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산(魯鄒山)을 다녀 왔습니다.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량면에 걸쳐 있는 산. 해발 높이는 1322m 입니다.
산행을 한 날은 시시각각 소나기가 쏟아지는 악천후였기에 더 힘겨운 등산을 해야 했습니다.
노추산은 사실 개인적으로 2년전, 가을에 한번 다녀온 곳 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만산홍엽이 절정으로 치닫던 가을이었기에, 산은 같은 산이되 이번 산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였습니다.
사실 노추산은 산림청 등이 선정한 100대 명산의 반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단풍이 정말 황홀한 산 입니다.
노추산은 또 산이름의 유래와 그곳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가 범상치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와 맹자가 태어난 추나라의 이름을 따 '노추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신라시대 설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이 산에서 수학하고, 마치 중국의 '공맹' 처럼 학문을 크게 이루었기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노추산 9부 능선에 있는 '이성대(二聖臺)'는 두분 천재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설총은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사이에서 태어나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고. 조선시대 강릉이 낳은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은 어머니 신사임당과 함께 우리나라 5000원권과 5만원권 화폐의 주인공이 돼 있으니 두 성인 모두 역사에 천재 이상의 위업을 떨쳤다고 표현해도 무방하겠죠.
해마다 이곳 이성대에서는 두 성인의 유덕을 추앙하는 제례행사가 지금도 열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노추산 동쪽에는 '사달산' 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산이 또 있는데요.
네명의 득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해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곳 노추산, 사달산에서 설총 선생과 의상대사, 율곡 선생까지 3명이 득도했고, 나머지 한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학문을 좋아하는 이들이 한번 새겨 볼만 합니다.
역사 얘기는 각설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에 나서볼까요.
*산행 일시= 2014년 6월13일, 월드컵 개막일
*산행코스= 정선군 여량면 중동- 임도- 옹달샘 쉼터- 너덜바위 지대- 이성대- 노추산-중동계곡 원점 회귀
*산행거리= 편도 5km, 왕복 10km
*산행시간= 왕복 3시간 40분
노추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량면 일원 3-4군데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데, 제가 택한 코스는 정선군 여량면 중동계곡에서 시작하는 코스였기에 여량면 구절리 쪽으로 먼저 이동했습니다.
여량면은 '아우라지'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데요.
정선 아리랑에 등장하는 '아우라지 뱃사공'은 바로 이곳 강을 말하는 것 입니다.
지금은 완행열차 비둘기호의 옛 철도를 따라 레일바이크(구절리역- 아우라지역)가 달리고 있으니 철도변으로 펼쳐지는 계곡과 강, 들의 모습이 마치 고향의 어머니 품 처럼 그 정취가 더 각별합니다.
여량면 소재지에서 지방도를 타고 구절리역을 지나 강릉시 왕산면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도로변에 노추산 등산로 첫 안내판이 나오는데 그것이 산행들머리인 중동을 가리키는 안내판 입니다.
중동은 레일바이크 출발지인 구절리역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제가 첫 안내판이라고 한 것은 왕산면 쪽으로 더 이동하면 종량동 이라는 곳에 또 노추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기 때문입니다.
종량동에서도 물론 노추산을 오를 수가 있는데, 저는 아직 그 코스는 이용해 보지 않았습니다.
중동의 노추산 들머리에 도착하면 아주 작은 마을이 있고, 노추산 안내판이 있는데 그곳이 산행 시점 입니다.
주차장은 따로 없으니 그냥 도로변 적당한 곳에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노추산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산행이 힘겨워지는 곳 입니다.
