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울진 응봉산-덕구온천 계곡 종주 산행기

좋은산 2015. 3. 15. 16:49

 해발 998.5m. 내 키를 보태면 비로소 1000m가 넘는 산.

울진 응봉산을 또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 14일.

한동안 기세를 올리던 꽃샘추위도 완전히 물러가고, 상춘의 설레임을 부르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응봉산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속하면서 저 유명한 덕구 온천을 품고 있는 산 입니다.

등산로의 차디찬 계곡물 옆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쉼 없이 솟아오르는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고 그 온천물에 발을 담궈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곳, 응봉산은 그런 산 입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이어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사시사철 이곳 응봉산과 덕구온천 계곡에 탐방객이 꼬리를 무는 이유를 알 수 있겠죠.

아 또 하나 반드시 알고가야 하는 사실.

응봉산을 품고 있는 울진, 삼척지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소나무 군락지 입니다. 아마도 이 지역의 우량 소나무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문화재 복원이나 보수는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름드리 금강송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산. 응봉산은 알면 알수록 더 끌리는 동해안의 보석입니다.

 

 

 

 

 

 

 *산행일시: 2015년 3월 14일

 *산행코스:덕구온천 주차장- 덕구계곡- 온천 원탕- 응봉산 정상- 능선길- 덕구온천 주차장

 *산행 거리: 12.6km

 *산행시간: 총 4시간 10분

 

 응봉산(鷹峯山)은

 날짐승인 '매'를 뜻하는 한자 응(鷹)자를 쓰기에 '매봉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해발 998.5m.

 정상에 오른 등산객이 키를 보태면 비로소 1000m 고지를 넘어서는 산 입니다.

 응봉산이 있는 울진 지역, 특히 응봉산 앞 울진 죽변항은 동해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 울릉도와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기도 한데요. 묘하게도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이 해발 987m이니까, 동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산(응봉산-성인봉)의 높이가 호형호제 할 정도로 아주 비슷합니다.

 응봉산은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구리와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덕구온천을 산행 들머리로 응봉산을 한바퀴 도는 일주 산행을 하지만, 더 먼거리로 이동하는 산객들은 응봉산 정상에 오른 뒤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 방향으로 하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덕풍계곡 방향은 그 거리가 만만치않은 험로이기 때문에 반드시 길을 잘아는 전문가와 동행해야 합니다. 실제로 응봉산-덕풍계곡 구간은 조난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는 곳 이기도 합니다.

 응봉산 등산은 ①덕구온천 계곡을 타고 들어가는 코스와 ②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 2가지로 나뉩니다.

 어느쪽으로 가든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는 덕구온천 주차장이니까 원점 회귀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코스에 따라 산행의 묘미와 체력 소모는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산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능선길을 타고 오르는 ②코스 입니다. 정상까지 이동거리(5.7km)가 상대적으로 짧고, 하산길에 덕구계곡에서 느긋하게 노천 온천의 원탕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①코스는 계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충분히 몸을 푼 뒤에 오르막 길에 발을 딛는 장점이 있으나 정상까지 거리(6.9km)가 상대적으로 길고, 약 2km 정도의 능선 비탈길이 정말 땀깨나 빼게하는 된비알 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②코스 방향으로 응봉산을 종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전체적인 산행시간도 ②코스를 타는 것이 30분 이상 단축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덕구온천 계곡으로 이동해 막판에 된비알 경사로를 타고 오르는 ①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좀 힘이 들더라도 된비알 급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화끈한 등산을 해보고 싶어서 입니다.

 

 

 

 

 

 

 

 응봉산 등산을 위해 이동하는 덕구계곡은 전체 길이가 5km에 달합니다.

 그 계곡 속에는 덕구온천지구에 온천수를 공급하는 원탕이 자리잡고 있고, 빼어난 계곡미 장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5km 계곡을 이동하는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도 특이한 경험입니다.

 계곡의 물길을 지그재그로 건너기 위해 설치된 다리는 모두 13개에 달하는데, 세계 각국 도시의 유명한 다리를 마치 미니어쳐 처럼 축소형으로 본떠 만든 것 이어서 인상적입니다.

 첫번째 다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축소판 입니다.

 

 

 

 

 두번째 만나는 다리는 우리나라 서울의 '서강대교' 입니다.

 

 

 

 

 

 

 

 네번째 자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하버교'로 트러스아치형 교량이라고 합니다.

