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강릉 노추산 모정돌탑 3000개- 어머니, 가없는 사랑

좋은산 2013. 11. 10. 21:57

 

 

 

 어머니는 꿈을 꾸었다.

 꿈에 현몽한 산심령이 "깊은 산 골짜기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오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돌탑 3000개만 쌓으면 우환이 없어지고, 집안이 모두 편안해 진다고요?"

 그 때부터 어머니는 깊은 산골을 찾아 가 돌탑을 쌓는 일에 매달렸다. 무려 26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의 돌탑 쌓는 일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쌓아진 돌탑이 강릉 '노추산 모정탑(母情塔)길'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하늘 아래 첫동네, 구름 위의 땅 이라고 불리는 국내 최대규모 고랭지 채소재배단지-'안반데기'를 근처에 품고있는 마을이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정선군 여량면 구절리를 잇는 지방도 선상에서 모정탑길을 만날 수 있다.

 '노추산 모정탑길'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 하천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송천강 지류인 하천의 세월교를 건너면 모정탑길이 시작된다.

 모정탑길의 시작은 '솔향 강릉'이 자랑하는 소나무 숲길이다.

 그윽한 금강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이 후각을 진하게 자극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폐기능을 강화하며 살균작용을 한다는 '피톤치드'가 내 몸 속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다.

 700여m를 이동했을까. 돌탑 무더기가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낸다.

 1km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서 "이게 정녕 한 여인이 혼자 힘으로 쌓은 돌탑이란 말인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돌탑 장관이 줄지어 이어진다. 길 옆으로 돌탑이 마치 석상 처럼 빼곡이 돌열해 있는가 하면, 수십, 수백개씩 돌탑군(群)이 아예 하나의 돌탑 성(城)을 만든 곳도 있다.

 계곡의 가장 깊은 곳에는 비닐로 지붕을 덮은 작은 움막이 하나 남아있는데, 돌탑을 쌓은 주인공인 차옥순(지난 2011년 별세) 여사가 기거하던 곳 이라고 한다.

 차 여사는 지난 1986년부터 노추산 계곡으로 들어 와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 온 차 여사는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않자 가정의 평안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돌탑을 쌓는데 평생을 바쳤다. 가정을 걱정하던 차 여사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돌탑 300개를 쌓으면 된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돌탑을 쌓을 곳을 물색하다가 신라시대 설총(薛聰) 선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李珥) 선생이 차례로 수학했다는 이곳 노추산 계곡을 찾아 26년간 혼자 힘으로 돌탑을 쌓는데 매달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는 한겨울에도 움막 생활을 하면서 산에 널려 있는 돌을 등짐으로 져 나르며 돌탑을 쌓았다고 하니 가정의 평안을 기원한 가이없는 모정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차 여사는 지난 2011년 68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3000개 돌탑을 모두 쌓았으니 돌탑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모정의 힘으로 쌓은 3000개 돌탑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 현장을 확인하려는 탐방 발길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차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누추산 모정탑길'로 명명하고, 돌탑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표지판과 돌탑체험장을 조성하는 한편 화장실과 쉼터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하면서 명소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등산로와 야생화 단지, 지압로 등을 추가로 조성하고, 주차장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모정탑길 옆으로 이어지는 노추산 계곡)

 

 

(모정탑길로 통하는 산책로 옆을 따라 흐르는 송천강 지류. 때묻지 않은 심산유곡의 풍치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강릉 왕산면 일원에는 지난 1960년대 화전(火田)을 통해 일군 국내 대표 고랭지 재배단지인 안반데기가 자리잡고 있고, 커피 박물관도 있으니 앞으로 연계 관광발전이 기대된다.

 모정탑길에서 정선군 여량면 쪽으로 이동하면 오장폭포(길이 209m, 수직높이 127m)와 구절리-아우라지 사이 옛 철도를 활용한 레일바이크(편도 7.2km)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