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13년 강릉 커피축제- 가을 낭만의 이상향에서 커피를 만나다

좋은산 2013. 10. 1. 15:04

 

 

 커피향과 함께 가을을 시작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동해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관광도시-강원도 강릉이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0년대 들어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 강릉에 둥지를 틀더니 이제는 시내 전역에 200여개가 넘는 커피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유명한 경포해변에서 남쪽으로 3-4km를 이동해 만날 수 있는 안목 해변, 즉 강릉항 일대는 아예 '커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문점이 빼곡하다.

 아예 3-4층 건물 전체가 '커피 전문점'인 곳도 있다.

 전체 인구 23만명에 불과한 도시에 200개 넘는 커피 전문점이 문을 열면서 커피는 이제 강릉의 문화와 관광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 됐다.

 '커피도시-강릉'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 2009년부터는 매년 10월에 '커피축제'까지 개최되고 있다.

 올해도 '커피별 강릉- 풍경의 절정마다 커피가 있다'를 주제로 오는 3일-6일까지 4일간 강릉실내종합체육관을 중심으로 시내 전역에서 '제5회 강릉 커피축제'가 막을 올린다.

 커피 축제에 즈음해 강릉과 커피에 대한 단상을 전한다.

 

 

 

 

 

 

 수평선까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의 2층 테라스에 커피잔을 들고 앉았다. 추색(秋色)이 완연한 때인데, 아직 바닷바람은 그리 맵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그 바람에 실려 두 눈의 동공에 바닷가 풍경화가 한폭 진하게 그려진다.
 옥빛 바다와 파란 하늘이 누가 더 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지 내기를 하는 듯하고, 무심하게 밀려온 파도 포말이 은모래 백사장과 갯바위에 부딪혀 여지없이 부서진다.
 한쌍의 연인은 부서지는 파도를 피해 백사장 위를 이리저리 뛰면서 사랑 놀음에 한창이다. 얽혔다가 흩어진 발자국이 부서지는 파도에 흔적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걸 보니 연인의 사랑 놀음에 파도도 꽤나 샘이 났나 보다.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을 음미한다. 금방 내려받은 커피는 색깔 만큼 향도 진하다. 그 향과 맛의 유혹에 이끌려 몸이 반응을 한다.
 이렇게 편하고, 감미로운 휴식을 언제 나한테 준 적이 있냐며 어깨의 긴장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채 맛과 향, 눈앞의 바닷가 풍경화에 매몰된다.
 

 강릉은 지금 커피와 함께하는 ‘가을 낭만’의 이상향(鄕)이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시원을 둔 커피가 강릉에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바다와 호수, 솔향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오는 10월3일-6일까지 열리는 축제는 어느덧 5회째를 맞았다. 물 좋은 강릉이 우리나라 차(茶) 유적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인 신라시대 ‘한송정’이 자리잡고 있는 ‘차의 도시’이고, 커피도 차의 일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릉과 커피의 만남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만, 커피는 강릉과 만나 더욱 매력적인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전국 최고의 ‘커피 도시’ 명성을 얻은 역사는 10여년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200개 이상의 커피 전문점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커피 마니아들로 성업중이고, 커피농장과 공장을 만나는 이국적인 경험도 강릉에서는 쉽게 가능하다.
 ‘커피 장인’으로 통하는 박이추 씨가 직접 로스팅·드립을 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보헤미안’이 있고, 강릉사람들보다 먼저 관광객들에게 알려져 이제는 유명 관광코스로 자리잡은 ‘테라로사’와 커피박물관(커피 커퍼)도 커피 도시의 명성을 더한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생두가 수입돼 원두로 전국 각지 카페와 호텔, 가정에 공급되니 이제 커피는 강릉지역 산업의 한축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점들은 저마다 “강릉, 특히 우리 집 커피에 맛 들이면 다른 곳 커피는 먹지 못한다”는 프로의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이런 도시에서 펼쳐지는 창조적 브랜드 축제다 보니 ‘강릉 커피축제’는 커피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경험하고, 맛볼 수 있는 거대한 관광상품이다.

 

 

   (축제장에서 시민,관광객들이 커피 콩을 볶는 로스팅 체험 재미에 빠져있다)

 

 

 

 

       (강릉 지역의 수많은 커피 전문점. 커피축제장 입구에 시내 곳곳의 전문점을 소개하는 전시물이 붙어있다. 전문점이 너무 많아 사진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강릉 실내종합체육관을 중심으로 막을 올리는 올해 커피축제에서는 100인의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개막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커피 추출과 시음 등 커피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28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100명의 바리스타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볶은 콩으로 자기만의 커피를 드립해 100가지 향기로운 맛을 내는 '강릉 커피 100人 100味', 스탬프에 도장을 찍으면서 전문커피숍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즐기는 '강릉 커피유락(遊樂)', 전문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와 함께하는 '커피 로스팅&추출 체험', 전국학생바리스타대회, 강릉바리스타어워드, 세계의 커피 전시,체험 등이 보고, 맛보고, 즐기는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또 자전거를 타고 강릉을 여행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자전거 타go, 커피 마시go'를 비롯해 커피향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커피를 주제로 한 커피&설치미술 등을 통해 커피와 여행, 예술문화가 어우러지는 매력도 만끽할 수 있다.
 매년 10월말에 열리던 축제 행사를 올해는 가을철 관광 시즌과 연계 효과를 높이기 위해 10월초로 앞당겼고, 축제 장소도 강릉 실내종합체육관을 중심으로 집약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한장소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호수와 바다, 소나무 등 빼어난 자연자원을 비롯 유서 깊은 전통문화유산이 즐비한 강릉에서 커피향을 만끽하며 제대로 된 가을 낭만에 취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