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삼척 소공대

좋은산 2013. 9. 22. 20:47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 와현 소공령에 서 있는 소공대비)

 

 

     (비각 안에 서 있는 비석. 조선조 명재상 황희 정승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소공대에서 동해바다를 조망한 모습. 산 아래 항구가 횟집 명소로 유명한 삼척 임원항이다. 임원항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나가면 울릉도에 닿는다.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은 지난 2000년 동해안 대형 산불 때 이곳 임원리 일대의 산림이 산불 피해를 입어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공대(召公臺)' 를 아십니까?

 소공대는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 와현(瓦峴) 소공령 정상(해발 320m)에 자리잡고 있는 누각입니다.

 소공대는 사실 조선초 명재상 황희 정승을 기리는 곳 입니다.

 세종 임금때 강원도관찰사를 제수받은 황희는 당시 삼척지역 백성들이 특히 심한 기근으로 고생하자 관청에 보관된 곡식을 풀고, 자신의 재산까지 아끼지않고 구휼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이 지역 백성들이 이곳 소공령 정상에 누각과 비석을 세워 오래도록 기억토록 한 것 입니다.

 그런데 소공대는 동해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 울릉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소공대에서 울릉도를 읊은 옛 시문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 그것을 확인케 합니다. 

 조선 선조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가 남긴 아계유고(鵝溪遺稿) 울릉도설 편에는 "가을과 겨울이 교차할 때 쯤 삼척의 소공대에서 울릉도가 보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또 고려말-조선초의 문인인 운곡(耘谷) 원천석은 경북 울진에서 삼척지역으로 넘어오면서 지현(知峴)이라는 곳에 올라 울릉도를 바라보면서 시(詩) '등지현망울릉(登知峴望蔚陵)'을 읊기도 했고, 고려시대 삼척 두타산 일원에 은거하면서 민족의 대서사시(詩)인 '제왕운기(帝王韻記)'를 저술한 동안거사(東安居士) 이승휴 선생은 몽골 침략 때 주민들과 함께 산성에 들어가 항거하면서 "맑은 날 울릉도를 보았다"고 동안거사집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원천석 선생은 '등지현망울릉' 시에서 '저 멀리 두어점이 아스라히 보인다'고 울릉도를 묘사한 뒤 '학을 타고 바다를 건너 다녀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육안으로 울릉도를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먼 옛날에 오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청정한 하늘 아래에서 살았던 옛 선인들은 이곳 소공대와 삼척 일원의 고갯길에서 울릉도를 육안으로 관찰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등산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건드리면 허공 자체가 쨍하고 깨질 것 같은 초겨울 맑은 날에는 평소에 아득하게 멀게 느껴지던 높은 산도 손에 잡힐 것 처럼 눈 앞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무공해 청정 세상에 살던 옛 선인들은 그런 초겨울 날에 동해안 고지대에서 울릉도를 본 것 입니다. 더욱이 소공대는 고지대에서 바다쪽으로 탁 트인 조망이 압권인데다 울릉도까지 거리가 137km로, 울진 죽변(130km)과 함께 육지에서 직선거리로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곳 이기도 하니 울릉도를 조망하는 곳으로 소공대가 시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능 좋은 만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가지고도 소공대에서 울릉도를 촬영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과 하늘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흐려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소공대가 자리잡고 있는 와현, 소공령은 옛 사람들이 삼척-울진을 오갈 때 이용하던 옛길 통행로(최근 수로부인길로 명명) 입니다. 소공대 지점에서 울릉도와 관련된 시문이 유난히 많이 남겨진 것도 선인들이 이 길을 따라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소공대를 만나려면 삼척에서 4차선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가 임원항을 지난 지점에서 옛 국도(2차선)로 접어들어 원덕읍 호산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아래 지점에서 이정표 안내를 받으면 됩니다. 소공대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마을 안길로 접어들면, 얼마 안가 소공대로 오르는 산길을 탈 수 있는데,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산길이므로 길만 찾으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