처음 2km 정도는 승용차도 거뜬히 오를 수 있는 비포장 임도를 따라 비교적 여유롭게 산행이 시작됩니다. 차가 오를 수 있으니, 그냥 2km를 차를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저는 이번에도 그냥 걸어서 임도를 탔습니다. 그런데 임도를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면 은근히 지치고, 땀 빼게 하는 힘겨운 산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행이 시작되면 2km 정도는 이렇게 잘 닦인 임도를 따라 걷게 됩니다)
(임도 주변에는 야생화가 참 많이 피어 있어 꽃 구경하는 재매도 쏠쏠합니다)
(이제 노추산 산세가 완연히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오늘은 소나기와 안개구름 때문에 정상이 구름에 덮여 있습니다)
(이제 2km를 걸어 왔습니다. 진정한 노추산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른쪽 길이 노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니다. 아직은 임도 수준의 잘 닦인 등산로 입니다)
(예전에 고랭지 작물을 재배하던 밭 같은데, 지금은 사용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고산지대 깊은 산중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다니, 역시 강원도의 산은 생존의 무대요, 양식의 보고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제 된비알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노추산은 산행 고도가 높아질수록 힘겨움도 더해지는데, 이곳 비탈길이 참으로 은근히 힘겨운 곳 입니다. 곧 산등선이 능선 이동로가 나타날 것 처럼 하늘이 빤히 보이는데도 비탈은 쉼 없이, 점점 경사를 더해가면서 이어집니다)
(길에 수북하게 수풀이 자란 것으로 보아 등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좁은 등산로를 지나가다 보니 거미줄이 얼굴에 들어붙는 경우도 있더군요)
산행중에 정말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마구 퍼붓는데, 급히 비옷을 꺼내 입었는데도, 상체를 빼고는 모두 비에 젖었습니다. 땀과 빗물이 뒤섞여 흐르니 앞도 제대로 분간이 안되고, 점점 더 힘들어 집니다.
그런데 이 깊은 산중에 사람도 없습니다. 잔뜩 흐린 평일, 그것도 소나기까지 퍼붓는데 누가 산행을 하겠습니까. 산에 중독된 사람이 아니면 이런 날 깊은 산에는 안 오는게 정상이겠죠. 저는 정말 이번 상행 중 노추산 왕복 10km를 이동하는 동안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되돌아 갈까 라고 몇번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어 장대비를 무릅쓰고 계속 전진 했습니다. 사실 조금 겁이 나기도 했는데, 예전에 한번 경험한 길 이어서 정상이 아주 멀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을 냈습니다. 아마도 첫 산행이었다면 이 쯤에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을 겁니다.
(이 나무는 정말 요상한데. 사실은 고목이 넘어가면서 굵은 가지가 등산로의 땅에 박힌 것 입니다)
(이제 노추산의 또 다른 명물 너덜바위 지대 입니다. 저는 처음에 거대한 산성터 흔적이 아닌가 착각을 했습니다. 노추산 8부 능선 쯤에는 두군데 너덜바위 지대가 있는데요. 거리가 지척이기 때문에 서로 잇땋아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처음 만나는 곳 보다는 조금 더 이동해 만나는 너덜바위 지대가 훨씬 규모가 큽니다. 날씨가 맑으면 이곳도 경치가 괜찮은데, 오늘은 도저히 원경을 잡을 수가 없네요. 그래도 하산길에 비가 그치면서 너덜바위 지대 경치를 다소라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으니 아래로 이동하면서 하산길 사진을 계속 구경해 보세요)
(두번째 너덜바위 지대 입니다. 이제 이성대와 노추산 정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너덜바위 지대에서 이성대 까지는 거의 평지 등산로를 이동하는 수준입니다. )
설총 선생과 율곡 이이 선생을 모신 '이성대' 입니다. 두 천재가 이곳 노추산에서 수학, 수도를 했다고 하니 산 기운이 정말 범상치 않은가 봅니다.
그런데 안내판이 조금 부실합니다.
'공자와 맹자의 두 성인을 흠모해서 이성대라 불리워졌다'고 했으니 이성대에 마치 공맹을 모신 것 처럼 해설이 된 것 입니다.
사실 이곳에 모신 이성(二聖)은 제 나름대로 해석인지도 모르겠으나 설총과 이이 선생 아닌가요.
노추산 이라는 이름이 공자와 맹자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저로서는 공맹 보다는 설총과 이이 선생을 더 흠모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고. 또 공자와 맹자가 우리 유학에 미친 영향이 절대적 이라고 해도 우리 선조들의 학문과 역사적 발자취가 마치 아류 처럼 그 그늘에 묻혀서는 안되는 일 입니다.
