지금은 카페와 펜션이 즐비한 관광지구로 변신했지만, 사실 이 묵호등대 지구는 눈물의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묵호등대지구는 '논골담길' 마을과 통하는데요.
'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바닷가 언덕마을에 '논골'이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경이로운 일 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예전에 오징어와 명태가 지천으로 잡히고, 시멘트와 무연탄이 묵호항을 통해 줄지어 수송되던 때 사람들은 묵호항으로 몰려들어 바닷가 언덕 비탈면에 다닥다닥 집을 짓고 힘겨운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때 이곳 묵호등대 언덕은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 가득했는데요. 묵호항에 잡혀온 오징어와 명태를 이곳 덕장에서 말리기 위해 고무대야와 지게 등으로 등짐을 져 운반을 하면서 이곳 비포장 도로가 항상 질퍽질퍽 논바닥을 연상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붙은 눈물의 이름이 '논골'인 것이죠.
그런데 이 논골마을과 묵호등대가 지금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막힘없이 트인 탁월한 조망터인 묵호등대는 바닷가 관광지구로 대변신을 하고, 논골마을 비탈의 좁은 골목길에는 고단하지만 정이 넘쳤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벽화마을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에다 최근에는 묵호항을 배경으로 '바람의 언덕'이라는 힐링 휴식처까지 만들어 졌습니다.
바쁘고 어지럽기 이를데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쉼표를 찍고, 느릿느릿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날로그형 감성 회복 공간이 이곳 묵호등대와 눈골 담길, 바람의 언덕 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바람의 언덕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묵호항과 동해바다의 전경은 참으로 탄성을 자아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질녘, 하나둘 불빛이 피어나고 바다에 어스름이 깔리는 이곳 묵호항의 묘한 유혹을 가장 좋아합니다.
도란도란 앉아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드넓은 나무데크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 녀석들 정말 소싯적 추억에 빠져들게 합니다. 등짝에 올라타고 하던 가위 바위 보, 정말 짜릿하죠.
바람의 언덕에서 보는 밤 야경 또한 일품입니다. 여름 밤 이만한 피서지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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