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울진 응봉산-덕구온천계곡 단풍철 종주 산행기

좋은산 2013. 10. 26. 22:23

 요즘은 주로 단풍을 따라 다니는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설악산에서 강릉 경포 바우길 동해 무릉계곡을 거쳐 오늘(10월26일)은 경북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 경계에 걸쳐있는 응봉산(鷹峯山)을 다녀왔습니다.

 날짐승인 '매'를 뜻하는 한자 응(鷹)자를 쓴 응봉산은 '매봉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응봉산 산행 중에 만나는 덕구온천계곡의 용소폭포 구간. 바위 계곡을 뚫고 흐르는 물길이 마치 한마리 꿑틀대는 용을 눈앞에서 보는 듯 합니다)

 

 해발 표고는 998.5m. 1000m에서 꼭 1.5m가 빠지니 그리 낮은 산은 아니지만, 또 높은 산 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응봉산 정상과 덕구온천계곡을 모두 탐방하는 산행거리가 12.7km에 달하는데다 동해안에서 시작하는 산이 거의 그러하듯이 오르막 경사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속하는데다 응봉산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 중에서도 대표로 꼽히는 산이 울진 응봉산 입니다.

 응봉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온천지구에서 능선을 타고 곧바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5.67km)와 덕구온천계곡을 따라 깊숙하게 이동하다가 계곡 끝 지점에서 응봉산 정상으로 치고 오르는 코스(7km) 등 두가지가 있습니다.

 두 코스 모두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는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온천지대 입니다.

 덕구온천은 강원도 삼척시-경북 울진군을 잇는 중심도로인 국도 7호선을 타고 이동하다가 울진군 북면 즈음에서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잡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4차선 국도를 빠져나와 농촌 정취가 호젓한 2차선 길을 10분 정도 달리면 덕구온천지대에 도착하게 됩니다. 

 응봉산 산행은 등산과 함께 온천까지 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산행을 마친 뒤 온천지구에서 온천욕을 할 수도 있고, 산행 중에 계곡에서 솟아나는 노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곡 노천 용출수에 발을 담그는 것은 공짜 입니다.

 따뜻한 노천 온천수에 20-30분 간 발을 담근 뒤 바로 옆 계곡의 차가운 얼음물로 냉찜질까지 하고 나면 산행으로 시달린 발이 금세 개운해 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곳, 응봉산 등산에서만 맛불 수 있는 짜릿함 입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이어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온천수가 솟아 나오는 덕구계곡은 계곡의 자연미 또한 탁월합니다. 정확히 6.9km 거리의 계곡을 타고 지그재그로 이동하는 동안 계곡을 건너 뛰는 여러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는 모두 세계 각국의 유명 다리를 축소형으로 본떠 만든 것 이어서 세계 각국의 유명 다리를 경험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렇게 세계 유명 교량을 본떠 만든 축소판 다리가 덕구온천 계곡에 모두 12개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덕구온천지대에서 능선을 타고 응봉산 정상에 오른 뒤 계곡을 타고 내려와 원점회귀하는 산행로를 택했습니다.

 지금까지 줄잡아 스무번 이상은 응봉산을 다녀온 제가 주로 이용하는 코스입니다.

 먼저 땀 빼는 오르막 산행을 한 뒤에 하산길에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내려오는 산행이 저는 참 좋습니다.

 오늘 10월26일 산행은 사실 응봉산 계곡의 단풍을 보기 위한 것 이었지만, 아직 조금 일렀는지 단풍은 제 마음에 아주 흡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상에서 내려다 본 주변 산 능선을 따라 겹겹이 화려한 단풍의 행진이 이어지고, 계곡 곳곳에도 단풍 채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에 가을 경치를 즐기기에는 그런대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0월말이나 11월 초 쯤에는 응봉산 계곡의 단풍도 절정을 맞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응봉산을 끼고 있는 경북 울진군이나 강원도 삼척시는 모두 금강송으로 유명한 곳 입니다.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황장금표를 설치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온 우량 숲이 이 고장의 자랑입니다. 응봉산에서 가까운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무려 2247ha 면적에 1280여만 그루의 금강송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대한민국 최대요, 최고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기에 응봉산 또한 명품 소나무가 연출하는 숲의 아름다움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 입니다. 더욱이 매년 10월말에는 금강송, 계곡, 온천이 유혹하는 계곡과 산에 단풍 선물까지 더해지니 이즈음 응봉산으로 향하는 산객들의 발길이 더 들뜨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저는 12.7km를 모두 탐방하고, 덕구온천지구로 돌아오는데 꼭 5시간이 걸렸습니다.

