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덕풍계곡을 말할 때 반드시 따라붙는 수식어가 '원시' '비경' 같은 용어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손 때를 덜 탄 계곡이라는 뜻이죠'
제 나름의 평가를 한다면, '비경' 맞습니다.
사람들이 거쳐가지 않은 전인미답 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꼭꼭 숨겨둔 보석 같은 경치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응봉산 심심 산골짜기에 숨겨진 비경, 덕풍계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고를 감내해야 합니다.
덕풍계곡이 시작되는 마을 주차장에서 계곡 가장 깊은 곳의 3용소까지 거리가 무려 9.9km.
왕복으로 따지면 근 20km. 50리길을 이동해야 덕풍계곡의 풍광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계곡의 길은 깊이 들어갈수록 '험로' 입니다.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 '2용소'까지는 그런대로 이동이 어렵지 않으나, 2용소를 지나면 된비알 비탈길을 오르는 등산에 버금갈 정도의 에너지 소비가 필요합니다.
군데군데 바위길을 따라 발 받침대와 로프 등 이동로가 갖춰져 있는 곳도 있으나 그냥 하천의 큰 바위를 건너 뛰고 기어 올라야 하는 곳도 즐비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계곡을 타고 이동하는 트레킹 코스이기에 바위 벼랑이 그렇게 높은 곳은 없고, 또 계곡 속으로 아주 깊이 들어가면 협곡 옆 숲길을 따라 평지 오솔길 처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 편한 길은 다듬어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벌목 등의 산판 작업을 위해 아주 오래전, 예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집중호우 철에는 계곡 진입을 삼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덕풍계곡은 계곡 양쪽이 거의 수직의 바위 산 병풍에 둘러쌓인 협곡이기 때문에 비상시 옆으로 빠질 수 있는 샛길이 없습니다.
물론 울진 덕구온천에서 응봉산 정상(998.5m)을 밟은 뒤 이곳 용소골, 덕풍계곡으로 내려오는 등산 코스가 있으니, 역으로 그 등산로를 탈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거리가 정말 만만치 않은데다 조난 사고가 종종 발생할 정도로 험한 등산로 입니다.
응봉산-덕풍계곡 등산로에서 조난사고가 끊이지않자 몇년전 삼척국유림관리소에서는 겨울철 응봉산-덕풍계곡 구간의 등산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출입 자제 안내판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울진 덕구온천-응봉산 정상-용소골-덕풍계곡마을 코스를 탈 경우 전체 이동거리는 20km가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많은 비가 예보됐을 때 덕풍계곡 깊이 발을 들여놓는 것은 조난을 자처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또 하나 덕풍계곡에 들어서면 이정표가 없습니다.
계곡 입구의 탐방로 안내판에 적힌대로 1용소가 나타나면, "아 이제 2km를 왔구나", 2용소가 나타나면, "이제 계곡 입구에서 4.4km를 왔구나"하는 식으로 짐작하며 이동할 뿐 입니다.
더욱이 2용소∼3용소까지는 험로 이동거리가 5,5km에 달하는데, 그곳에는 인공의 표지는 전혀 없어 지금 내가 어느정도까지 걸어왔고, 또 얼마나 더 가야 3용소가 나타는지 짐작할 수 조차 없습니다.
원시 비경의 보호를 위해 가급적이면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 이라고 좋게 이해할려고 해도, 그래도 등산이나 계곡 트레킹 탐방객들이 연중 적잖게 방문하는 곳인데, 이렇게 이정표 안내가 허술해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도 울진 덕구온천∼응봉산 정상 코스나, 덕풍계곡 코스의 제2용소 까지는 여러번 가본 적이 있으나 덕풍계곡 가장 깊은 곳에 있는 3용소를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3용소의 비경을 보기 위해 지난 5월31일 혼자 탐방을 시도했으나 시간과 거리상의 제약(계곡 입구 출발이 낮 12시로 너무 늦었음) 때문에 이번에도 3용소를 불과 30여분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습니다.
제가 2용소∼3용소로 이동하는 동안 만난 사람이 딱 세사람 뿐이었기에 이정표도 없는 깊은 협곡 안에서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불편과 노고가 기다리는 계곡이지만, 덕풍계곡을 찾는 사람들은 충분한 보답을 받습니다.
오죽하면,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 팀들도 이곳을 찾았을까요.
무려 10km에 달하는 장쾌한 바위 협곡과 그 안의 티없이 맑은 명경지수를 마주하면 호흡하는 것, 걷는 것 만으로도 이 원시의 자연을 훼손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그런 신비한 경치가 덕풍계곡에 있습니다.
