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코스:소공원 주차장(신흥사)-비선대-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양폭-천불동 계곡-비선대-소공원 주차장
*거리: 20.1km
*산행시간: 9시 30분
*일시: 2016년 9월 16일
'산꾼들의 로망' 설악산 공룡능선을 또 넘었습니다.
지난 2013년 여름과 단풍철에 두번을 넘고, 한동안 엄두를 못냈으니 꼭 3년 만 입니다.
닷새간 이어지는 긴 연휴 가운데 추석이 앞에 자리잡고 있는 덕에 여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차례와 성묘를 모두 마치고도 뒤로 사흘간 연휴가 이어지니 이런 연휴야 말로 산행이나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말그대로 황금연휴 입니다.
며칠 전 부터 친구와 공룡능선을 가기로 약속해 놓고는 계속 마음이 설렙니다.
한없이 거칠면서도 더없이 웅장하고 수려한 암릉을 다시 두발로 넘을 생각을 하니 혈로가 박동하면서 가슴이 뛰는 것 입니다.
산은 저마다 제 계절이 있다고 하지만, 제 개인적 소견으로 공룡능선 만큼은 계절이 없습니다.
봄·여름의 신록,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모두 공룡능선에는 맞춤형 장식품 입니다. 금강산이 금강, 봉래, 풍악, 개골 식으로 계절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듯이 공룡능선 또한 사계절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천하절경, 공룡능선의 진경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체력과 근력, 지구력을 총동원해 20km에 달하는 힘겨운 산행을 감내해야 하는 것 입니다. 보통 12시간, 속보로 빨리 걷는다고 해도 9시간 이상은 성벽 처럼 막아서는 가풀막, 바위 산을 쉼없이 타고 넘는 '고행길' 입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냥 힘겹고 고단한 코스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암릉을 타 넘고, 된비알을 헉헉 대며 오르다보면 어느순간 마지막 힘을 짜내듯 '악∼악∼'하는 신음성이 터져나오기도 하지만, 눈은 황홀경에 취하고 마음은 더없이 뿌듯합니다.
비바람을 이기고 고산 능선에 외로이 피어난 야생화를 만나 야릇한 멋에 취하고, 멀리 동해바다까지 뻗어내린 칼바위 암릉의 진경산수화를 두눈 가득 담아내는 황홀한 매력은 공룡능선이 덤으로 주는 선물입니다. 맑은 가을날, 공룡능선의 암릉을 현란하게 물들이는 단풍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미학의 극치를 만나는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룡능선의 수많은 연봉들이 새하얀 구름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 오른 운해의 장관을 만나는 신비스런 경험은 또 어떤가요.
그래서 오늘도 대한민국의 산꾼들은 '설악산 공룡능선'에 쉼없이 발을 들이는 것 입니다.
아, 그런데 이번에 보니 공룡능선을 즐기는 산꾼들 가운데는 파란눈의 외국인들도 한둘이 아니더군요.
사시사철 수많은 산객들이 능선에 발자국을 남기다보니 공룡능선은 지금 등산로도 비교적 안전하게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선택한 코스는 공룡능선을 가장 쉽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넘지않고, 공룡능선 만을 산행 목적지로 한다면, 아마도 가장 많은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코스일 겁니다. 소공원 주차장을 출발해 공룡능선을 한바퀴 돈 뒤 원위치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런데 공룡능선 산행을 하다보면, 대청봉 쪽에서 넘어오는 등산객들을 적지않게 만나게 됩니다.
양양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넘어온 등산객들 입니다.
주로 서울 등지에서 장거리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 입니다.
모처럼 잡은 설악산 산행인데, 대청봉만 넘고 돌아가는 것은 아쉬어 공룡능선까지 연계산행을 감행하는 것 입니다.
일전에 제가 백담사-봉정암 산행을 하다보니, 백담사-봉점암 코스를 이용해 대청봉을 찍고, 다시 공룡능선을 탄 뒤 마등령에서 오세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백담사까지, 정말 초인적 등산을 하루에 해내는 등산객도 있더군요.
저는 이번에 비선대-마등령을 오르면서 중간에 설악산 명소로 손꼽히는 금강굴을 잠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깎아지른 천애절벽에 자리잡은 금강굴은 무협지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아찔한 터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이 일품입니다.
그런 곳에 깊은 굴이 자리잡고 있으니 신비롭기가 비할데 없습니다.
소공원을 출발하면서 보니 권금성 쪽으로 케이블카가 분주히 오르내립니다.
금강굴 아찔한 절벽을 오르다보니 암벽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개미 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금강굴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은 정말 일품입니다. 마등령 가는길에 200m만 오르면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제 공룡능선의 웅장한 암릉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운데 송곳 처럼 솟아난 봉우리가 1275봉 입니다. 범봉과 함께 공룡능선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마등령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마등령은 공룡능선의 시작이면서 끝 입니다.
마등령-무너미고개까지 4.9km가 공룡능선으로 불리는 암릉입니다.
소공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마등령은 해발 높이가 1320m입니다.
마등령에 오른 것 만으로도 웬만한 고산 하나를 등산한 셈 입니다.
이제 공룡능선에 들어서면, 오르막내리락 암릉을 쉼없이 타고 넘는 등산이 시작됩니다.
2-3군데 긴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1100-1400m 능선이 이어지는 곳 이므로 마등령을 오늘때 처럼 하염없이 힘겹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니 그곳에는 산꾼들이 최고로 꼽는 비경이 숨어 있습니다.
멀리 울산바위와 속초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룡능선의 상징인 1275봉 아래 직벽에 도착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울산바위 풍광이 또한 장관입니다.
1275봉 주변 안부에 도착했습니다.
암릉 정상에는 비상시에 대피처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후로 긴 비탈길이 펼쳐지는데, 공룡능선에서 가장 힘들고 긴 오르막 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룡능선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와 속초시내 풍광이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천하제일경은 이런 경치를 일컫는 것이 아닐까요.
공룡능선의 끝자락 신선대에 도착했습니다.
신선대에서는 1275봉과 범봉 등 공룡능선의 수많은 암봉이 모두 한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설악산 최공봉인 대청과 중청도 손에 잡힐 듯 합니다.
맞은편으로는 공룡능선과 함께 설악 암릉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용아장성'의 수많은 암봉을 절경을 이룹니다.
공룡능선과 서북능선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용아장성은 설악산 최고의 암릉미를 자랑하는 곳 이지만, 위험 때문에 입산이 금지돼 있습니다.
대청,중청,소청 삼형제가 나란히 서서 등산객을 반깁니다.
희운각 등로 쪽으로 헬기가 떠 있습니다.
이제 공룡능선을 완전히 벗어나 천불동-비선대 방향으로 하산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출발지인 소공원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면 하산 거리가 무려 8.3km에 달합니다.
웬만한 산을 왕복하는 거리죠.
그러나 천불동 계곡의 화련한 계곡미와 수많은 폭포에 취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양폭산장 대피소 입니다. 계곡물이 말그대로 명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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