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오대산 소금강 코스(구룡폭포-만물상-백운대-낙영폭포)

좋은산 2013. 9. 28. 22:50

 

 

(하산길에 소금강 명소인 식당암 일대를 렌즈에 담았습니다.)

 

 

 오늘(9월28일)은 오대산 소금강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9월4일 비로봉-상왕봉 종주를 했으니 9월에만 두번째 오대산 산행에 나선 것 입니다.

 소금강 계곡은 가을 단풍 산행이 일품인 곳 입니다. 절정의 계곡미를 자랑하는 곳에 활활 타오르는 단풍까지 더해지니 그 매력에 홀린 듯 빠져들어 힘든 줄 모르는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아직 단풍이 들기에는 이른 때여서 여름 뒤끝의 신록이 여전히 계곡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그 또한 계곡의 풍광과 운치를 즐기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금강산이 4계절 다른 옷을 갈아 입고, 이름 또한 다르듯이 작은 금강산, '소금강' 역시 4계절이 모두 매력 만점인 것 입니다. 

 소금강은 오대산국립공원 구역입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강릉시와 평창군 일원에 걸쳐 있는데, 이곳 소금강 지구는 정상 봉우리인 노인봉과 함께 오대산국립공원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때문에 비로봉, 상왕봉 등 오대산국립공원의 주봉들은 행정구역으로 평창군에 속하지만, 소금강 지구는 강릉시 영역입니다.

 백두대간 동쪽, 즉 영동지역에 속하는 것 입니다.

 소금강은 율곡 선생이 금강산의 축소판이라고 극찬하면서 '소금강'이라고 한데서 연유했다고 하는데, 본 이름은 청학산(靑鶴山)이라고 합니다. 이곳 계곡 일원에는 청학산, 청학동이라는 이름의 안내판 등이 많이 눈에 띠는데, 본래의 이름을 떠 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입니다.

 등산로 입구에 '대한민국 명승 제1호-소금강'이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보이는데, 197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명승으로 지정된 곳 이라고 합니다. 기념비 밑에 '명주 청학동 소금강' 이라는 지리적 표시가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여기서 '명주'는 강릉의 오래된 또 다른 옛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곳 소금강은 강릉시와 명주군의 행정구역이 통합돼 강릉시가 된 1995년 이전에는 '명주군 연곡면 삼산리'에 속했습니다.

 

 

 

 

 소금강 지구 등산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국립공원 소금강 분소 입구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정상인 노인봉(老人峰) 오른 뒤 6번 국도 진고개 휴게소까지 이동하는 방법과 그 반대로 진고개 휴게소에서 시작해 노인봉을 거쳐 내려오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거리는 총 13.5km 입니다.

 외지 등산팀들은 후자인 진고개-노인봉-소금강 계곡 코스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진고개-노인봉 코스는 등산 들머리인 진고개가 이미 해발 960m 지점이어서 해발 1338m 노인봉까지 오르는 3.9km 산행이 상대적으로 덜 힘겹게 느껴지는 것 입니다. 노인봉 정상에 오른뒤에는 소금강 분속까지 긴 하산길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소금강 계곡을 타고 노인봉을 오르는 것은 해발 표고가 200-300여m에 불과한 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는데다 9.6km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동해야 노인봉 정상에 오를 수 있기에 결코 쉬운 산행 이라고 할 수 었습니다. 7-8km는 계속 소금강 계곡의 경치를 만끽하면서 이동하는 계곡 트레킹 코스지만, 서서히 해발 표고를 올리는 장거리 산행의 노고를 견뎌내는 인내력이 필요하고, 또 마지막 1.5km 정도는 된비알 오르막을 이기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산객님들이 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면서 차량은 소금강 분소 아래로 내려보내 기다리도록 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것 이지요. 아직 노인봉까지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보다는 하산길에 내려오면서 여유있게 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그냥 소금강 계곡 코스만 탐방하기로 했습니다.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 분소 관리사무실에서 십자소-연화담-구룡폭포- 만물상- 백운대를 거쳐 노인봉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인 낙영폭포까지 가는 계곡 코스입니다. 계곡 코스라고 해도 그 거리가 무려 7.6km, 왕복으로는 15km가 넘는 거리입니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으니 왕복으로 족히 16km는 넘을 것 입니다.

 여차하면, 노인봉까지 갈 생각도 있었으나 출발이 오전 11시로 너무 늦었던데다 오후들어 살짝 비까지 내려 결국 낙영폭포에서 종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낙영폭포 이정표에서 해발 표고를 보니 830m. 계곡 초입에서 만난 연화담의 해발 표고가 290m였으니 계곡을 이동하면서 500m 이상 해발표고를 높인 것 입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네요. 2시간을 거의 쉬지않고 이동해 왔습니다. 소금강 계곡 전 구간의 등산로가 국립공원 답게 잘 조성돼 비교적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빠른 이동에 도움이 됐습니다. 

 낙영폭포 위 바위에 도시락을 펼쳐 놓고 에너지를 보충한 뒤 다시 계곡을 거슬러 내려오는 하산길.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가지만, 올라 올때와는 또 다른 퐁경화가 곳곳에서 눈을 유혹합니다. 특히 백운대, 만물상의 경치는 올라오는 방향에서 본 것 보다 하산길 방향이 훨씬 빼어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40분.