아마도 맑은 날 계곡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하늘의 별이 소나기 처럼 쏟아질지도 모를 일 입니다.
덕풍계곡 맑은 물에는 산천어가 무지 많은데, 사람이 발을 담그면 이 놈들이 마치 '닥처 피쉬' 처럼 모여듭니다. 모여든 산천어를 그대로 손으로 떠내도 될 정도입니다. 덕풍계곡은 그만큼 인간세상과는 다른 곳 입니다.
삼척시 가곡면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지방도 길을 따라 서쪽으로 더 들어가면, 하천을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가 마치 출렁다리 처럼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곳이 덕풍계곡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입니다.
그곳에서 덕풍계곡 탐방로 입구 주차장까지는 차로 10여분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데, 교행이 불가능한 외통수 길이 상당거리에 달하기 때문에 커브길을 돌 때나 좁은 길을 이동할 때는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있으면, 피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차가 반드시 양보해야 교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계곡 입구에는 펜션, 민박이 몇채 있고, 토종닭 등의 음식점도 있습니다.
자, 이제 사진을 보면서 협곡 트레킹의 절대강자라고 할 수 있는 덕풍계곡 탐방을 떠나 볼까요.
(덕풍계곡 마을로 가는길에는 이런 철제 외통수 다리가 3군데 정도 있습니다.)
(계곡마을 입구에서 이제 출발합니다. 처음은 이렇게 전형적인 시골 농로 풍경입니다)
(용소골 오른편으로 빠지는 문지골도 경치가 좋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계곡의 풍광이 시작됩니다. 물이 맑고, 골은 깊으니 발을 들여놓는 것 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입니다)
(제1용소에 도착했습니다. 저 안쪽 마치 무협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신비스런 곳이 제1용소입니다)
(용소 위쪽으로 계속 계곡을 타고 오르기 위해서는 바위 절벽 옆으로 이렇게 난 길을 이동해야 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탐방을 해보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점점 길이 험해지면서 계곡 옆으로 바위에 철제 지지대를 박아 이동로를 만든 것도 적지않게 나타납니다)
(이 철 구조물은 일제 강점기의 잔해입니다. 덕풍계곡이 있는 삼척과 경북 울진,봉화지구는 산림자원 및 광물자원이 풍부한 곳인데,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선박용 목재 수요가 늘어나자 우리나라 최대의 산림자원이 있는 이곳 덕풍계곡 내에 목재 반출용 협궤 철도를 설치하고 무수히 많은 자원을 수탈해 갔습니다. 1943년에 만들어진 이 철도 레일은 덕풍계곡 용소골에서 멀리 동해바다가 있는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해변까지 무려 41km 거리에 설치됐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 계곡 내에 남아있는 것은 일제가 우리 땅에 남긴 일종의 흉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풍계곡 협곡 탐방로를 이동하다 보면 군데군데 이런 철제 궤도 잔해가 남아있는 것을 심심치않게 목도할 수 있습니다. 몇년 전 백두대간보전회 등 환경보호단체에서 덕풍계곡 내 일제 잔해 철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나 워낙 양이 많았던지 아직도 잔해는 적지않게 남아 있습니다.)
(덕풍계곡 제2용소 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이 걸렸네요. 계곡 입구 안내판에는 이동시간이 1시간40분 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가 빠르긴 빠르네요. 여기부터 3용소까지 거리가 5.5km에 달하니 걸어온 것 보다 훨씬 먼거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사진 오른쪽 바위 벼랑 옆으로 로프가 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이동로 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사실 올라서면 발을 딛고 이동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있어 로프를 잡고 이동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1급수에 산다는 산천어가 정말 많습니다. 손이나 발을 담그면 이 놈들이 마구 모여듭니다. 먹이를 주는 것으로 아나 봅니다.)
(여기는 정말 신비한 곳 입니다. 바위 자체가 온통 하얀색인데, 물길이 바위 틈을 타고 마치 용틀임을 하는 듯 합니다. 물길 앞쪽의 바위가 움푹 들어간 것도 아마 집중호우, 큰 물이 닥쳤을 때 계곡 바위 표면을 때려 생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3용소가 가까워지자 정말 전형적인 심산유곡의 경치가 나타납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그러나 저는 오늘 트레킹 출발이 너무 늦었던 탓에 아쉽지만 여기서 발길을 돌립니다. 2용소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딱 세사람을 만났는데, 그분들은 벌써 하산을 했기에 지금 이 깊은 계곡에는 저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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