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문장대 산행기
*산행 코스: 법주사-세심정-문장대 왕복
*이동거리: 편도 7km, 왕복 14km
*산행 일시: 2014년 3월22일 오전 11시- 오후 4시30분
언젠가는 꼭 다녀와야지.
손 꼽았던 속리산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3월24일. 날씨도 화창하기 그지없어, 산행 시간 내내 참 날을 잘 잡았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더했습니다.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 사이에 걸쳐 있는 산 입니다.
우리가 택한 법주사-문장대 코스는 충북 보은군 쪽에서 올라가야 합니다.
동해안에서 자동차로 3시간30분은 달려가야 하는 먼 거리 입니다. 사실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으면서도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된 것도 그런 거리상의 제약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설을 헤치고 새 봄이 움트는 이때.
이번에는 반드시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 산이 세속을 멀리하지 않았는데, 세속 사람들이 산을 떠나 있네)'으로 일컬어지는 속리산을 두발로 걷겠다는 일념아래 오전 6시30분에 집을 나서 속리산 행(行)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번 산행의 동반자는 친구 내외 등 모두 5명.
산타페 한차에 모두 몸을 싣고, 웃고 떠드니 봄 소풍 드라이브가 따로 없습니다.
산행 들머리인 법주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오전 10시30분이 다 되었네요.
길을 잘 몰라 다소 먼 거리를 우회한 때문에 생각보다 늦었습니다.
속리산의 비범한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설레는 마음은 벌써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행 전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보은의 볼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삼국시대 신라가 3년에 걸쳐 쌓았다는 '삼년산성'과 저 유명한 '정이품송(松)' 입니다.
눈요기를 하면서 사진 몇장 찍고 나니 산행은 오전 11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습니다. 사실 삼년산성과 정이품송은 법주사로 향하는 코 앞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지나는 길에 반드시 목도하게 돼 있습니다.
산행 이정표의 거리를 보니 법주사-문장대는 이동거리가 편도 5.9km 입니다.
그러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법주사까지 이동하는 걸리가 족히 1km는 넘기 때문에 편도 7km 이상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동거리가 다소 길어도 속리산은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닙니다.
세심정까지 절반 정도는 그냥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는 정도기 때문에 실제 오르막 코스는 3.5km 정도에 불과한데다 그 오르막도 강원도의 험산 만큼 된비알 비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리산 등산로에는 서너군데에 걸쳐 휴게소 형식의 음식점(메점)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특징적 입니다.
정상 7부 능선 쯤에도 휴게소가 버티고 잇습니다.
사실 우리 일행도 급히 산을 오르느라 김밥 등 먹거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휴게소에서 요기를 달랠 수 있었습니다.
출발 때 김밥 집을 찾지못해 지나가던 등산객에게 김밥 파는 곳을 물었더니 "그냥 올라가도 매접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경치로 말하면 속리산은 시작과 끝이 참으로 황홀한 곳 입니다.
산행 들머리에는 팔상전(捌相殿*국보 55호)으로 유명한 천년고찰 법주사가 나그네를 사로 잡고, 문장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정상 능선에 서면 바위산, 암릉 미학의 극치를 만나게 되니 처음과 끝이 정말 강한 인상으로 남게되는 것 입니다.
특히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문장대(文藏臺, 해발 1054m)의 포스는 가히 압권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눈길을 사로잡고, 문장대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암릉 앞에서는 그저 감탄사 뿐,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국립공원 직원의 말로는 문장대-천왕봉(3.2km)까지 능선이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귀가 시간 때문에 천왕봉(해발 1058m) 능선을 직접 두발로 걸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법주사- 문장대-천왕봉-법주사 코스를 꼭 다시 다녀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 입니다.
우리가 속리산을 찾는 3월24일.
산 아래는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했으나 정상 부근은 아직도 떠나지 않은 겨울이 그대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잔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은 눈이 능선마다 그대로 쌓여 있었으니 그야말로 '봄 속의 겨울' 풍경화를 실감나게 경험한 것 입니다.
그런 풍경 속에서 '산은 세속을 멀리하지 않았는데, 속세의 사람들이 산을 떠나 있네(山非離俗 俗離山)'라고 하는 속리산을 온몸으로 즐겼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조 대왕의 행차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제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정이품송 입니다. 왼쪽 측면의 가지가 예전보다 많이 쇠락한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위풍당당한 고송의 품격은 여전했습니다)
(보은군에서 공급하는 상수도 샘물이라고 합니다)
(속리산은 마지막 9부 능선이 깔딱고개 입니다. 여기서는 할딱고개라고 부르더군요. 이 계단을 올라서면 문장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 능선입니다)
(저기 우뚝 솟은 바위가 문장대 입니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빼곡하네요. 해발 1000m에 달하는 고지대 능선에 이렇게 넓은 터가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이곳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 종주 코스입니다)
(문장대 아래 쉼터에서는 이런 바위도 만납니다. 꼭 설악산 흔들바위 같네요)
(능선의 쉼터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계단 입니다)
(문장대 거대한 바위 아래에서 꼭대기로 오르는 계단입니다. 그리 길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법주사 경내 입니다. 가운데 5층 목탑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목탑이라고 하는 국보 55호 팔상전 입니다. 고풍스런 멋이 두드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