 점심을 먹은 시간까지 포함해 소금강 계곡 왕복 종주 산행에 4시간40분이 걸렸네요.

 일행 여럿이 함께 쉬면서 여유있게 산행을 한다고 하면, 아마도 낙영폭포까지 왕복에 6시간은 잡아야 할 것 입니다.

 

 추신: 소금강 지구는 입장료(문화재관람료), 주차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친절히 안내만 할 뿐 나올때도 주차료를 달라는 말은 없고, 국립공원 소금강 계곡 산행을 시작할 때도 따로 돈을 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건강한 몸과 여유로운 마음만 가져가면 됩니다. 

 

 

         (이제 산행 시작입니다. 주변 상가에서 송이와 능이, 느타리 등 버섯을 많이 내놓고 팔고 있는 것이 버섯철 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진 찍느라 분주한데, 친구는 벌써 저 앞에 가고 있네요.

 

 

       (인간의 세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계곡 산행에 들어서자 마자 이런 경치가 반겨주네요. 바위 게곡을 따라 흐르는 옥류, 정말 눈이 시리네요)

 

  (십자소. 회강암 절벽이 십자형으로 깊게 갈라져 동서남북 사방에서 물이 흘러들어 소를 형성하고 있어 십자소라고 합니다. 해발 280m 지점)

  

 

    (해발 290m 지점 연화담, 화강암 폭포 입니다. 하늘에서 7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소(沼)의 하류가 돌거북이 기어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돌거북 머리 앞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연꽃 봉오리를 연상한다고 해 연화담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네요)

 

 

       (소금강 지구내에 있는 사찰인 금강사 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입니다)

 

 

    (금강사 앞 바위에 소금강 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율곡 선생이 쓴 글씨라고 합니다.)

 

      (그 유명한 '식당암(食堂岩)' 입니다. 딱 2km를 걸어왔습니다.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내어주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마의태자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성을 쌓고 군사들을 훈련시킬 당시 군사들이 식사를 하던 곳 이랍니다. 혹은 400년 전 강릉 출신인 율곡 이이 선생이 식사를 했던 곳 이라고도 하며, 선생이 소금강을 방문하고 기록한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에 "이 바위를 옛날에는 식당암이라고 했으나 바꾸어서 비선암이라 하고 바로 앞의 소(沼)를 경담이라 부른다"고 기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역시 식당암 이라고 부른다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백여명은 족히 식사를 할만한 장소여서 식당암 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전국 각지를 여행하다보면,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는 것이 정말 많은데, 역시 한나라의 멸과 흥에는 스토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식당암 위 계곡. 바위 계곡의 웅장함과 그 바위 사이를 뚫고 흐르는 물길이 말 그대로 황홀경을 연출하네요)

 

 

    (계곡은 계속 이어집니다. 소금강은 참 여러가지 계곡미를 보여줍니다)

 

 

     (어느새 3km를 걸어왔습니다. 소금강 구룡폭포 입니다. 상단의 폭포 뿐 아니라 하단의 폭포까지 길게 이어지는 것이 쉽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닙니다, 구룡폭포 쪽 물줄기가 흐르는 골짜기를 '피골'이라고 부르는데, 마의태자 군사들이 고려군에게 패해 군사들이 흘린 피가 내를 이룬데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하단에서 상단의 폭포까지 함께 렌즈에 담아 봤습니다. 상단 위에도 폭포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것까지는---)

 

 

     (구룡폭포를 지나니 '만물상'이 나타나네요. 역시 소금강 입니다. 금강산에 있는 만물상이 여기도 있네요. 금강산 천선대에서 바라봤던 만물상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옛 선인들이 소금강 만물상 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그만한 경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물상 계곡과 주변의 봉우리가 연출하는 다양한 작품. 발길을 쉽게 놓아주기 않습니다)

 

 

    (만물상에서 백운대로 이어지는 계곡 풍광. 소금강 계곡은 수없이 이런 다리를 건너며 지그재그로 이동해야 하는데, 탐방로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다)

 

 

      (만물상을 지나면 백운대가 기다립니다. 입구에서부터 4.5km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요기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백운대를 지나니 이런 경치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바위가 온통 이끼로 뒤덮인 것이 완전히 이끼 폭포 입니다. 새파란 이끼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하얀 포말의 폭포가 더욱 선명한 것이 색의 예술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이끼가 널찍한 바위 위에 세계 지도를 그려 놓았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까지 뭐 얼추 그럴듯하게 그려진 것 같은데 우리나라를 도통 분간할 수가 없네요. 이끼야 다음에는 우리나라 좀 큼직하게 그려 보렴)

 

 

     (오늘 산행의 목적지 낙영폭포 입니다. 소금강 분소에서 7.6km를 걸어왔습니다. 노인봉까지는 2km가 남았습니다. 여기서부터 계곡길을 타고 조금 더 오르다가 노인봉으로 오르는 계단 경사길이 이어집니다)

 

 

 (낙영폭포 이정표. 소금강 입구에서 7.6km를 걸어 왔고, 노인봉까지 2km가 남았습니다)

 

     (소금강 계곡의 바위 절벽에 붙어있는 다양한 식물들. 바위 절벽에 이끼와 조금의 흙이 덮이고 그틈을 비집고, 여러 식물과 나무들이 사이좋게 자랍니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를 이기지 못했는지, 벌써 단풍옷으로 갈아 입고 있는 녀석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