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신불산 공룡능선 코스(간월산장-신불산-영축산-신불산-간월재-간월산장)

좋은산 2014. 5. 5. 18:19

 

 

 

 

 

 

 

 

 

 

 우선 우리나라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신불산.

 벼르고 벼르던 산행을 지난 5월 4일,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결행했다.

 명불허전, 신불산을 등산하면서 내내 감탄과 찬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고비를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칼바위 절경이 나타나고, 또 한고비를 오르면 드넓은 억새 평원이, 또 한 굽이를 돌고나면 끝간데 없이 이어진 능선의 미학이 시선을 사로잡으니 '영남알프스'라는 극존칭 수식어가 결코 아깝지 않은 산 이었다.

 가을철, 억새가 정상의 평원을 온통 새하얗게 물들이는 철에는 그 장관을 보기 위해 발 디딜 틈 없이 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하는데, 봄날의 억새 평원도 멀리서 찾아간 산객을 만족하게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산을 근거리에 두고 있다는 것은 행복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울산이나 양산의 주민들은 복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이번 산행을 계기로 좀 멀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따금씩 신불산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신불산에 반했다.

 

 *산행일시: 2014년 5월4일

 *산행코스: 간월산장(등억온천지구)- 신불공룡능선- 신불산- 신불재- 영축산- 신불재- 신불산- 간월재- 간월산장

 *이동거리; 15.5km

 *이동시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7시간

 

 신불산(1159m) 등산의 최단거리 코스는 간월산장(울산광역시 울주군 등억온천지구)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번 등산이 신불산 초행길이었으나 참으로 큰 행운을 만났다. 입구에서 신불공룡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쉽게 찾지못해 망설이는 상황에서 더없이 친절하고, 훌륭한 길잡이를 만난 것이다.

 "저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하고 안내를 시작한 그분은 공룡능선을 지나 신불산 정상에 오를때까지 내내 주변 지형을 설명하고, 신불산의 여러 곳을 가르쳐주면서 시종일관 내곁을 지켰다.

 매주 주말마다 신불 공룡능선을 오른다고 하니 '신불산 해설사'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분, 울산시민에게 이 블러그 글을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공룡능선 최단거리 등산 코스는 간월산장을 지나자마자 홍류폭포 쪽 첫 이정표에서 폭포 쪽으로 가지 않고, 좌측 등산로를 곧바로 타고 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단거리 코스답게 급경사, 된비알 비탈길의 연속이었다.

 '깔딱고개'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와중에도 중간중간에 휴식처가 마련돼 있는 것이 힘겨움을 덜어줬다.

 공룡능선 가는길에 난생 처음 '개미귀신'이라고 불리는 잠자리과 곤충이 개미를 잡아 먹기위해 흙을 파놓은 일종의 덫을 실제로 본 것도 수확이었다. 안내를 자처하신 분이 등산로에서 한 나무 밑을 가리키길래 살펴봤더니 아주 작은 원추형 흙 구덩이가 보였다. 그 원추형 구덩이에 개미 등 작은 곤충이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개미귀신에게 잡혀 먹히는 구조인 것이다.

 자연을 거닐다보면 참 요상한 풍경이나 학습을 많이 하게 된다.

 

 

 

 

 

 

 

         (갈 안내를 자처하신 분이다. 신불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시종 곁을 지키면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줬다. 아마도 저 분 안내가 없었다면, 공룡능선을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길 안내를 하신 분께서 개미귀신이 작은 구덩이를 파놓은 것 이라고 했다. 흙을 원추형으로 여러개 파 놓았는데, 개미가 이곳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해 개미귀신에게 꼼짝없이 잡혀 먹힌다는 것이다)

 

 

 

 

 

 

 

 

 

     (가운데 원 표시를 해놓은 곳이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1240m)이다)

 

 

 

 

 

 

  깔딱고개 비탈길을 30여분 오르고 나니 이번에는 로프지대가 나타난다.

 20-30여m씩 길게 로프가 매어져 있는 바위 경사로 지대를 두세개 통과해야 하는데, 로프를 타고 오르는 것이 다소 위험해 보일수도 있으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심조심 손과 발에 힘을 주면서 오르고 나면 스릴도 있고, 등산의 묘미도 새롭다.

 바위 표면에 발을 딛고, 로프를 잡고 오르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가장 길게 로프가 매어져 있는 곳은 30m 이상이 되는 것 같은데, 보기에는 다소 아찔하지만, 실제로 오르면 크게 힘들 것 없다.

 

 

 

 

 

 

 

 

 

 

 

      (원안의 산은 영남알프스를 조망할 수 있는 언양 '고헌산(1035m)이다)

 

 

 

 

 

 

 

 

  이제 신불산 최고의 등산코스,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칼바위' 능선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공식 명칭은 '신불 공룡능선'이다.

 설악산 공룡능선 처럼 거대하고, 긴 코스는 아니지만, 칼바위 능선이 엮어내는 풍광이 또한 장쾌하고 남성적이다.

 칼바위 길 위에 몸을 싣고,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묘미도 색다르지만, 주변을 조망하는 맛도 일품이다.

 칼바위라는 이름그대로 밑은 천길 낭떠러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 해야한다.

 어떤 곳은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것 처럼 바위 능선길 자체에 날이 서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능선 옆으로 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등산로를 이용해도 된다.

