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영동지역은 버섯으로 야단법석 입니다.
양양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강릉과 삼척이 모두 예로부터 이름난 송이 산지이다 보니 올해 처럼 버섯이 풍년을 이루면 그야말로 지역 전체가 시끌벅적 합니다.
올해는 적당이 비가 내리는 등 기후 조건이 잘 맞아 지난 추석 전 부터 버섯 생산량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귀하디귀한 송이 버섯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껏 그렇게 많이 산행을 하면서도 송이 버섯을 직접 발견하거나 딴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송이 버섯은 따기 힘든 '귀한몸' 임에 틀림 없습니다.
올해 그 송이가 풍년을 이뤘다고 하길래 직접 제손으로 따보고 싶은 마음에 10월 1일 강릉시 연곡면 퇴곡리에서 열린 '소금강마을 송이축제'에 체험객으로 참여했습니다.
1인 3만원 체험비를 내니 오전 10시부터 송이따기 체험 행사가 시작됩니다.
송이따기 체험장은 '소금강마을 에코센터'에서 600-700여m를 이동해 만나는 마을 주민의 사유림.
체험객 40여명이 산 아래쪽에 일렬로 쭉 늘어서서 산 비탈을 오르는 것으로 송이따기 행사가 시작됩니다.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송이를 따는 탄성이 이어집니다.
급한 마음에 저도 산 비탈을 오르는데, 갑자기 소나무 밑둥 아래에서 송이 두 뿌리가 저를 보고 방긋 인사를 합니다.
"드디어 송이를 내 손으로 따는구나"하는 반가움에 먼저 사진부터 찍고, 조심스럽게 송이를 파 냅니다.
송이 따기 체험은 주민들이 미리 일정구역에 줄을 쳐놓고 그 안에서 송이를 따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줄을 넘어 산 위쪽으로 올라가거나 다른 곳으로 벗어나면 안됩니다. 송이따기에는 문외한인 체험객들이 자연산 송이밭을 마구 짓밟아 놓거나 제멋대로 송이를 따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주민들이 일종의 금줄을 쳐 놓은 것 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봤더니 체험장에서 우리가 딴 송이는 주민들이 딴 송이를 옮겨 심어놓은 뒤 1주일 정도를 키운 것이더군요.
그렇게 일정구역 안에 많은 송이를 심어 놓았으니 수십명 참여자가 저마다 쉽게 송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거죠.
송이가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귀한 몸 대접을 받지도 못했겠죠.
저도 두뿌리를 캤으니 체험객들이 전부 두세뿌리씩은 캔 줄 알았더니 30여분이 지나도 아직 송이 구경을 못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민들이 "송이를 캐지 못한 사람들은 산 위쪽으로 2차 채취를 간다"며 따라오라고 합니다. 여러명이 나서서 따라갔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다들 송이를 두뿌리씩 손에 들고 나타납니다.
"위쪽에 많더냐"고 물어 봤더니 주민들이 산속에 텐트 같은 걸 설치해두고 있는데, 그 안에서 송이를 꺼내 송이 구경을 못한 체험객들에게 두뿌리씩 나눠 주더라는 겁니다. 텐트는 주민들이 송이 절도를 막기 위해 산 속에서 숙식을 하면서 지키기 위해 설치한 것 입니다. 어쨋든 그날 송이따기 체험 참여자들은 전부 송이를 손에 넣는 '귀한 경험'을 한 겁니다. ㅎㅎ
주민들은 그날 산속으로 생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숙회, 곰버섯 무침 등을 옮겨와 송이버섯 따기 체험객들에게 막걸리와 함께 약식으로 버섯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농산촌의 임신은 그렇게 후하고 진합니다.
그리고 점심 때 쯤 소금강마을 에코센터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점심 식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송이 버섯에 곰버섯 무침이 반찬으로 나오고, 송이 버섯을 넣고 끓인 농촌 칼국수가 제공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떡메치기 등 즐길거리 체험행사. 이만하면 3만원 내고 본전 훨씬 이상 먹고 즐긴 것 아닌가요.
당일 송이축제장에서는 하품, 퍼드래기(버섯의 갓이 넓게 퍼져버린 송이)가 1kg에 10만원, 조금 상품이 18만원에 판매되더군요. 그런데 송이는 퍼드래기라고 하더라도 향에나 맛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능이버섯 숙회, 초장에 찍어 먹으니 쫄깃쫄깃하니 맛이 그만이네요.
송이와 능이, 곰버섯이 막걸리 안주로 제공되는 산행. 더 말이 필요없이 최곱니다.
송이버섯 못 딴던 체험객들이 주민들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더니 다들 송이를 손에 들고 내려옵니다.
산길에는 밤도 지천입니다.
송이를 넣고 끓인 칼국수. 산촌의 정이 묻어나는 토속 음식입니다. 사실 저는 송이를 넣고 끓인 라면을 무지 좋아합니다. 라면과 송이는 정말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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