 

 

 

 

 

 

 

 다섯번째 다리 '크네이교' 입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사장교라고 합니다.

 여섯번째 교량은 스위스 쉐레에 있는 '모토웨이교'라고 합니다. 아치형 다리입니다.

 

 일곱번째 다리는 스페인 세빌레에 있는 '알라밀로교'라고 합니다. 사장교 형식의 다리입니다.

 

 

 

 

 우리나라 경복궁 향원정에 있는 '취향교(醉香橋)' 입니다. 취향교를 건너자마자 이번에는 산 비탈면을 따라 경주 불국사에 있는 청운교, 백운교가 이어집니다.

 

 

  열번째 교량은 잉글랜드 맨테스터주에 있는 '트리니티교'라고 합니다.

 

 

 

 

 

 

 

 열한번째 다리는 일본 다리 입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아치교인 '도모에가와교'라고 합니다.

 

 

 효자샘 입니다. 등산로 옆에 아주 마시기 편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옛날에 돌이라는 총각이 이 샘물로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해 드렸다고 하네요. 마시면 가슴속까지 시원함이 밀려듭니다.

 

 

 

 

 열두번째 다리는 중국 귀중성 귀주에 있는 장제이교 입니다. 귀주성 까마득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여기 덕구계곡에 모형으로 서 있습니요.

 응봉산 등산에서 만나는 최고의 명소, 온천 원탕 입니다.

 아예 이 원탕만 즐기기 위해 덕구온천 계곡을 찾는 탐방객도 적지 않습니다.

 계곡 노천에서 뜨끈뜨끈한 온천수가 자연 용출하는데, 노천 온천수에 족욕을 즐기는 것은 공짜입니다.

 족욕을 질길 수 있도록 쉼터 시설도 비교적 잘 조성돼 있습니다. 

 따뜻한 노천 온천수에 20-30분 간 발을 담근 뒤 바로 옆 계곡의 차가운 얼음물로 냉찜질까지 하고 나면 산행으로 시달린 발이 금세 개운해 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곳, 응봉산 등산에서만 맛불 수 있는 짜릿함 입니다.

 계곡물은 차디찬데, 바로 옆에서 이렇게 뜨거운 온천수가 용출하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이어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덕구계곡 탐방의 끝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응봉산 정상까지는 2km 정도 거리인데, 비탈 능선의 경사가 무척 셉니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에도 응봉산 정상 2km(2시간)이라고 써 있네요. 그런데 실제로는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덕구계곡의 마지막 교량으로 영국의 '포스교' 모형 입니다. 최초의 강철소재 교량으로 기록돼 있다고 하네요. 이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응봉산 정상까지 된비알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처음 600-700여m가 특히 경사가 심합니다. 

 

 

 

 

 

 

 

 

 

 

 

 

 

 

  이제 해발 998.5m 응봉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제 키를 더하면 1000m가 넘는 곳 입니다.

 응봉산은 주위에 펼쳐진 겹겹의 능선과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특히 일품입니다. 응봉산은 계곡의 가을 단풍도 좋고, 봄 여름의 녹음, 겨울 정상의 설경이 모두 아름다운 곳 입니다.

 계곡은 기기묘묘한 바위 협곡이 곳곳에 펼쳐지지만, 응봉산 자체는 포근한 흙으로 이뤄진 육산이기 때문에 능선 길과 솔숲 길에서는 마치 소싯적 노닐던 뒷동산 오솔길을 다시 만난 듯 반갑습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면 대한민국 최고의 숨은 비경으로 통하는 삼척 덕풍계곡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덕풍계곡의 민가가 있는 곳 까지 이동거리가 먼데다 힘들고 위험한 등산로이므로 길을 잘아는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으면 진입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안내판에는 덕풍마을까지 14km,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만큼 멀고 험한 코스입니다.

 

 

 

 

 

 

 이제 저는 능선길 등산로를 타고 독구온천으로 하산합니다. 이동거리는 5.7km 입니다.

 

 

 

 

 

  응봉산을 끼고 있는 경북 울진군이나 강원도 삼척시는 모두 금강송으로 유명한 곳 입니다.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황장금표를 설치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온 우량 숲이 이 고장의 자랑입니다. 응봉산에서 가까운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무려 2247ha 면적에 1280여만 그루의 금강송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대한민국 최대요, 최고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기에 응봉산 또한 명품 소나무가 연출하는 숲의 아름다움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