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영서의 관문, 대관령 설경
지난 11월27일 대관령에 8cm의 눈이 내렸습니다.
그 날 아침 눈 풍경을 스케치한 사진입니다.
대관령은 해마다 겨울이면 설국(雪國)으로 변하는 곳 입니다.
해마다 이르면 11월초부터 늦게는 이듬해 4월말까지 눈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한겨울에는 보통 1m 정도의 눈이 항상 쌓여있는 곳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8cm 눈은 설국, 대관령에서는 사실 눈 축에도 못끼는 눈 입니다.
그런데도 초겨울 대관령을 곱게 단장한 8cm 설경이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눈 쌓인 도로를 달린 차량 운전자들은 올 겨울들어 처음 내린 눈다운 눈에 조심조심, 거북이 운행으로 고개를 넘나들었겠지만, 설경을 스케치하는 구경꾼의 눈에는 하얀 눈세상이 황홀경 그 자체 입니다.
8cm 눈을 시작으로 올 겨울에도 대관령에는 내년 봄 까지 눈이 차곡차곡 쌓일 것 입니다.
그 눈을 밟고, 설산의 별천지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또 수많은 산객들이 대관령 능선을 수놓을 것 입니다.
북으로는 선자령으로, 곤신봉으로, 노인봉으로.
남으로는 능경봉, 고루포기 산으로.
백두대간의 허리에 자리잡고 있는 눈 고장, 대관령은 그렇게 눈을 품고 산객들에게 제대로 된 힐링을 선물할 것 입니다.
아무리 온몸을 꽁꽁 싸매도, 사정없이 살갗을 파고드는 칼바람.
지나온 발자국을 금방 덮고 지워버리는 눈보라.
그 눈밭 위에서 칼바람을 제대로 맞아본다면, 겨울산이 얼마나 매서운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에 엄동의 진한 매력이 숨어 있나니.
그것은 세파에 찌든 마음 속 탁류를 모두 걷어내는 자연의 큰 선물입니다. 가슴 속 티없는 울림입니다.
겨울철 대기는 찬 공기 때문에 톡하고 건드리면 깨질 것 처럼 청량합니다.
때문에 산은 그 어느 계절보다 사람들 눈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나뭇잎 등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내고, 가지만 앙상한 채 봄을 기다리는 겨울 숲은 멀리서 바라 보아도 코 앞에 있는 것 처럼 가깝고, 선연합니다.
눈 앞으로 가장 가깝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 보이는 겨울산.
그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설산에 핀 눈꽃이나 상고대를 친구삼아 능선을 타는 행운이라도 곁들이게 된다면 그 보다 큰 호사는 없을 것 입니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겨울을 기다린답니다.
더욱이 대관령 능선은 동해 바다와 강릉시내를 굽어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지니 아무리 칼바람이 불어도 어찌 그 황홀한 산행을 마다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