(이성대 옆에는 이렇게 잘 갖춰진 샘터도 있습니다. 한번 마시고 싶었는데, 빗물에 뒤섞인 터여서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이성대 옆 마당에 있는 쉼터 입니다. 점심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쉬어가기에 제격이죠. 그런데 주변에 산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정말 많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 더미를 만나는 것 처럼 불편한 일도 없을 겁니다.)
(이성대 바로 옆 이곳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정말 압권인데, 아쉽게도 오늘은 안개와 구름이 모두 가려 버렸습니다. 이곳 바위 아래쪽에 길이가 100m에 달한다는 '오장폭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성대를 둘러본 뒤 다시 노추산 정상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이제 정상까지 350m 정도가 남았는데, 정말 마라톤 코스의 마지막 400m 트랙을 달리는 것 처럼 경사가 심하고, 그만큼 힘듭니다)
(이제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 입니다. 비가 소강 생태를 보이면서 시야도 많이 좋아 졌습니다)
(이 표지판은 정말 오래전에 세운 것 같습니다. '명주군'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최소 20년은 됐다고 봐야 합니다. 1995년에 명주군은 강릉시와 통합된 뒤 현재는 '강릉시'에 속해 있습니다)
정상에서는 멀리 왕산면 '안반데기'를 비롯해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가 한눈에 조망된다고하는데, 날씨 때문에 오늘도 두발로 정상을 밟은 것에 만족해야 합니다.
다시 이성대를 거쳐 너덜바위 지대를 지나 중동으로 원점 하산합니다. 하산길에는 비가 그치면서 이성대나 너덜바위 지대의 경치가 한결 뚜렷하게 다가섭니다.
참고로 노추산은 근래 명소로 뜨고 있는 '모정탑길'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 어머니가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면서 지난 1986년부터 2011년까지 햇수로 26년간 3000개 돌탑을 쌓아 올린 곳 입니다.
이 깊은 산 골짜기에서 혼자 기거하면서 3000개나 되는 돌탑을 쌓았으니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가이 없습니다.
노추산 모정탑길은 지금은 강릉시에서 명소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정선 여량면에서 강릉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왕산면 배나드리 인근에서 모정탑길 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하천 옆 공터에 차량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도로변 수백m가 주차장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승용차나 관광버스가 많이 서 있는 곳을 보면, 그곳이 모정탑 입구라고 보면 됩니다.
이 깊은 산중에 차나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몰려든다는 것을 봐도 모정탑이 얼마나 유명해졌는데 알 수 있겠죠.
(이 나무는 정말 거목입니다. 앞에 정한수 한그룻도 놓아져 있는데요. 율곡 선생도 이나무를 보았을까요)
(정산 부근에는 아직도 안개 구름이 덮여 있지만, 노추산의 윤곽이 한결 뚜렷합니다. 구름에 덮인 산이 더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비가 그치니 옹달샘 쉼터도 깨끗해 졌네요. 이곳에는 비교적 너른터에 나무 벤치도 있기 때문에 쉬어가기 좋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노추산은 8-9부 능선 지대가 대부분 단풍 활엽수이기 때문에 가을 단풍철에 산행을 하면 정말 꾸미지 않은 무성한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추산을 단풍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아래 사진은 제가 2년 전 가을에 노추산을 등산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단풍이 본격적으로 물들기 시작하던 때여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다 지워버리고 몇장 남지 않았습니다. 한번 감상해 보세요. 제가 노추산을 왜 '단풍산' 이라고 칭하는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때 등산을 하면서 마치 하늘에서 색색의 단풍이 별 처럼 마구 쏟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노추산 8-9부 능선의 단풍은 황홀했습니다
'등산은 나의 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선 가리왕산 장구목이 코스 산행기- 숲의 모든 것을 보다 (0) | 2014.06.22 |
---|---|
백두대간 석병산(石屛山) 최단거리 코스 산행기-천애 절벽 위에서 세상을 품다 (0) | 2014.06.14 |
삼척 덕풍계곡- 협곡 트레킹의 지존이 여기 있네 (0) | 2014.06.01 |
제천 금수산, 망덕봉 코스 산행기 (0) | 2014.05.25 |
동해 무릉계곡 삼화사 뒷산 산행기(이런 소나무 숲 세상에 없다) (0) | 201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