 

   (산행 들머리에 있는 이정표. 저는 오늘 이정표에 표시된 코스를 우에서 좌로 모두 돌았습니다)

 

 

     (이제 산행 시작입니다. 계단길을 오르면 곧바로 숲길입니다)

 

 

 

   (산 중턱까지는 계속 소나무 숲의 연속입니다.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의 기상은 응봉산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3km 정도를 이동한 지점에서 만나는 자연 전망대. 이곳 바위 위에 서면 서쪽으로 겹겹 산능선, 동쪽으로 멀리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

 

 

  (쓰러진 소나무 고목 옆으로 작은 활엽수들이 노란 단풍 채색을 뽐내니 대비되는 운치의 멋이 묘 합니다)

 

 

 

 

 (두번째 만나는 헬기장 입니다. 참 많은 산님들이 다녀갔네요. 이제 정상까지 1.3km가 남았습니다. 능선을 타고 응봉산을 오르면 처음 2km 정도는 완만한 산길 경사로를 타고 오르다가 나머지 구간에서 다소 심한 비탈면 산행을 하게 됩니다)

 

 

  (8부 능선을 넘어서니 활엽수가 온통 물들었네요. 자세히 보니 단풍나무는 거의 없고, 참나무를 비롯해 활엽수 잡목들이 많습니다)

 

 

 

(이제 정상 근처 입니다. 정상까지 200여m가 심한 오르막 경사길 입니다)

 

 

 

 

  (응봉산 정상입니다. 정상미가 그리 빼어난 곳은 아니지만, 주위에 펼쳐진 겹겹의 능선과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일품입니다. 산 정상은 제 멋을 뽐내는 것도 좋지만,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미가 빼어나야 정상다운 것 아닌가요. 그런면에서 응봉산 정상은 일품입니다)

 

 

  (단풍이 북에서 남으로, 위에서 아래로 거대한 이동을 하고 있네요. 그야말로 단풍의 향연입니다)

 

 

   (응봉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계곡 나아가면 대한민국의 숨은 비경으로 손꼽히는 삼척시 덕풍계곡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덕풍계곡의 민가가 있는 곳 까지 이동거리가 먼데다 힘들고 위험한 등산로이므로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으면 진입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정상에서 덕구온천계곡 방향으로 하산입니다. 금강송 숲길에 활엽수의 노란 단풍 잔치가 요란합니다)

 

 

 

  (하산길은 계곡에 다다르기까지 2km 정도는 정말 심한 경사의 내리막 입니다. 무릎 보호 단단히 해야 합니다)

 

 

 

  (덕구온천으로 연결되는 계곡에 다다르니 단풍 황홀경이 반갑게 맞아 주네요. 제대로 된 단풍 나무가 빼어난 채색미를 뽐냅니다)

 

 

 

  (이제 급경사 내리막길을 모두 내려와 계곡 구간에 발을 내닫었습니다. 내리막 길 내려오느라고 수고했다고 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덕구온천계곡에 설치된 세계 각국의 유명 다리 축소판 12개를 차례로 건너면서 이동하게 됩니다)

 

 

   (이곳은 갈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기에는 푹신한 흙길인데, 바로 옆으로는 20-30여m 낭떠러지가 계곡으로 떨어집니다. 안전 난간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흙길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습기가 많을 때는 더 위험하기 때문에 한발자국 내닫을 때마다 조심 또 조심 입니다. 안전 난간 좀 설치하면 좋겠는데…)

 

 

 

 

 

 

  (자연 온천수가 용출하는 곳 입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온천물에 발을 담근 뒤 다시 바로 옆 계곡의 찬물에 발을 담그면 산행의 피로가 말끔히 가십니다. 계곡물은 정말 얼음 처럼 찬데, 이런곳에서 노천 온천수가 솟아 나오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자연용출온천수 송수관이라고 하는데, 앉아보라는 안내 대로 앉아봤더니 정말 엉덩이가 뜨끈뜨끈 하네요)

 

 

   (용출온천수로 족욕을 한뒤 엄마 지나지 않아 효자샘을 만납니다. 옛날에 돌이라는 총각이 이 샘물로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해 드렸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연리지 입니다.뿌리가 다른 나무가 마치 한나무 처럼 자라는 것을 연리지라고 하는데, 사랑의 상징목으로 통합니다)

 

 

 

 

 

   

       (각양각색의 다리와 단풍, 바위 계곡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이 연속적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무기가 매봉여신의 도움을 받아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용소폭포 구간 입니다. 폭포 아래 소는 '마당소'라고 불리는데, 매봉여신이 용으로부터 온천수를 선물받고 난 뒤 용소골 선녀와 이무기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자리로 내놓은 곳 이라고 합니다. 소는 수심이 워낙 깊어 옛 사람들이 명주실 한꾸러미를 풀어 넣었으나 실끝이 4km 떨어진 산너머 마덕구 계곡으로 나왔다는 전설도 전하고 있답니다)

 

 

 

 (선녀탕 입니다. 이무기가 매봉여신의 도움을 받아 용으로 승천한 뒤 다시 용소골로 내려와 선녀와 어울려 가무와 목욕을 즐겼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네요)

 

 

   (이제 출발지인 덕구온천지구로 돌아왔습니다. 12.7km 종주에 모두 5시간이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