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이스탄불을 그리며
좋은산
2013. 8. 16. 09:01
누가 저더러 이 세상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 다면 저는 조금도 주저없이 터키 이스탄불 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론 저는 아직 이스탄불에 한번도 가 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언젠가는 한번 가 보겠지 하고 항상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왜 이스탄불을 그렇게 가 보고 싶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스탄불은 인류 역사의 심장을 관통해 온 가장 뜨거운 흔적이 있는 곳 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역사가 토인비가 "이스탄불은 살이 있는 인류 역사의 박물관" 이라는 말까지 남겨겠습니까.
덧붙여 이슬람 문화와 터키 역사에 정통한 이희수 교수는 그의 저서 '지중해 문화 기행'에서 "이스탄불은 가장 가슴 벅찬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스탄불을 오래도록, 깊이 찬미할까요. 그 역사를 간단하게라도 한번들여다 보면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은 지금까지 세가지 이름을 거쳐 왔습니다.
처음 비잔티움으로 출발했다가 콘스탄티노플로, 그리고 현재의 이스탄불로 개명이 이뤄진 것 입니다.
비잔티움은 그리스의 도시국가형태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기원전 201년에 로마의 동맹 도시가 됐으나 기원후 190년 경에 이르러 로마에 완전히 복속되고 맙니다. 로마 도시 비잔티움은 이후 서기 330년 로마의 저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로마제국 동방령의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뀝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아시다시피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스스로 먼저 개종한 황제입니다. 그뒤 그리스도교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을 거듭하던 콘스탄티노플은 1453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술탄 마호메드 2세에 의해 함락됩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습니다.
3중 성벽에다 보스포러스라는 해협과 금각만에 둘러싸인 천혜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히 공성전을 전개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켜야 서방 진출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과감하면서도 치열한 공성전을 펼칩니다.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최근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전- 전쟁3부작'을 읽어보면 당시 콘스탄티노플을 놓고 벌어진 서방과 동방의 치열한 다툼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묘사돼 있습니다(참고 바람).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바다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 술탄이 배를 만들어 거대한 산 언덕을 넘어 바다로 띠우는 장면은 콘스탄티노플 함락전의 압권입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로 통하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금각만 등 바다는 모두 베네치아와 제노바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술탄은 공격용 배를 바다로 접근시키지 못하고 산으로 끌고 넘어간 것 입니다.
지중해 상권을 장악하고, 해군 군사력에서도 최강을 뽐냈던 베네치아가 위기의 콘스탄티노플을 구하기 위해 나름대로 무던히 애를 쓰지만, 당시 유럽 세계의 이해관계 때문에 단결된 방어를 이끌어내지 못해 콘스탄티노플은 결국 함락됩니다.
각고의 노력끝에 성을 함락시킨 승전군에게는 3일간 약탈이 허용됩니다.
그리고 도시는 '이스탄불'로 바뀝니다. 웅장한 성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바뀌는데, 모자이크 벽화 등을 그대로 둔채 그 위에 석회로 덧칠을 해 기독교 문양 등을 없앴다고 합니다. 지금도 회칠을 벗기면 기독교 성화가 드러난답니다.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뒤 오스만 투르크는 서방으로 진출, 아프리카 북부는 물론 한때는 현재의 스페인 지역까지 통치를 했습니다. 그리스 또한 오랫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았으니 당시 투르크 제국의 강고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스탄불로 바뀐 도시는 그 후에도 인류 교류와 문명의 중심지로 계속 발전해 오늘날 동,서양을 가르는 교착점에서 숱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 역사가 화려하고 웅장했던 만큼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은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도시일 것 입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육상 실크로드가 끝나는 곳도 이스탄불이고, 지중해를 무대로 하는 해상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곳도 또한 이스탄불 입니다.
이스탄불 앞에는 보스포러스라고 불리는 해협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좁은 해협인데, 넓이가 1킬로미터에 불과해 현재는 다리가 놓아져 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유럽으로 출근했다가 저녁에 다리를 건너 아시아로 돌아오는 터키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니 저도 언젠가는 그 보스포러스 다리를 꼭 걸어 넘어보고 싶네요.
참, 이스탄불은 요리가 유명한 곳 입니다. 세계 3대 요리를 꼽으라면 대부분 중국, 프랑스, 터키 요리를 꼽는답니다. 터키 케밥은 양 고기를 다져서 꼬챙이에 꿴뒤 바베큐 불에 돌려가면서 익히고 익은 부분부터 도려내 얇은 밀가루에 싸 먹는 것인데, 양고기가 다져진 것 이기에 케밥 하나를 먹어도 양의 모든 부위 맛을 다 맛볼 수 있다고 하네요.
터키 요리가 이렇게 발달하게 된 것은 유목 민족 특유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덧붙인다면 오스만 투르크 술탄의 궁전에서는 요리사들이 같은 맛을 내는 동일한 요리를 반복해 식탁에 올려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엄명 같은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리사들이 새로운 요리 개발에 혼신을 다하게 됐고, 그것이 오늘의 터키 요리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