 바위 능선을 하나둘 타고 넘으면서 공룡의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지나온 능선의 장쾌함에 뿌듯함이 더해진다. '내가 저 공룡의 등줄기 같은 곳을 통과했구나' 하면서 스스로 대견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칼바위, 공룡능선길이 족히 1km는 이어지는 것 같은데, 웬만한 등산객은 모두 칼바위 능선을 딛고 그대로 통과하니 너무 겁먹고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칼바위 옆면이 천길 낭떠러지 비탈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겨울철 눈이 쌓였을 때나 악천후 시에는 이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

 신불공룡능선을 타고 오르면, 곧바로 신불산 정상이다. 그래서 신불공룡능선 코스는 신불산으로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다.

 

 

 

 

 

 

 

 

 

 

 

 

 

 

 

 

 

 

 

 

 

 

 

 

 

 

 

 

 

 

 

        (오른편으로 멀리 간월산이 보인다. 신불산에서 이어지는 하늘억새길 능선 등산로다)

 

 

 

 

 

 

 

 

 

 

 

 

 

 

 

 

 

 

 

 

 

 

 

     (이제 양산 통도사를 품고있는 영축산 정상도 눈에 들어옵니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신불산 공룡능선의 장쾌한 칼 바위 길)

 

 

 

 

 

 

 

   

  이제 신불산 정상이다.

 길 안내를 하시던 분은 여기서 우리와 헤어졌다. 본인은 간월재까지 이동한 뒤 하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추천하기를, 통도사 뒷산인 영축산(해발 1081m)까지 갔다오면 좋을 것 이라고 했다. 신불산-영축산 코스는 거리가 3km인데, 넉넉잡고 2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

 큰 맘 먹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대로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 영축산 능선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막 넘긴 시점.

 오전 7시45분에 서둘러 등산을 시작했기에 정상 도착 시간도 그만큼 일렀다.

 아직 오후까지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도 영축산까지 산행 의욕을 북돋웠다.

 그렇게 영축산까지 이동을 하면서 나는 또 한번 길 안내를 해 주신 분에게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신불산- 신불재-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등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이국적 정취까지 느껴졌다.

 '하늘억새길'이라고 불리는 드넓은 억새 군락에 빠지니 몸과 마음이 모두 넉넉해졌다.

 하늘억새길은 간월산, 배내봉, 사자평, 신불산, 단조성터 등으로 무려 29.7km나 이어진다고 하는데, 특히 간월산-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억새군락이 압권이라고 한다.

 사실 공룡능선을 타고 올라와 신불산 정상에서 억새 평원을 굽어보는 순간, "정말 유럽의 알프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년전 방문했던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알프스 초원과 고산 풍광이 다시 클로즈업되는 것 같았다.

 이곳 능선길에는 '단조성터'와 고산 습지까지 분포해 있으니 정말 구경거리가 지천에 널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돌리면 그냥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곳, 그곳이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길이다.

 단조성터는 영축산 정상의 자연암벽을 이용해 축조한 테뫼식 석조산성 이라고 하는데, 그 기원이 산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임진왜란 때 양산지역으로 들어온 왜군과 싸운 우리 조선군의 거점이기도 했다고 한다.

 신불산-영축산 정상의 드넓은 평원과 험한 산세에 산성이 더해져 천혜의 요새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옆으로는 단조늪이라고 불리는 고산습지도 분포해 있으니 신불산은 우리나라 자연생태의 요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등산객들의 이동로는 나무데크 등으로 철저히 제한돼 있다. 억새 군락지와 고산의 생태보호를 위해 탐방로 통제와 제한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천년고찰 통도사를 품고있는 '영축산' 정상입니다. 정상은 행정구역상 양산시에 속합니다. 정상에서 멀리 계곡쪽으로 바라보면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종찰-통도사의 가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영축산에도 도착하니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멋진 능선 등산로가 또 끝간데없이 이어집니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다시 되돌아오면서 언양과 양산으로 뻗어내린 신불산의 빼어난 암릉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하늘억새길 능선 중간에 이렇게 멋진 소나무 휴식처가 있더군요)

 

 

 

 

 

 

 

 

 

 

 

 

 

    (신불산 정상입니다. 영축산,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능선과 동해바다가 모두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영남알프스 종주 능선을 따라 간월산으로 이동합니다)

 

 

 

 

 

 

 

 

 

 

 

 

 

 

 

 

 

 

 

 

 

 

 

 

 

 

 

 

 

 

 

       (대피소와 매점이 있는 간월재(아래 쪽)와 간월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신불산 능선 산행도 이제 거의 마쳐 갑니다)

 

 

 

 

 

 

 

 

 

 

          (이제 간월재에서 처음 출발했던 울주군 등억온천단지(간월산장)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간월재-간월산장 하산길에는 이렇게 잘 닦인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길이 구불구불 하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지름길을 많이 이용 하더군요, 저기 보이는 대피소 건물내에는 매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라면으로 시장기를 달랠 수도 있습니다)

 

 

        (이 급경사 비탈길이 계곡을 가로지르는 지름길 입니다. 지름길로 내려가면서 군데군데 임도를 다시 만나는 하산길이 반복됩니다)

 

 

 

 

 

 

   (신불산 등산을 마친 뒤 언양읍 시내에 들러 유명한 언양불고기로 시장기를 달랬습니다. 제가 찾아간 식당에서는 150g에 1만6000원을 받는데, 유명세 만큼이나 맛이 좋았습니다. 만족할만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