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일본 시마네(島根)현에서 독도의 소중함을 느끼다

좋은산 2013. 10. 3. 14:36

 몇년전 일본 시마네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시마네현이 어떤 곳 입니까.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서 일본 지역의 시마네현은 우리 땅 독도를 겨냥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만들고,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등 독도에 대한 자극적 행보를 되풀이하는 진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입니다.

 물론 우리를 격분케하는 시마네현의 그 같은 행보 뒤에는 일본 정부를 비롯해 우익 세력이 버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일 관계는 최근 극도의 냉각 상황입니다.

 허다한 역사 왜곡과 독도 시비로 우리 국민 감정을 극도로 자극해온 일본이 이번에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한(恨)이 서려있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등을 2015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키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국민적 공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늘의 일본을 만든 근대화 유산이라고 하지만, 이웃나라 강제 징용자들을 노예 처럼 부리면서 노동력을 착취해 식민지 침략전쟁에 활용한 시설들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경우 식민지 침탈을 미화하고, 피해자들에게 또 한번 큰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처하는 행동입니다.

 

 

 (시마네 현청 앞에 있는 '독도자료관' 입석 안내판.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독도가 자기들 땅 이라고 우기는 일본 시마네현 밤거리를 밝히는 현청 앞의 야간 전광 홍보판)

 

 시마네현에서도 한국인들은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이뤄졌던 표류민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시마네현을 방문했던 저 또한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곳은 시마네현 현청이 자리잡고 있는 중심지 마쓰에(松江) 시(市) 였는데요. 마쓰에 시는 일본내에서 7번째로 크다고 하는 '신지 호수'를 보유하고 있어 경치가 매우 수려한 곳 입니다. 드넓은 호수 주변으로 오래된 온천장과 고즈넉한 산책로 등이 둘러쳐 있는 것이 꼭 우리 강원도 강릉의 풍광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런 경치에 빠져있던 저를 불쾌하게 만든 것이 시마네현 현청 앞에 서 있는 '독도' 관련 시설이었습니다.

 현청 입구 광장에서는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하는 저들의 홍보 구호를 먼저 발견하게 됩니다. 입식 형태의 홍보탑에는 '돌아오라 섬과 바다', '고유영토 다케시마' 등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 현청 건물 별관 2층에는 '다케시마 자료관'이라는 공간이 별도로 조성돼 있습니다.

 시마네현에 '독도 자료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목도하기는 처음이었기에 저들이 만든 독도 자료관을 한번 살펴보기로 마음 먹는 것은 당연지사.

 내부로 들어서니 자료관은 예상했던 것 보다는 크기가 크지 않았습니다. 얼핏 보기에 채 10평이 안되는 규모(수년이 흐른 지금은 훨씬 더 큰 규모가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곳에 일본 측의 주장을 담은 각종 신문 보도 자료와 영상물, 일본 측의 역사 자료 등을 그런대로 오밀조밀하게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일본 시마네현 독도자료관의 내부 전시 모습. 각종 신문 보도와 영상물, 자료 등을 비치해놓고 있습니다. 전시물 중에는 일본 측 주장을 우리 말, 한국어로 풀어 쓴 것도 있습니다)    

 

 

 자료관 직원에게 물어 보니 독도 문제 전문가가 1주일에 한번 꼴로 방문해 강의를 진행하거나 관심있는 시민들과 토론, 논의를 하는 행사도 개최한다고 하니 규모는 작아도 역할은 상당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처럼 독도 관련 시설을 갖춰놓고, 독도 영유권 시비에 앞장서고 있는 시마네현은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까지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2월에는 일본 정부의 현직 차관급인 내각부 정부관이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 참석, 다시한번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케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 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들어서는 교과서 역사 왜곡과 함께 2세들에 대한 교육, 정부 차원의 적극적 참여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침탈 행위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행위가 더욱 노골화, 적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과 사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케시마의 날'까지 제정한 시마네현은 일본 우익세력의 그 같은 막무가내식 행동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곳 입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현청 부근을 찾았을 때 낮에 미처 발견치 못했던 이상한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사각형 형태의 전광판이 불을 밝히고 있는데, '돌아오라 섬과 바다', '고유영토 다케시마', '돌아오라 다케시마' 라고 일본어로 쓴 선전문구가 밤거리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밤이 되자 시마네현 현청 앞 야간 전광판이 불을 밝힙니다)

 

 

 그 전광판이 불을 밝히는 시마네현의 밤거리에 서서 우리 땅 독도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사실 따지고 보면 해양 영토, 즉 배타적경제수역(EEZ) 면적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어마어마한 나라입니다.

 도쿄에서 1000km나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에도 '오가사와라 제도'라는 섬(일본의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고, 일본의 남단 오끼나와에서 420km나 더 떨어진 남쪽 대만과 가까운 곳에는 아에야마 열도가 있으니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바다는 우리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도 동해상 조그만 바위 섬인 독도까지 자기들 땅 이라고 집요하게 우기고 있으니 바다와 영토에 대한 그들의 집착이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서기 512년, 신라장군 이사부(異斯夫)의 우산국 복속 이래 우리 역사 사료에 무수히 등장하면서 조선의 바다와 섬으로 관리돼온 독도를 자기들 땅 이라고 우기는 것은 분명히 우리를 분노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바다와 영토에 대한 그들의 집착만큼은 부러운 일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를 소홀히 생각하고는 결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즈음에 우리가 대마도는 우리 땅 이라고 반환을 요구한다면 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울릉도에 있는 '독도 박물관' 앞에는 '對馬島本是我國之地(대마도는 본래 우리나라 땅)’이라고 새긴 큰 돌 비석이 서 있습니다. 그냥 후세인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세종실록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입니다. 역사서에는 대마도가 원래 계림(鷄林), 즉 신라의 땅에 속했다는 내용이 잇따라 등장하고, 조선시대에는 대마도주에게 관작을 하사하기도 했습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대응책으로 삼아야 할 방향이 오늘 그저 비석으로 서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