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봄 산행기
날 좋은 봄날, 삼척 쉰움산을 찾았다.
나로서는 지난 수년간 뒷동산 처럼 거의 200여 차례 넘게 다닌 산.
그러나 해발 표고가 670m인데서도 알 수 있듯이 쉰움산은 뒷동산 처럼 그렇게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산이다.
더군다나 해발 1350m, 두타산으로 오르는 길목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산 이기에 골은 깊고, 비탈길 경사 또한 만만치 않다.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를 산행 들머리로 쉰움산 정상까지 이동거리는 2km.
왕복하면 4km니까 더하고 뺄 것 없이 꼭 10리길이다.
처음 800m 정도는 계곡을 따라 평지를 이동하지만, 나머지 1.2km, 특히 1km는 아주 경사가 심한 비탈길 이어서 땀깨나 빼야 한다.
잘 짜여진 등산로는 아니지만, 바위 산 길을 따라 수많이 사람들이 다닌 자연 등산로가 비교적 잘 닦여져 있어 이동에는 어려울 것이 없다.
이번에 나는 쉰움산 중턱, 큰 바위 기도처가 있는 지점에서 우회해 나만의 새 루트를 하나 찾아 냈다.
사람들이 다니지는 않는 곳인데, 거대를 바위산을 감싸면서 우회해 낙엽 수북한 산길로 100여m를 오르니 돌탑군(群) 지점에서 기존의 등산로와 만나게 돼 있었다.
낙엽 산길은 잡목을 헤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거리가 짧은데다 새로운 계곡과 바위 경관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기존의 등산로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이용해서는 안된다.
초행자들은 그냥 기도처 옆 바위를 따라 산 위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편하게 더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쉰움산은 돌탑군이 있는 중간의 바위산 휴식처와 정상의 풍광이 특히 압권인 산이다.
정상은 두타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큰 바위산으로 이뤄져 있다. 두타산 등산로를 타고 오르다가 기묘한 바위산을 만나게 되면, 우측으로 틀어 바위산 쪽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된다.
정상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처음 찾는 산객은 "세상에 뭐 이런 곳이 다 있냐"고 두눈이 휘둥그레질 수도 있다.
그 자체의 바위산 형상만으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산 꼭대기, 그곳의 바위가 또 움푹움푹 파여 마치 크고작은 수십개 우물을 파 놓은 것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으니 세상에 둘도 없는 쉰움산 만의 경치다.
그래서 산 아름도 쉰우물산(쉰움산) 인 것인가 보다.
석회암 바위산의 지질학적 특성이 이런 기기묘묘한 경치를 만들어 놓았다.
수십개 바위 우물로 이뤄진 거대한 바위 산 정상에 족히 수십명은 앉을 수 있는 드넓고 포근한 휴식처가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 온갖 풍상을 이기고 버텨온 낙락장송 몇그루가 서 있는 것이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나 다름없다.
꽃 피는 봄도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쉰움산 정상의 소나무가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한겨울을 참으로 좋아 한다.
쉰움산 정상을 보고 그대로 하산한다면 2%가 부족하다.
정상에서 두타산 쪽으로 100m만 더 올라가면 또 하나의 기묘한 칼 바위 풍광이 펼쳐지는데, 그것을 보고 내려와야 온전히 쉰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고 할 수 있겠다.
(쉰움산 산행의 들머리인 천은사다. 큰 절은 아나지만,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절집의 자태가 길손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고려시대 이승휴 선생이 이곳 두타산 구동에 은거하면서 한민족의 역사가 단군으로부터 비롯됐고, 발해가 우리 역사 임을 밝힌 민족의 대서사시 '제왕운기'를 썼다고 전해지는 곳 이기도 하다)
(쉰움산 중턱에서 만나는 바위 굴 기도처다. 큰 바위 밑에 아늑한 터가 형성돼 있다. 이곳 옆으로 쉰움산 우회로가 있는데, 초행자는 찾기 어렵다)
(쉰움산 중턱의 돌탑 휴식처다. 양지바른 곳 이어서 일광욕을 하면서 쉬어 가기에 제격인 곳이다)
(이 밧줄 경사로 위가 쉰움산 정상이다,. 그러나 곧바로 오를 수는 없고, 산길을 따라 100여m 정도를 우회해야 정상을 만나게 된다)
(쉰움산은 삼척사람들이 받드는 산신이 많은 산이다. 쉰움산 정상에도 이 처럼 민간신앙의 기도터가 있다)
(쉰움산 정상이다. 수십개 바위 우물의 기묘한 경치에 아늑한 휴식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쉰움산 만의 매력이다)
(멀리 두타산 정상이 보인다. 쉰움산에서 능선을 타고 3km 정도를 더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데, 힘겨운 등산을 감내해야 한다)
(쉰움산 정상에서 100여m를 더 올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별천지다. 이곳 경치를 봐야 비로소 쉰움산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